-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는 특정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표적항암제와 달리 암과 싸우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높인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암세포 공격하는 면역세포 기능 활성화
면역세포는 혈액을 따라 온몸을 돌며 감시하다 유해한 물질이 포착되면 이를 공격한다. 암세포도 면역세포의 감시 대상이다. 암세포는 T세포라는 면역세포가 공격해 없애는데, 암세포는 T세포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어물질을 만든다. 이 방어물질이 T세포에 붙으면 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암세포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암세포는 수많은 방어물질을 만들어내지만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게 암세포의 'PD-L1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T세포의 수용체 (PD-1)에 붙으면 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능을 잃는다. 면역항암제는 T세포의 수용체에 암세포의 단백질 대신 붙어 T세포가 암세포를 제대로 공격할 수 있게 한다. 현재까지 3가지 약이 나와 있는데 키트루다(MSD)와 여보이(BMS, 오노제약)는 피부암인 흑색종에, 옵디보(BMS, 오노제약)는 흑색종과 폐암에 쓸 수 있다.
◇다양한 암에서 효과
면역항암제는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암과 싸우는 면역세포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약이기 때문에 여러 암에 두루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키트루다, 여보이, 옵디보 등은 현재 흑색종이나 폐암에 대해서만 허가를 받았지만, 위암·두경부암·신장암·방광암·유방암·혈액암 등 30여개 암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일부 암에서는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 암세포에서 만들어 내는 방어 단백질도 PD-L1 뿐 아니라 CTLA-4, TIM-3, BTLA, VISTA, LAG-3 등을 발견, 이와 관련된 약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말기암 환자의 생존 연장 효과를 인정 받고 있다. 2013년 9월에 임상시험이 시작한 이래 참여한 환자 170여 명 중 58~63%가 아직까지 생존해 있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는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학계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면역항암제에 대해 생명 연장 효과를 인정하며 '혁신신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환자마다 효과 다른 게 한계
면역항암제가 기존 항암제보다 장점이 많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부작용이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구토·탈모·소화불량·백혈구 감소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갑상선기능 이상·폐렴·피부 발진·간기능 이상·대장염·호르몬계 이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는 면역기능이 올라가면서 면역체계가 정상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약을 끊으면 사라진다.
환자마다 효과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도 한계다. 예를 들어 암세포가 만들어 내는 방어물질 중 PD-L1이 많이 생기지 않는 환자의 경우 효과를 보는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비싼 약값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여보이와 키트루다는 3주에 한 번, 옵디보는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로 맞아야 하는데, 한 번 맞는데 1200만원 정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