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8_0064.jpg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입석리 실상사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부도. 높이 2.42m.

 

신라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실상사의 제2조사(第二祖師) 수철화상의 탑으로, 극락전을 향하여 그 오른쪽에 건립되어 있는데 현재의 위치가 원래의 자리이다.

 

수철화상은 신라 후기의 승려로, 본래 심원사(深源寺)에 머물다가 후에 실상사에 들어와 이 절의 두번째 창건주가 되었다. 진성여왕 7년(893)에 77세로 입적하니, 왕은 그의 시호를 ‘수철화상’이라 하고, 탑 이름을 ‘능가보월’이라 내리었다.

신라 석조부도의 전형적인 양식인 팔각원당형을 기본으로 삼고 높직한 8각지대석 위에 건립되어 있다. 지대석 위에는 굄단 등 아무런 시설도 없이 기단부를 놓고 있으며 기단은 상·중·하대석으로 이루어졌다.

 

8각 하대석은 하단에 높직한 갑석형(甲石形)을 두르고 측면에는 그 가장자리를 따라 운문(雲文)을 조식하였으며 각 면에 운룡 또는 사자상을 돋을새김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하대석은 이 8각 대석뿐으로 1단이며 이 위에 8각으로 조성된 중대굄대석이 놓여져 중대석을 받치고 있다.

 

상대석은 하면에 8각으로 3단의 각형받침을 각출(刻出)하였고, 측면에는 단엽의 앙련(仰蓮)을 삼중으로 조각하되 한줄에 16판씩 둘렀는데, 판내에 아무런 조식이 없으나 도합 48판의 연화문이 사실적으로 조각되어 화려한 느낌마저 든다. 상면에는 별다른 조각이 없고 2단의 각형 굄을 각출한 위에 탑신굄석을 받치고 있다.

 

20100508_0065.jpg8각의 탑신굄대는 별개의 돌으로 조성하였는데 낮은 측면에는 각 면에 1구씩의 가늘고 긴 안상이 있고, 상단의 갑석형에는 각형(角形)으로 큼직한 받침을 각출하여 마치 부연(副椽:탑 기단의 갑석 하부에 두른 쇠시리)의 형식으로도 보인다.

상면에 낮은 각형과 높직한 원호, 낮은 각형의 3단굄을 조각하여 탑신을 받치고 있는데 현재는 많이 파손되어 각형과 호형(弧形)이 뚜렷하지 않다.

 

탑신은 8각 각 면에 양 우주가 각출되고 전후면에는 문비형(門扉形)이 모각되었으며 그 좌우면에 사천왕상을 돋을새김하였는데 이러한 문비와 사천왕상 등을 배치하는 것은 팔각원당형 석조부도의 기점으로 보는 염거화상탑(廉居和尙塔)에서부터 나타난다.

옥개석은 전체적으로 평박한데, 하면에는 탑신석 위에 놓이는 부분에 1단의 각형 받침이 있고, 처마 부분은 완만한 곡선을 이루어 비천상(飛天像)을 조식하였으며, 또한 그 밖으로는 각형의 서까래를 모각하였다.

 

옥개상면은 8면의 합각에 굵은 우동을 표시하고 낙수면에는 기왓골을 나타내었으며, 추녀에 이르러는 수막새와 암막새기와의 모각으로써 막음을 하였다. 추녀는 거의 수평이나 각 전각에 이르면서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으며 전각에는 귀꽃이 없다.

다만, 우동 끝에 잡상(雜像)을 원각 배치하였던 흔적이 역력하다. 옥개석 정상에는 8각으로 2단의 각형 굄을 각출하여 상륜부를 받치고 있으나 현재 남아 있는 상륜부재는 8각으로 조성된 노반석 하나밖에 없다. 이것은 일반적인 양식으로서 표면에는 아무런 조식도 없고 상단의 갑석형에 부연이 모각되었을 뿐이다.

 

이 탑이 서 있는 옆에는 탑비가 건립되어 있어서 이 부도의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가지 관계내용을 알 수 있다. 이 비문에 의하여 부도의 건립연대를 신라 진성여왕 7년(893)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