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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과 비타민D 결핍

문성식 2013. 12. 21. 14:26

 겨울철과 비타민D 결핍

 

지난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사이에 비타민D 결핍증 환자가 약 9배나 증가했다고 발표하였다. 비타민 D는 자외선에 의해 주로 피부에서 만들어지는데 장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를 담당한다. 따라서 비타민 D가 부족해지면 뼈를 구성하는 무기질 성분인 칼슘과 인이 부족해지므로 뼈가 약해지게 되어 소아에서는 성장 지연과 뼈의 변형이 일어나는 구루병이 발생하며 성인에서는 골연화증,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 야외 활동이 많고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음식을 먹었던 고대에는 구루병의 발생이 매우 드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었고 공장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에 의해 대기가 오염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영국과 같이 일조량이 적은 나라에서 구루병의 발생이 급증하게 되어 구루병은 “영국병(the England disease)"이라 불리워질 정도였다. 당시 영국의 Mellanby 경은 대구의 간유(肝油)가 구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고 처음에는 그것이 간유에 들어 있는 비타민 A의 효과로 알았으나 당시 비타민 연구를 주도했던 미국의 McCollum교수에 의해 새로운 물질, 즉 비타민 D에 의한 효과임이 밝혀지게 되었다.

이후 비타민 D는 단순한 비타민이 아니라 칼슘과 인 대사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호르몬임이 알려지게 되었다. 비타민 D는 우리 몸에서 2가지 경로를 통해 흡수되는데 80%는 햇빛을 통해 나머지 20%는 음식물의 섭취를 통해 체내로 들어오게 된다. 약간의 논란은 있지만 혈중 비타민 D가 20 ng/ml 미만인 경우를 결핍상태, 30 ng/ml 미만인 경우를 불충분 상태로 정의한다. 2005년 18개국의 골다공증이 있는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에서 우리나라 환자의 60% 이상이 비타민 D결핍증을 보여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을 보였다. 사실 이 연구에 스웨덴이나 영국, 네덜란드 등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훨씬 높은 지역에 위치하는 나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비타민 D 결핍증이 훨씬 많았다.

그 이유는 실내 생활 습관과 자외선 조사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 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현대인들은 거의 모든 생활을 차 안이나 실내에서 하는 경우가 많고 요즈음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뛰어 놀기보다 학원 등으로 내몰리기 때문에 햇빛을 쬘 시간이 없다. 거기에다 여름철에 흔히 사용하는 자외선 차단제는 피부 표면에서 자외선을 차단하므로 피부 내에서 비타민 D의 합성을 매우 효과적으로 억제하게 된다. 실제 작년 늦봄에 필자와 필자의 가족들의 비타민 D를 측정한 적이 있는데 모두 비타민 D 결핍증이 있었고 그 중에 필자가 가장 낮아 가장의 체면을 구겼다. 2008년 시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반 정도, 여성의 3분의 2 정도가 비타민 D 결핍증이라고 한다.

이런 비타민 D의 결핍증의 증가와 만연은 당장 지금보다 장래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20, 30 대 여성들의 지나친 다이어트에 의한 체중 감소와 더불어 비타민 D 부족은 향후 그들의 뼈 건강에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성장 중에 있는 아동, 청소년들이 햇빛을 쬐지 못하고 실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장차 국가를 지탱할 ‘뼈대’가 부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된다. 제발 학교에서 학생들을 하루 1시간씩이라도 정오 전후에 체육 시간을 편성하여 학생들에게 햇빛을 쬘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한편 비타민 D는 오래 전부터 세포 증식 억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비타민 D의 결핍이 전립선암, 대장암, 유방암, 식도암 등의 발생과 그로 인한 사망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여러 역학 연구를 통해 알려져 왔다. 그 외에도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폐결핵 등과 비타민 D결핍증과의 관련성도 보고 되고 있다.

그렇다면 비타민D를 많이 얻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는 특정 파장의 자외선이 지표면에 조사되기 위해서는 위도, 계절, 하루 중의 시각이 중요하다. 실제 하루 중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그리고 우리나라와 같이 북위 35도 이상 지역의 겨울 (10월에서 3월)에는 비타민 D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외선이 지표에 거의 도달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남반구로 여행을 떠나 정오의 태양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럴 수 없다면 비타민 D의 보충이 필요하다. 비타민 D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대구 간유나 연어, 고등어 등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 음식들조차 매일 섭취하기 어렵다면 비타민 D가 포함된 영양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국에는 비타민 D 강화 우유나 오렌지 등이 생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식품들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재 국내 전문학회에서 성인에게 권고하는 비타민 D의 하루 권장량은 800 IU(국제단위)이다. 비타민 D를 생각하니 겨울이 시작되자마자 여름이 그리워진다.


/기고자 :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김상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