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
일주문~눈썹바위~미륵바위~동봉~절고개~현등사~일주문
산은 겹겹하고 바위는 첩첩하네
글 김 난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휴가기간의 가평은 피서객으로 초만원. 가평 일대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는 말에 지레 겁먹고 산행 날짜를 뒤로 미뤘다. 그랬더니 태풍 뎬무가 한반도를 통과한다고! 100mm는 거뜬하다는 태풍의 위력이 마음을 눅눅하고 무겁게 했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었다. 뜻밖에도 떠나기 이틀 전 극적으로 뎬무가 그 진로를 동해로 급격히 꺾었다. 경기도는 맑을 예정이란 일기예보처럼 마음도 보송보송 가벼워졌다. 전날은 쨍하니 맑더니 산행 날은 결국 비가 왔다. 날씨에 한바탕 농락을 당한 셈이다. 만경능선으로 올라 동봉과 서봉을 지나 무지치폭포 쪽으로 하산할 생각이었는데 동봉에서 절고개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가평군 쪽 등산로만 밟을 수 있었고, 정상에는 그나마 조망도 없었다. 그래도 운악산은 경기5악의 하나이자 ‘소금강’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건 눈썹, 저건 병풍, 요건 장군
운악산 등산객들은 포천 쪽보다는 정비가 잘 되어있고 갖은 모양의 바위와 암봉들을 볼 수 있는 가평 쪽 들머리를 더 많이 찾는다. 가평 쪽 현등사 입구에서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눈썹바위~미륵바위~정상으로 이어지는 만경능선과 현등사~절고개~정상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두 코스를 이어 원점회귀를 하기로 한다. 오늘 산행을 위해 일행들이 운악산 두부마을에 속속들이 모였다. 본지 필자인 이수인씨와 가평군 지역산꾼으로 운악산 산길을 손바닥처럼 훤히 꿰뚫는 박상현씨와 그 일행 조민국씨, 채현영군과 가평군 산림공원과 송근영씨까지 제법 많은 인원이다. 운악산 두부마을을 따라 구매표소를 지난다. 2009년부터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매표소는 차량 통제만 하고 있다. 현등사까지 포장도로가 잘 닦여있지만 현등사 내부차량만 통행이 가능해 일반사람들은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매표소 입구의 ‘운악산’이라 쓰인 큰 비석과 안내판을 지나 일주문으로 향한다.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인 일주문은 기둥이 한 일자처럼 한 줄로 세워졌다는 뜻이다. 부처님이 계시는 불국정토임을 알리는 문이기에 대개 들어서기에 앞서 속세의 번거로운 마음을 가다듬는다. 날씨는 사람의 뜻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것이기에 일주문을 지나며 그만 찌푸린 하늘에 대한 걱정을 툭 털어버리기로 했다.
뒤로 보이는 암봉이 미륵바위다. 미륵바위라고 이름 지어졌지만 툭 불거진 암봉의 오묘한 모습에 보는 이마다 다른 것이 상상되는 지 고개를 갸웃하기도 한다.
길은 계곡을 따르는데도 너무나 잘 닦인 포장도로는 계곡과 성큼 떨어져 있다. 저만큼 아래에 있는 계곡은 도로 끝에 서지 않는 한 물줄기도 보기 힘들다. 송근영씨도 “차량 통행이 편하게 길이 잘 포장됐지만 일부 등산객들은 운악산 계곡과 길이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쉽다”고들 한다고 했다. 좌측에 새로 지어 산뜻한 화장실을 지나 첫 번째 이정표에서 우측 산길로 들어서면서 만경능선에 오르게 된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일행들의 속도가 이상하다. 취미로 주말에만 등산을 하는 이수인씨와 박상현씨, 조민국씨는 선두 경쟁이 치열하고, 산행이 업이라 평일에도 등산을 하는 기자들은 꼴찌 경쟁을 다툰다.
“좋은 경치가 많은데 이왕이면 나무 한 그루, 바위 하나에 일일이 눈을 맞추며 천천히 즐기면서 오르시죠.”
“하하, 반성합니다. 너무 앞서 나갔죠?”
이수인씨는 산악마라톤을 즐기는 터라 산행 속도가 남다르다. 얼마 전에도 불수사도북 오산종주 산악마라톤을 완주했다고. 잠시 쉬면서 등산과 마라톤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는데 알고 보니 일행 모두 오랜 등산은 물론이고 최소 마라톤 풀코스를 달려본 경력을 갖고 있었다. 일행들의 속도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다시 출발하자 일행들의 속도는 현저히 줄었다.
대략 30분쯤 걷자 나뭇가지 사이로 눈썹바위가 보인다. 시야가 그리 넓게 트이지 않지만 한 눈에 팔자 눈썹 두 개임을 알아볼 수 있다. 눈썹 바위 바로 아래에선 한쪽 눈썹인 커다란 바윗덩이만 보여 이게 왜 눈썹바위인지 알 도리가 없다. 바위 도착하기 5분 전쯤이 전망 포인트다. 길은 눈썹바위 왼쪽으로 우회하도록 나 있는데 급경사 오르막을 10분 정도 오르면 길이 좌우로 갈라지는 능선 안부에 이른다. 등산로는 왼쪽 방향인데 오른쪽으로 난 길로 나가 바위 위에 올라서면 골프장이 있는 가평군 하면과 그 너머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미 짙어진 안개가 가시거리를 좁혀 건너편의 산들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끝없이 솟아오른 산들이 즐비했다. 무의식적으로 “산이 참 많다”고 내뱉은 말에 가평지역의 열혈산꾼답게 박상현씨가 “가평에 산이 52개나 있다”고 답했고, 이어 송근영씨가 “담당자인 나보다 더 잘 아시네”하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약간 아쉬운 조망은 정상에 서면 좀 좋아지려나 생각했지만 잠시 뒤에 떨어진 빗방울로 그날의 조망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운악산 눈썹바위. 눈썹 바위 바로 아래에선 한쪽 눈썹인 커다란 바윗덩이만 보인다. 100여m 전에서 바라볼때 팔자 눈썹이 또렷하다.
다시 안부로 내려와 등산로를 따르면 급경사의 바윗길과 숲길이 번갈아 나온다. 20분 정도 지나니 병풍바위 전망대에 닿는다. 누구나 “이야~”하는 감탄사를 흘리는 곳이다. 몇 폭인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첩첩이 늘어선 병풍바위는 거대한 석부작이다. 남한에는 여기저기 ‘소금강’이라 불렸다는 산들이 많지만, 적어도 운악산은 그 별칭이 과하지 않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미륵바위 아래 전망대다. 미륵바위라고 이름 지어졌지만 툭 불거진 암봉의 오묘한 모습에 보는 이마다 다른 것이 상상되는지 고개를 갸웃하기도 한다. 미륵바위 좌측의 바위는 표면의 형상이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칼을 찬 늠름한 장군의 모습이다. 이제부터 길이 험해지지만 반대로 가평군에서 설치한 안전시설물로 오르기는 오히려 쉽다. 굵은 와이어로 만든 난간을 따라 오르면 이어 ‘U’자 모양의 스테인리스 발판이 설치되어 있다. 촘촘히 박힌 발판이 보기에는 그리 좋지 않으나 막상 오르면 생각보다 신통하다.
“우와, 이거 인체공학적 설계인데요? 손을 딱 뻗으면 안전봉 와이어가 잡히고 발을 척 올리면 스테인리스 발판 위에 놓이네요. 산에 설치된 많은 안전시설물을 이용해봤지만 이렇게 척척 닿는 건 처음인데요.”
“저희도 설치할 때 고민을 많이 하죠. 안전과 보호의 중립을 지키려구요. 좁은 바위길이 위험해 미끌어 지면 뒷사람까지 부딪혀 대형사고가 날 수 있죠. 하지만 이전에 운악산에 왔던 사람들은 길을 버려놨다는 거죠. 바위 오르는 재미가 덜해졌다고.”
흔히 산에 설치된 시설물이 너무 없다거나 혹은 반대로 과도하다고 쉽게 불평하며 관리담당자를 탓하는데, 송근영씨의 말을 들으니 관리담당자도 많은 고민과 여러 방안 속에서 결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면 이제 높이 20m, 경사 60도의 급경사 철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 옆에는 철계단이 생기기 전 사용했던 철사다리가 있다. 사다리는 바위에 달라붙어 있어 경사가 철계단보다 경사가 더 급해 거의 수직에 가깝다. 달리 안전장치 없이 세 개의 사다리를 이어 붙여 놓았는데 실제로 오른다면 상당한 고도감에 아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저기 올라가다가 추락한 사람도 있었어요.”
나를 알기엔 한 번은 부족하다
만경대 전망대다. 가평8경중 제6경에 해당하는 운악망경의 최고 조망처지만 지나온 미륵바위, 병풍바위 등 운악산의 가까운 암봉 외에는 보이는 곳이 없다.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도 제법 커졌고 사위가 뿌옇게 변했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다면 이곳에서는 북동쪽 아래로 거대한 분지를 이룬 상판리와 조종천 상류가 내려다보이고 명지산, 화악산, 연인산, 대금산, 화야산 등 가평군 일대 산들이 시원스레 펼쳐졌을 것이다. 지금의 “아~”라는 장탄식 대신 “아!”라는 짧은 감탄사가 연신 터질만한 곳이다. 박상현씨는 “계절별로 수없이 운악산을 올랐지만 올 때마다 새롭고 질리지 않는다”며 “몇 번 더 와야 ‘운악산을 안다’고 말 할 수 있다”고 했다.
눈썹바위를 우회해 능선 오른쪽 바위에 오르면 가평군 하면이 내려다보이고 건너편 산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잠깐 지나갈 비가 아니라 빠르게 정상에 오른다. 그 어느 곳보다 평평하고 넓은 동봉 정상에는 두 개의 정상비가 세워져 있다. 가평에서 세운 작은 비석과, 포천에서 세운 큰 비석이다. 운악산의 높이는 934.5m인데 가평의 정상비는 935.5m로 표시되어 있고, 포천의 정상비는 937.5m로 표시되어 있다. 그 옆에 설명하길 동봉 정상 한 쪽 귀퉁이에 있는 바위 높이인 2m를 더했다고 밝혀 놓았다. 그 말대로 정상 한 쪽에 바위가 있었지만 정상 높이에 보태기엔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바위 면에 새긴 글씨를 지운 흔적이 있어 다들 “누가 옛 사람이 새겨놓은 시구를 지웠나”고 했다. 나중에 내려와서 알아보니 60년대에 하면에 주둔하던 군부대가 유격훈련장으로 운악산을 많이 올랐는데, 한 유격대원이 바위에 ‘충성, 명예, 단결, 비호 결사대, 결사 돌진대, 결사 돌격대, 결사 돌파대’ 등 결전의지가 담긴 글귀를 새겼다고 한다. 문구를 지운 것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과격한 문구가 바위를 훼손했다고 보고 지우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포천에서 세운 정상비 뒷면에는 포천 출신인 이항복의 시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해석이 매끄럽지 않다. 한문교사인 이수인씨의 도움을 받아 새로 해석해 보자면 이렇다.
운악산 깊은 골짜기에/ 현등사 새로 지어내니/ 노닐러 온 이가 제 소개를 하지 않았는데/ 신기한 새가 제 먼저 소개하듯 알아서 지저귀네/ 흰 거품 날리는 폭포수 장대하고/ 가로로 누운 푸른 숲이 지축이 기운 듯 하다/ 가만히 호계에서 아쉬운 작별을 하려니/ 서쪽으로 해가 저물며 산을 비추네
서봉을 들르려 했으나 가볍지만 빗줄기가 쏟아지는 터라 미련 없이 절고개로 발길을 돌렸다. 나무계단으로 내려가면 포천시 화현면 대원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절고개에 닿는다. 현등사 계곡을 향해 100여m 내려가면 길 왼쪽에 코끼리 바위가 있다. 다른 곳에서도 코끼리 모양을 닮은 바위를 봤었지만 이것만큼 꼭 닮은 것은 없었다. 이제 바위가 불거진 계곡길을 쇠줄을 잡아 조심조심 내려가야 한다. 비가 와서인지 암반에 계곡물이 흐르는 절고개폭포의 수량이 풍부하다. 30여분이면 함허대사 부도를 지나 현등사에 닿는다. 생각보다 절터가 작고 아담한 현등사는 창건이후 수많은 재건과 중수의 과정을 거쳐 왔고 지금의 전각들은 새로 지은 것들이라 천년고찰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겉모습이 말끔하다. 현등사 불이문부터 절에서 가장 높이 자리한 건물까지 총 108개의 계단이 있다. 백팔번뇌의 진리를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민영환암각서를 지나 무우폭포로 내려섰다. 45도의 바위 위로 흐르는 높이 20m, 폭 2m의 폭포는 그리 높지도, 넓지도 않았지만 폭포 특유의 시원스러움이 마음을 청량하게 비웠고 그 아래 티끌 한 점 없이 맑은 소(沼)는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그 깊이와 상관없이 뛰어들고 싶을 정도였다. 빼어난 골계미를 가진 악산이면서, 깊고 청량한 계곡을 품었고 정상의 뛰어난 전망도 빼놓지 않고 두루 갖춘 운악산. 오늘 운악산은 세침하고 도도한 표정을 하고는 한 번으로 자신을 다 알기엔 어림없다고 말하는 듯 했다. 그래서 궂은 날씨는 운악산을 대신해 다시 또 찾으라는 당부인사라 여겼다. ⓜ
정상능선에서 볼 수 있는 명지산, 화악산, 연인산, 대금산, 화야산 등 가평군 일대 산들을 짙은 운무가 가려버렸다.
● 가평군방향 운악산 등산로 (소요시간 약4시간)
방향 표지판 1번이용 ( 권장코스 ) |
매표소- 방향표지판1번-눈썹바위- 미륵바위-병풍바위- 철사다리-만경대 |
방향표지판 2번이용 |
매표소- 방향표지판2번-눈썹바위-미륵바위-병풍바위- 철사다리- 만경대 |
방향표지판 3번이용 |
매표소- 방향표지판3번(민영환 바위밑)-눈썹바위- 미륵바위- 병풍바위- 만경대 |
절고개방향 이용 |
매표소-민영환 바위-현등사-코끼리바위-절고개-남근석바위-만경대 |
- 권장코스는 방향표지판 ① 코스정상까지등산하고 ③코스로 하산하시기비랍니다..
- 등산코스를 잘못잡으면 각종조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많습니다 .....(매년 2~3회발생)
- 눈썹바위 ~ 정상까지 코스는 위험코스로 음주산행은 절대금하고 여성등산객은 앞에서잡아 주고 뒤에서 바쳐 주어야 안전한 등산이 됩니다...
- 준비물은 등산화착용,목장갑, 아이젠(겨울철)등을 꼭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가져간 쓰레기나 버려진 쓰레기는 꼭! 되가져오셔서 매표소 입구에 적치장에 나두시기 바랍니다.
● 입 장 료 없음
● 포천시 방향 운악산 등산로 이용로 (소요시간 약 4시간)
+ 입장료없음
1.운주사출발
운주사 - 무지치폭포 - 신선대 - 대궐터 - 애기바위- 만경대
2.운악휴게소출발
운악산휴게소 - 운악사 -만경대
3.대원사출발
대원사 - 서름골 - ?소- 난절터 - 만경대
※ 주의사항
-권장코스는 방향표지판 ② 코스에서 ③ 코스로 하산하시기비랍니다...
-준비물은 등산화착용,목장갑, 아이젠(겨울철)등을 꼭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사다리와 로프가 많으므로 초등학생이하는 등산을 삼가는 것 이 좋습니다....
-가져간 쓰레기나 버려진 쓰레기는 꼭! 되가져오셔서 매표소 입구에 적치장에 나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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