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 정보

[봄맞이 수도권 전철 산행 | 1호선 가이드 온양온천역 봉수산] ‘천년의 숲’ 품은 금북정맥의 봉황

문성식 2012. 4. 22. 00:51
[봄맞이 수도권 전철 산행 | 1호선 가이드 온양온천역 봉수산] ‘천년의 숲’ 품은 금북정맥의 봉황
▲ 봉곡사 주차장에서 봉곡사로 들어서는 그윽한 천년의 숲길.

봉수산(鳳首山·535.2m)은 충남 아산시 송악면과 예산군 대술면에 자리한 산이다. 백제부흥운동의 임존성을 품은 예산의 봉수산과 이름이 같다. 아산 봉수산은 우리 산줄기에서 금북정맥에 속한다. 경기도 안성 칠장산에서 한남정맥과 갈라져 남서로 이어지는 금북정맥은 서운산~성거산~국사봉에 이르면 방향을 북서로 튼다. 이어 갈재고개를 지나 헬기장에 이르면 북동으로 광덕산 줄기를 분가시킨다. 헬기장에서 계속 북서로 이어지는 금북정맥이 약 6km 더 나아가 빚어 놓은 산이 봉수산이다. 봉수산은 동으로 광덕산, 서쪽으로 도고산을 마주 보고 있다.


봉수란 이름은 산세가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봉수산 정상이 봉황의 머리이고 봉곡사를 품은 갈매봉 일대가 왼쪽 날개, 남쪽의 천방산 줄기가 오른쪽 날개, 대술면 상황리의 갈막고개가 봉황의 허리가 된다. 따라서 봉수산은 봉황이 남북으로 날개를 펴고 바로 동쪽에 있는 광덕산을 향해 날아가는 멋진 형국이다.


봉수산은 숲이 좋은 대신 조망은 거의 없다. 볼거리는 아름드리 노송 군락으로 이뤄진 천년의 숲, 천년고찰 봉곡사, 남편을 기다리다 일생을 마감한 아낙네의 애환이 서린 베틀바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봉수산 산행은 세 가지를 모두 둘러보는 산길로 코스를 잡는 것이 요령이다.


등산로는 유구~공주 방면 39번국도가 지나가 대중교통편이 편리한 송악면 방면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이 방면에서는 오형제고개, 강정고개, 유구1리(봉곡사), 봉수사, 길상사, 각흘고개를 기점으로 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그중 추천하는 산길은 유구1리 봉곡사 입구를 들머리로 봉곡사~베틀바위~정상~남봉~각흘고개 코스다. 예전에는 정상에서 약수암(봉수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산기맥과 설광봉도(설화산~광덕산~봉수산~도고산) 종주 코스 개발 덕분에 봉수산 정상에서 각흘고개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발견됐다. 이 능선은 봄철이면 진달래가 만발하기에 4월 산행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산행 거리는 약 7.5㎞, 4시간쯤 걸린다.


▲ 봉수산의 명소인 베틀바위. 바위 위가 마당처럼 넓고 바위 아래에는 굴이 있다.

온양온천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유구1리 봉곡사 입구에 내리면 산행이 시작된다. 여기서 봉곡사로 들어가는 천년의 숲은 수만 평 소나무 숲이다. 2004년 (사)생명의 숲으로부터 자연경관과 문화역사적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천년의 숲’에 선정(장려상)됐다. 수백 년생 노송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숲은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듬뿍 선사한다. 그런데 이곳 소나무를 자세히 보면 밑동이 V자로 움푹 팬 자국이 나무마다 새겨져 있다. 이것은 1940년대 초반에 일제가 석유 대신 쓰려고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세월이 흘러 V자 상처는 꼭 하트 모양처럼 보인다.


주차장에서 10분쯤 가면 임도(1코스) 갈림길을 만나고 다시 숲길을 좀 걸으면 등산로가 갈린다. 2코스라 표시된 길이 베틀바위로 가는 길이다. 우선 계속 숲길을 따라 봉곡사를 구경한다. 절은 비구니 사찰답게 구석구석 깨끗하게 잘 손질되어 있다. 높이가 15m에 이른다는 향나무도 좋아 보이고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와 대나무 숲도 운치 있다. 봉곡사는 신라 진성여왕 원년(887)에 도선국사가 지었고 고려시대 ‘석암사’로 불리다 조선 정조 때 ‘봉곡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또한 봉곡사에서 다산 정약용(1762~1836)은 1795년 실학자들과 함께 공자를 논하고 성호 이익의 유고를 정리하는 강학회를 열었다고 한다. 1894년 7월에는 만공스님(1871~1946)이 ‘세상의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봉곡사를 구경하고 2코스로 들어서면 솔숲은 풍성한 활엽수림으로 변신한다. 밑동 굵은 느티나무가 많아 분위기가 좋다. 20분쯤 지나면 능선에 올라붙으며 베틀처럼 생긴 큼직한 바위를 만난다. 이것이 바로 베틀바위다. 바위 위가 마당처럼 넓고 바위 아래에는 굴이 있다. 난리가 났을 때, 피란민들이 여기서 살며 베를 짰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베틀바위 이후는 호젓한 능선길이다. 능선에는 나무들이 꽉 들어차 있어 원시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커다란 돌비석이 선 정상에서는 동쪽 나뭇가지 사이로 광덕산 줄기가 살짝 보인다. 느릅실 방향 하산은 정상 직전의 삼거리에서 오른쪽 봉수사 방향으로 내려서야 한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10분쯤 따르면 남봉에 닿는다. 삼거리인 남봉에서 각흘고개 이정표를 잘 확인하고 출발하자. 이어지는 능선은 인적 뜸한 무주공산이다. 탑골고개 사거리, 구만봉, 351봉 삼거리 등을 차례로 지나면 ‘어서 오십시오. 백제의 고도 공주입니다.’ 간판이 반기는 각흘고개에 도착한다. 봉수산 정상에서 각흘고개까지 4㎞, 1시간 30분쯤 걸리며 산행 내내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길 잃을 염려가 없다.


▲ 봉수산 개념도

교통 1호선 전철과 기차를 이용해 온양온천역에 내린다. 1번 출구로 나와 좌측 버스정류장에서 141번(1일 1회 07:05), 140번(1일 3회 09:05, 12:25, 18:25) 버스를 타고 봉곡사 앞(천년의 숲 주차장)에 내린다. 날머리인 각흘고개에서는 유구터미널→ 온양온천역을 운행하는 100번(각흘고개 도착 07:30 08:10 08:50 09:50, 10:30~19:30까지는 1시간 간격) 버스를 탄다.


숙식과 온천(지역번호 041) 온양 시내의 온양관광호텔(545-2141)과 온양팔레스호텔 (541-4811)은 물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온양관광호텔은 1991년 과거 행궁 자리에 세워졌고, 온천공(孔)에서 직접 온천수가 공급된다. 정조가 세운 영괴대, 세종대왕이 세운 신정비 등 문화재도 볼 수 있다. 신천탕(545-7777)은 1960년 국내 최초로 지어진 현대식 온천으로 가장 먼저 온천수를 퍼낸 온탕으로 유명하다. 온양온천역에서 5분 거리의 풍년상회(541-4811)는 고기류가 푸짐하기로 유명한 집이다. 아산온천지구의 낙원가든(541-6866)은 앉은뱅이 갈비탕을 잘하고, 염치읍의 큰고개식당(541-3391)은 생등심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