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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수도권 전철 산행 | 전철 1호선 온양온천역 영인산 르포] 아기자기한 암릉에 아산만 멋진 조망은덤

문성식 2012. 4. 22. 00:44
[봄맞이 수도권 전철 산행 | 전철 1호선 온양온천역 영인산 르포] 아기자기한 암릉에 아산만 멋진 조망은 덤
영인산자연휴양림~신선봉~상투봉~영인산자연휴양림 7.5㎞ 4시간
▲ 상투봉에서 바라본 영인산 전경. 왼쪽으로 연화봉이 보이고, 가운데 수목원 건물 뒤로 아산만이 아스라하다.

아산의 진산 영인산(靈仁山·363.6m)은 영인면과 염치읍, 인주면에 걸쳐 있는 충남의 명산이다. 산세가 험준하지만 사람이 전혀 다치지 않고, 산꼭대기에 우물이 있어서 가뭄이 들 때 기우제를 지내면 매우 영험하기에 ‘영인’이란 이름을 얻었다. 또한 아산의 지명을 낳은 것도 영인산이다. 영인산 기슭에 어금니 형상의 어금니바위(부처바위)가 있는데, 아산(牙山)의 ‘어금니 아(牙)’자가 이 바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괴석이 신기한 부처를 이루어 3년 동안 다섯 원(사또)을 갈려 보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금니바위’는 아산의 자존심 같은 존재로 추측된다.


영인산은 아산만은 물론 경기도 최남단 지역까지 훤히 굽어볼 수 있는 지형적 특징 때문에 우리 역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뎠다. 청일전쟁 때 일본군과 전쟁을 벌이기 위해 바다를 건너온 청나라 군사들이 아산만 갯벌로 상륙하는 광경을 지켜봤고, 6·25 전쟁 때에도 남북의 치열한 전투가 있었으며 미군이 37년 동안 주둔하면서 민간인 출입을 금지했었다. 그래서 영인산을 생각하면 서해를 바라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안쓰럽다. 하지만 1980년 말 미군 부대가 이전한 뒤 자연휴양림이 조성되면서 아산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아산의 산악문화를 이끌어가는 왕고참 산꾼 윤병준씨, 강창규(연예예술인협회)씨, 조명호(교사)씨를 영인산자연휴양림에서 만나 동행했다. 산행은 휴양림을 들머리로 깃대봉과 신선봉, 영인산성, 닫자봉과 상투봉을 두루 둘러보고 휴양림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잡았다. 영인산의 중턱에 자리한 영인산자연휴양림은 아산 지역 아웃도어 활동의 베이스캠프다. 이곳을 근거지로 시민들은 부담 없이 가족산행에 나서고,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은 임도 라이딩을 즐긴다.


▲ 영인산 개념도

‘아산이 깨지나 평택이 무너지나’
들머리는 휴양림 위쪽 주차장에서 이어진 수목원 입구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수목원으로 가는 길이 등산로다. 영인산 수목원은 2000년 대형 산불로 황폐화된 삼림을 복귀하고 시민에게 자연학습장을 마련하기 위해 2011년 개장했다. 수목원은 휴양림지구, 계곡학습지구, 습지학습지구, 중심활동지구, 산림복원지구, 산림박물관 등으로 나뉘고 워낙 방대한 규모이기에 둘러보기도 쉽지 않다. 수목원 안내판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수목원과 상투봉은 왼쪽 길이고 정상은 오른쪽을 따른다. 구불구불 흙길이 이어지고 모퉁이를 돌자 영인산의 주봉들인 신선봉, 깃대봉, 연화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필자에게 윤병준씨가 넌지시 묻는다.


“아산이 깨지나 평택이 무너지나 해보자는 말 들어봤어?” 


“아니오. 재미있네요. 아산과 평택이 라이벌이었나 봐요.”


“그게 아니야. 지금은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말로 쓰이지만, 본래는 청일전쟁 때 백성들이 자포자기식으로 절규했던 말이야. 아산은 청나라군, 일본군은 평택에 주둔했거든. 두 나라가 조선을 먹겠다고 여기서 싸웠잖아. 결국 아산이 깨지고 평택이 이긴 거지.”


재미있게 들리는 그 말이 아산과 평택, 나아가 우리 역사의 아픔이 상징적으로 녹아 있는지 정말로 몰랐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주봉들을 바라보니 마치 어금니처럼 보인다.


닫자봉 갈림길을 지나자 신선봉 남사면으로 나무데크로 만든 일명 ‘천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영인산성을 따라 무려 1,000여 개 이어진 계단으로 보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 닫자봉을 오르다 조망 좋은 암반에 올랐다. 맨 왼쪽부터 신선봉, 깃대봉, 연화봉이 이어진다.

“우리 신선봉에서 저리로 내려 갈 거야! 기대해.”


윤병준씨가 약 올리듯 말하며 앞장선다. 임도길은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인 산림박물관 근처에서 잠시 포장도로로 이어진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미군이 지었다는 넓은 헬기장이 나오는데, 여기가 흐느재다. 다시 길을 나서면 잠시 오솔길이 이어지다가 느닷없이 거대한 쌍둥이 탑을 만난다.


1998년 24m 높이의 규모로 연화봉에 세워진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이다. 영인산의 역사를 생각했을 때 상징적인 조형물은 필요하겠지만, 지나치게 크다. 영인산 주맥이 흐르는 산줄기를 파헤치며 꼭 저렇게 큰 탑을 세워야 했을까. 쩝~ 입맛을 다시며 아기자기한 암릉을 따라 오르면 깃대봉에 올라붙는다.


일장기 휘날렸던 깃대봉의 파란만장 역사
깃대봉은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이다. 깃대봉 직전 철조망이 둘러쳐진 작은 건물은 옛 탄약고이고, 정상에 대공포를 보관했던 건물은 잔해만 남아 있다.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군이 이 봉우리에 일장기를 꽂았다. 그래서 이름이 깃대봉이다. 정상 일대에서 나뒹구는 시멘트 덩어리 중에는 일장기를 받치던 기둥이 있을지도 모른다. 깃대봉에는 한자로 음각된 글자(영인산)가 새겨져 있다. 누가 언제 썼는지 알 수 없지만 척 보기에도 매우 잘 쓴 글씨처럼 보인다. 윤병준씨에 의하면 수백 년 전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 1 비교적 뚜렷하게 남은 영인산성은 백제 초기의 성으로 추측한다. 2 수목원 본관 온실 앞마당에서 이야기꽃을 피운 취재팀. 3 깃대봉 앞의 바위에 새겨진 영인산 글씨. 4 군부대 막사를 리모델링해 만든 신선봉 전망대.

깃대봉 조망은 봄날의 뿌연 안개로 바다 쪽이 희미하다. 윤병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북쪽으로 아산호를 건너면 평택시 안중읍이야. 북서쪽으로는 삽교방조제가 보이고, 멀리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와 함께 나타나지. 지금은 잘 안 보이네.”


깃대봉에서 영인산 최고봉인 신선봉까지는 옛 군부대에 깔았던 콘크리트 계단이 이어진다. 신선봉에는 거대한 잎사귀 모양의 세련된 전망대가 설치되었는데, 이 역시 한국군이 주둔하면서 만든 군사 시설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전망대 앞으로 너른 공터가 형성되었고, 여기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잠시 주저앉아 멀리 아스라한 삽교천을 바라다보는데, 남녀노소 많은 아산 시민이 신선봉을 거쳐 간다.


정상은 삼거리로 동쪽 급경사 길은 세심사 방향이고, 닫자봉으로 가려면 영인산성을 따라 이어진 ‘천계단’을 내려와야 한다. 가파른 경사의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 길에서 몸이 허공에 뜬 것 같다. 무릎에 좀 무리가 가지만 고도감으로 몸은 짜릿하다. 중간쯤 내려가자 돌을 고기비늘처럼 잘 다듬어 쌓은 영인산성 성벽이 나타난다. 영인산성은 백제의 초기 석성으로 추정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산마루에 옛 성 두 개를 연해서 쌓은 신성산성이 있는데, 그 북쪽 성은 돌로 쌓은 것으로 주위가 480척에 높이는 10척이며, 안에 우물 하나가 있는데 날이 가물면 이곳에서 비를 빈다. 그 남쪽 성은 흙으로 쌓은 것이 주위가 480척에 높이가 4척인데, 옛날에 평택 사람이 난리를 피하여 우거한 사실이 있어 평택성(平澤城)이라 이름했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 나오는 신성산성이 바로 영인산성이다.


▲ 1 연화봉에 세운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은 규모가 너무 크다. 2 상투봉에서 닫자봉으로 내려서는 길. 맨 왼쪽부터 영인산의 주봉인 신선봉, 깃대봉, 연화봉이 펼쳐진다.

영인산성을 내려오면 갈림길이다. 왼쪽 오르막을 따르면 다시 헬기장 만나고, 오른쪽 계곡을 따라 내려서는 길이 닫자봉 방향이다. 한동안 소나무 그득한 계곡길을 500m쯤 내려가면 닫자봉 입구가 나온다. 여기서 길은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급경사다. 그나마 중간중간 바위에서 조망이 열려 숨통이 트인다. 로프가 걸린 바위 지대에 올라서면 닫자봉 정상이다. 솔숲으로 뒤덮인 정상은 조망이 없고 넓은 평상이 놓여 있다. 평상에 앉아 한숨 돌리고 마지막 봉우리인 상투봉으로 향한다.


영인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상투봉
상투봉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급경사 계곡으로 내려섰다가 오르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산행 초반에 만난 임도를 타고 가는 길이다. 수월한 임도길을 따르면 수목원 중심활동지구의 본관과 온실을 지닌다. 이곳에 수목원 숲해설가가 상주하며 각종 생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온실을 지나면 수목원 습지학습지구를 거쳐 상투봉 가는 길에 오른다. 호젓하고 걷기 좋은 흙길이 이어지다 급경사 나무데크가 펼쳐진다. 가까이서 보니 상투봉은 전체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호흡하며 한발짝 한발짝 계단을 오르자 어느새 상투봉 정상이다. 정상은 전체가 나무데크로 깔려 있다. 상투봉은 주능선에서 500m쯤 떨어져 있어 영인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난간에 기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영인산과 아산만 일대를 조망하는 맛이 기막히다.


영인산은 주능선 상에 여러 채의 수목원 구조물과 연화봉의 ‘민족의 시련과 영광의 탑’ 등이 자리해 자연미가 좀 훼손된 상태다. 하지만 아산의 들녘과 아산만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빚어낸다. 무엇보다 아산 시민이 즐겨 찾을 수 있어서 좋다. 영인산은 그동안 아픈 역사의 무게를 짊어졌다. 이젠 ‘아산이 깨지나 평택이 무너지나’라는 말대신 ‘아산이 예쁜가 평택이 아름답나’하는 말이 생겼으면 좋겠다.


산행길잡이


온양온천, 아산온천, 도고온천


▲ 1 아산온천스파비스. 2 도고온천 파라다이스 스파.

아산은 작은 고을임에도 세 군데에서 온천이 솟을 정도로 온천으로 유명한 고을이다. 그중에서도 온양온천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의 하나다. 백제 때는 온정(溫井), 고려시대에는 온수(溫水), 조선시대 이후에는 온양(溫陽)이라고 불렸던 데서 알 수 있듯이 역사가 길다. 조선시대에는 태조·세종·세조 등이 이곳을 자주 찾았고, 특히 세조는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지 신천(神泉)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영조·정조도 온궁(溫宮)이라는 별장을 지어놓고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영인산에서 5㎞쯤 떨어진 아산온천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온천이다. 온천지구 내에는 온천시설과 더불어 워터파크, 눈썰매장 등이 조성된 온천테마파크 아산스파비스가 유명하다. 


도고면 기곡리에 위치한 도고온천은 유황 함유가 많은 온천이다. 신라시대부터 약수로 이름났으며, 다리를 다친 학이 도고온천에 담가 낫는 것을 보고 아픈 아버지를 데려와 낫게 했다는 소녀의 전설도 전해진다. 도고온천의 물은 위장병에 좋은 효과를 보이며, 그밖에 신경통, 관절염, 위장병, 부인병, 피부병 등에도 효과가 있다. 수온은 섭씨 26~30도 정도로 낮은 편이며 약알칼리성을 띤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도고온천에 반해 이곳에 별장을 마련했을 정도였고 사망하기 전날에도 이 지역에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산행길잡이 산행 코스는 영인산자연휴양림 들머리로 연화봉~깃대봉~ 신선봉~ 영인산성~닫자봉~상투봉을 종주하고 휴양림을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영인농협을 기점으로 세 가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는 휴양림 입구로 이동해 주차장 옆 산길을 타고 휴양림으로 오르는 능선길, 둘째는 영인향교에서 관음사를 거쳐 휴양림으로 오르는 길, 셋째는 영인향교에서 영인석불을 거쳐 수목원으로 오르는 길이다.


따라서 어느 길을 선택하든지 휴양림을 만나게 된다. 조망은 영인산 전경과 아산만 등이 어우러지는 상투봉이 가장 멋지고, 아산만과 서해대교 등을 조망하기에는 깃대봉과 신선봉이 좋다.


교통 1호선 전철은 용산역→온양온천역(첫차 06:56) 일반 전철이 약 2시간15분,
급행은 약 1시간50분 걸린다. 급행은 용산역이 시발지이며, 천안역에서 온양온천 경유 신창행 일반 전철로 갈아타야 한다(용산~천안 1시간25분, 천안~온양온천 17분 소요). 온양온천역에서 서울 방면(구로행)
막차는 평일 22시21분, 토요일 22시17분, 일요일 22시36분 출발.
온양온천역 041-545-7788,
철도콜센터 1588-7788.
기차는 용산역→온양온천역 새마을·무궁화·누리호가 30분~1시간(05:35~20:55) 간격으로 운행한다. 무궁화호가 1시간 30분 걸린다. 온양온천역 앞의 온양온천 버스정류장에서 600번, 601번, 610번 버스를 타고 영인농협에서 내린다.


▲ 1 영인산자연휴양림 숲속의집. 2 낙원가든의 앉은뱅이 갈비탕.

숙소(지역번호 041) 영인산자연휴양림(540- 2479)은 홈페이지(www.younginsan.co.kr)를 통해 매달 1일 오전 9시부터 다음 달 예약을 받는다. 이용료 6~30평 4만5,000~15만 원. 아산온천은 온천테마파크 아산스파비스(539-2000)가 가장 인기다. 온양온천은 온천이 나오는 온양관광호텔(545- 2141)과 온양팔레스호텔(541-4811)이 물이 좋다고 알려졌다.
신천탕(545-7777)은 1960년 국내 최초로 지어진 현대식 온천이다.


맛집(지역번호 041) 아산온천지구의 낙원가든 (541-6866)은 앉은뱅이 갈비탕으로 유명하다. 염치읍의 큰고개식당(541- 3391)은 생등심이 일품인 집이다. 법곡동 청댕이고개의 차마실(010-8335-8900)은 분위기 좋은 찻집으로 동동주로 뒤풀이하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