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한산 보국문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등산객들.
- 북한산 정릉 기점의 등산로는 정릉계곡을 중심으로 여러 가닥의 산길이 갈려나가는 형태를 하고 있다. 입구는 하나지만 산으로 들어가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 여러 갈래의 산길 가운데 역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정릉계곡길이다.
정릉 입구에서 쉐펠 등산장비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재씨는 “보국문으로 이어지는 계곡길이 가장 손쉬운 오름길”이라며 “계곡으로 올라 대성문까지 산성을 탄 뒤 영취사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원점회귀코스로 무난하다”고 말했다. 초보자도 쉽게 갈 수 있는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는 것이다.
정릉 버스 종점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산으로 들어가면 넓은 주차장이 나타나고 곧바로 지킴터가 보인다. 이곳을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신성천~형제봉~일선사로 이어지는 코스가 갈라진다. 계속해 조금만 더 가면 오른쪽으로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로 올라가는 찻길이 보인다. 이 도로는 칼바위 능선 끄트머리의 내원사까지 연결된다. 계곡을 따라 150m쯤 더 진행하면 제1휴게소가 나오고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 영취사를 경유해 대성문으로 연결되는 산길이 나타난다.
갈림길을 지나쳐 다리를 하나 건너면 왼쪽으로 깔끔한 화장실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팔각정이 자리하고 있다. 그 바로 위에 청수장이라고 쓰인 간판을 달고 있는 제2휴게소가 나타난다. 이제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정릉 입구에서 보국문으로 연결된 코스는 전형적인 계곡길이라 할 수 있다. 등산로 옆으로 정릉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고 짙은 숲이 하늘을 가린다.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폭염을 피해 이 골짜기를 찾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자연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숲과 물이 어우러진 산길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널찍한 공터가 보인다. 이곳에 벤치가 7개 설치되어 있어 잠시 숨을 돌리고 갈 수 있다. 비교적 손쉬운 길이 계속되고 오른쪽으로 도드라지게 솟은 칼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정릉 입구에서 출발해 30분 거리의 정릉2교를 건너면 길은 두 가닥으로 갈린다. 오른쪽 산길은 칼바위 능선으로 연결되고 왼쪽 계곡길은 보국문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보국문 1.2km, 정릉탐방안내소 1.3km’라고 표기된 이정표가 있다.
갈림길을 지난 계곡길은 20분 정도 평탄한 숲속을 통과해 진행한다. 계곡의 규모가 작아진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고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산길은 해발 400m 부근부터 고도를 급격히 높이며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골짜기를 파고든 산길은 급사면을 지그재그로 보국문을 향해 곧바로 치고 오른다.
- ▲ 돌을 깔아 잘 정비한 정릉계곡 오름길.
- 깊은 계곡에서 심산의 정취 느껴
- ▲ 정릉계곡 중간의 샘터 영천.
- 보국문은 북한산성에 있는 12개 문 가운데 하나다. 크고 화려한 누각은 없지만 능선 안부의 성곽에 자리 잡은 수수한 구조물이다. 보국문은 산속에 위치한 오거리다. 북한산성을 따라 연결된 길과 정릉계곡길, 북한산성 계곡길 등 모두 다섯 개의 길이 이곳에서 만난다.
보국문에서 대성문으로 가려면 남서쪽으로 뻗은 성곽길을 따라야 한다. 잘 정돈된 산성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중앙에 작은 바위가 튀어나온 보루가 있는 631m봉에 오른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변을 돌아본다. 이곳은 보현봉과 문수봉 일대의 바위산과 산성이 어우러진 풍광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다. 도심 조망도 멋져 촬영 포인트로도 그만이다.
보루에서 다시 주능선을 밟아 봉우리 두 개를 넘어가면 근사한 누각이 세워진 대성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성문을 통과해 남쪽으로 빠져나온 뒤 보현동 동쪽 사면을 타고 내려선다. 긴 계단을 지나 계속해 완만한 사면을 횡단해 내려가다 대성능선으로 갈려나가는 사거리에서 영취사 방면으로 방향을 잡는다.
영취사는 대성능선 남쪽의 아늑한 산자락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사찰이다. 이곳의 샘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쉬어갈 수 있다. 오고 가는 나그네들을 위해 긴 의자를 준비해두고 책까지 제공해 산중의 사색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장소다.
영취사를 지나며 다시 길은 급경사로 바뀌며 숲으로 빠져든다. 가파른 길이 끝나는 곳에는 영취천이라는 샘터가 있고 주민들이 운동을 즐기는 시설물이 보인다. 이후 잠시 완만한 길을 타고 가면 삼봉사 입구(입구에서 삼봉사까지 약 200m)가 나온다.
삼봉사 입구에서 유순한 길을 따라 진행하면 돌탑을 거쳐 청수천 샘터로 이어진다. 계속해 인공폭포인 청수폭포를 거쳐 정릉 입구로 연결된다. 산길은 때로는 두 가닥으로 흩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하나로 합쳐져 계곡에서 만나게 된다.
정릉 입구에서 주계곡을 통해 보국문까지 오르는 코스는 길이 약 2.5km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주능선길로 보국문에서 대성문까지는 0.7km로 30분이면 충분히 주파가 가능하다. 대성문에서 영취사와 청수천을 거쳐 정릉으로 내려서는 코스는 약 3.2km로 1시간20분이면 하산할 수 있다.
- ▲ (좌)정릉계곡 넓적바위 부근의 다리. 이곳을 건너면 칼바위 방면의 등산로가 갈려 나간다. (우)보국문에서 대성문 가는 도중에 거치는 북한산성길.
- 교통
정릉 입구는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택시를 이용하거나 버스로 환승해야 접근이 가능하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 환승역은 서울지하철 4호선 길음역으로 3번 출구로 나와 50m 앞 버스정류장에서 110, 143번 버스로 환승한 뒤 종점에서 하차한다. 길음역에서 정릉 종점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걸어서 정릉매표소까지 이동하는 데 5분 소요.
맛집
정릉 버스 종점 부근의 돼지할머니네(918-8198)는 이곳에서 영업을 한 지 30년이 넘는 순댓국집이다. 돼지사골과 머리고기를 가마솥에 넣어 고아 만든 국물 맛이 담백하다. 오랜 세월 정릉 입구를 지켜온 대표적인 식당으로 단골이 많다. 돼지국밥 5,000원. 선지해장국 5,000원.
정릉 버스 종점 바로 앞에 위치한 산장두부촌(919-1599)은 언제 찾아도 손님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손으로 만든 두부 맛이 일품으로 얼큰한 해물순두부가 인기다. 해물순두부6,500원.
/ 글 김기환 차장 사진 김승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