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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향기
지금까지 우리가 절에서든 교회에서든 보고
듣고 배운 것이 얼마나 많은가.
이 보고 듣고 배운 것만 가지고도
부처나 성인이 되고도 남는다.
보는 것, 듣는 것, 배우는 것,
그 자체만 갖고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종교적인 의미가 없다.
그것은 일상생활에 실행이 되어야 하고,
스스로 실천 할 수 있어야 한다.
종교는 이론이 아니다.
팔만 대장경이라 해도 그것은 이론서에 불과하다.
가이드북일 뿐이다.
그것을 가지고 실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자기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
행위 없는 이론은 공허한 것이다.
나 자신도 이런 얘기를 하면서 반성을 한다.
종교는 한 마디로 사랑의 실천이다.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일이다.
보살행, 자비행은 깨달은 후에 오는 것이 아니다.
순간순간 하루하루 익혀 가는 정진이다.
하루하루 한 달 한 달 쌓은 생의 축적이
마침내는 깨달음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부처의 전생 얘기를 들어보면 주로 두 가지이다.
보시와 인욕이다.
남에게 베풂, 어려움을 나눔, 눈도 뽑아주고
필요하면 팔도 잘라주고,
자기가 가진 것을 다 주어버린다.
상징적인 얘기이지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푼다.
또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인욕,
곧 욕된 것을 참는다.
그 결과 부처는 금생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지 않는가.
행의 결과인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내가 기독교 신자로서 불교신자로서
과연 그 가르침대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
아닌지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
신앙인들은 그런 물음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
그런 물음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감이 없다.
스스로 물어야 한다.
누가 나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내 행위에 대해서,
내 발끝을 돌아보듯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물음을 던져야 한다.
ㅡ 법정 스님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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