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神을 봤느냐?
어떤 이들은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어떻게 믿느냐?"고 말합니다.
이 문제는 인류 역사만큼 오래됐으며,
현 시대를 사는 우리도 한 번쯤 가져보는 의문입니다.
이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있다는 사람, 없다는 사람 그 누구도
자신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을테니까요.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神을 네가 봤느냐?"며 '볼 수 없음'에 근거를 둡니다.
사실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성경에서도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요한 1,18)고 말합니다.
하지만 보지 못했다고 해서 그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4대조, 5대조 조상을 뵌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존재하기에 4대조, 5대조의 존재를 의심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매일 무수한 소리와 영상을 접합니다.
하지만 소리와 영상을 안방까지 실어오는 전파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전파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결과를 보고
그 원인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유명한 미생물학자 파브르는 미생물 속에 깃든 생명의 신비에 감탄하면서
하느님이 없이는 이런 신비가 있을 수 없다고 감탄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느님은 믿음의 대상이지 과학적 의미의 지적 대상이 아닙니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알고 믿는 것이 믿음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사랑의 메시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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