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크리스토폴
힘이 매우 센 거인이 힘 자랑을 하고 다니던 중
덕망 높은 은수자를 만났습니다.
은수자는 거인에게 인생을 뜻깊게 살려면
남에게 봉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거인은 그날부터 물살이 센 어느 강가에서
강을 건너는 사람들, 특히 노약자들을
건네주는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밤, 거인이 곤히 자고 있는데
밖에서 거인을 부르는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눈을 비비며 밖에 나가보니 한 아이가
강 저편으로 건너가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한밤중이라 좀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 아이를 어깨에 올려놓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명히 어린아이를 어깨에 올렸는데,
점점 무거워지더니 강 중간에 이르렀을 때는
마치 온 세상 지구 덩어리를 지고 있는 듯 했습니다.
거인은 "웬 아이가 이렇게 무거워?" 하며
휘청거리다 그만 물속에 빠져버렸습니다.
거인이 "아이고, 살려주세요"하고 소리쳤더니,
뜻밖에도 아이가 거인을 물에서 끄집어내어
강 저편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거인은 놀라서 어깨 위의 아이를 쳐다보았습니다.
그아이는 태양같이 빛나는 얼굴의
아기 예수였답니다.
운전기사들의
수호천사 성 크리스토폴(St. Chrisophorus)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이름은 '그리스도를 나른 자'라는 뜻입니다.
크리스토폴은 겸손 아닌 교만으로,
봉사 아닌 남을 부려먹는 고자세로,
사랑 아닌 미움으로는 그리스도를
만날 수 없음을 말해 줍니다.
- 김수환 추기경 <사랑의 메시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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