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거인 크리스토폴 / 김수환 추기경

문성식 2011. 10. 2. 02:58

     
    
        거인 크리스토폴 힘이 매우 센 거인이 힘 자랑을 하고 다니던 중 덕망 높은 은수자를 만났습니다. 은수자는 거인에게 인생을 뜻깊게 살려면 남에게 봉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거인은 그날부터 물살이 센 어느 강가에서 강을 건너는 사람들, 특히 노약자들을 건네주는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밤, 거인이 곤히 자고 있는데 밖에서 거인을 부르는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눈을 비비며 밖에 나가보니 한 아이가 강 저편으로 건너가게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한밤중이라 좀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 아이를 어깨에 올려놓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분명히 어린아이를 어깨에 올렸는데, 점점 무거워지더니 강 중간에 이르렀을 때는 마치 온 세상 지구 덩어리를 지고 있는 듯 했습니다. 거인은 "웬 아이가 이렇게 무거워?" 하며 휘청거리다 그만 물속에 빠져버렸습니다. 거인이 "아이고, 살려주세요"하고 소리쳤더니, 뜻밖에도 아이가 거인을 물에서 끄집어내어 강 저편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거인은 놀라서 어깨 위의 아이를 쳐다보았습니다. 그아이는 태양같이 빛나는 얼굴의 아기 예수였답니다. 운전기사들의 수호천사 성 크리스토폴(St. Chrisophorus)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이름은 '그리스도를 나른 자'라는 뜻입니다. 크리스토폴은 겸손 아닌 교만으로, 봉사 아닌 남을 부려먹는 고자세로, 사랑 아닌 미움으로는 그리스도를 만날 수 없음을 말해 줍니다. - 김수환 추기경 <사랑의 메시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