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원시와 노안
김진호(45)씨는 최근 팔을 뻗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신문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이나 신문을 읽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 가까이 있는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는 것.
김씨는 "분명 노안이나 원시 둘 중 하나일 테지만 그 어느 것이라고도 믿기지 않았다"며 "40대에 벌써 노안이 왔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갑자기 원시가 생겼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황당해 했다.
그렇다면 과연 김씨의 경우는 노안일까, 원시일까? 정확한 것은 안과를 찾아 진단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 둘 다 가까운 글씨나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면 노안일 가능성이 크다.
원래 원시가 있었지만 증상이 경미해 모르고 지냈을 수는 있지만 없던 원시가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굳이 원시가 원인이라고 믿고 싶다면 원시에 노안이 겹쳤다고 볼 수는 있다. 그렇다면 노안과 원시, 어떻게 다를까.
◆원시(遠視)란
원시는 한마디로 눈의 굴절력에 비해 안구의 길이가 짧거나 안구의 길이에 비해 굴절력이 약해 생기는 굴절이상이다. 안구의 길이와 굴절력 둘 간의 균형이 맞지 않아 눈으로 들어온 평행광선이 망막 뒤에서 초점을 맺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대부분 원시 상태(+2, +3 디옵터)로 태어나지만 성장하면서 안구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져 정시 상태가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눈의 굴절력과 안구의 길이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원시 또는 근시로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원시라도 증상이 경미하거나 조절력이 좋으면 가까운 사물을 잘 볼 수도 있다. 실제 어리거나 젊을 땐 원시가 있어도 원시인 줄 모르거나 오히려 눈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젊었을 땐 수정체의 조절력이 좋아 망막에 상을 맺도록 할 수 있어 먼 곳도, 가까운 것도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 및 특징
원시가 심한 경우 가까운 것을 볼 때 초점을 맞추기 위해 조절을 더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눈이 피로하게 되고 눈의 통증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러한 증상 때문에 책 읽기가 싫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원시가 심하지 않을 경우엔 특별한 자각 증상이나 불편 없이 생활하기도 한다. 또 원시가 있으면 보통 가까운 사물이 잘 보이지 않지만 전체적인 조절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도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원시의 경우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게 특징이지만 특히 7세 미만 어린아이에게서 원시가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6세 전에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어린아이의 경우 원시가 있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물을 가까이에서 보거나 찡그리거나 실눈 또는 사시처럼 볼 땐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
특히 고도 원시의 경우 사시나 약시가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안과에서 치료 및 안경을 처방받는 게 좋다.
◆노안이란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눈 속에 있는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나타나는 조절 장애다. 정상 시력의 경우 초점이 먼 곳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독서 등 가까운 곳을 볼 땐 자동으로 초점이 근거리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를 조절하는 수정체가 나이가 들면서 굳어져 탄력성을 잃어 제대로 조절되지 못하는 것이다.
수정체 양 옆에 붙어 있는 모양체근이 수축하면 수정체가 두꺼워져 가까운 것을 보고 이완되면 수정체가 얇아지면서 먼 곳을 보게 되는데 모양체근의 탄력성과 수축성이 약해지면서 가까이 있는 사물을 또렷하게 보지 못하는 노안이 발생하는 것.
눈을 카메라에 비유하면 수정체는 렌즈, 망막은 필름, 홍채는 조리개, 모양체근은 손이나 자동초점 카메라의 이동렌즈 모터에 해당하는데, 노안의 경우 줌 렌즈가 고장나 가까운 것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다.
◆증상 및 특징
노안의 경우 흔히 50대 중·후반이나 60대가 돼야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40대부터 나타나는 게 정상이다. 보통 40세가 넘으면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지만 개인의 굴절 및 건강 상태, 습관 등에 따라 증상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실제 책이나 글씨를 많이 보는 사람이나 책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는 습관이 있는 경우 노안이 더 빨리 나타난다. 가까운 사물이 희미하게 보이고 눈이 침침해지면 노안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어두운 곳이나 피로할 때 증상이 더 심해진다.
노안이 생기면 가까운 곳을 보다 먼 곳을 볼 때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이는 초점 이동이 늦어 초점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지 노안 때문에 먼 곳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노안엔 돋보기나 다초점 안경이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엔 레이저 시술, 다초점 하드렌즈, 백내장 수술과 병행하는 다초점 안구내렌즈 등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노안 증상을 늦추기 위해선 평소 책을 한꺼번에 또는 가까이에서 오래 보는 습관을 고치는 등 올바른 독서 및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이호준기자 도움말·김숙영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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