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은 삶

어머니 말씀

문성식 2024. 10. 10. 18:30




    ◆ 어머니 말씀 ◆ 세수는 남 보라고 씻는다냐 ?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싶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것이 얼마나 가겠냐 만은 날마다 새 날로 살아라고 아침마다 낯도 씻고 그런거 아니냐.. 안 그러면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낮을 왜 만날 씻겠냐 ? 고추 모종은 아카시 핀 뒤에 심어야 되고 배꽃 필 때 한 번은 추위가 더 있다. 뻐꾸기가 처음 울고 세 장날이 지나야 풋보리라도 베서 먹을 수 있는데, 처서 지나면 솔나무 밑이 훤하다 안 하더냐. 그래서 처서 전에 오는 비는 약비고, 처섯비는 사방 십리에 천석을 까먹는다 안 허냐. 나락(벼)이 피기 전에 비가 쫌 와야 할텐데.... 들깨는 해 뜨기 전에 털어야 꼬타리가 안 부서져서 일이 수월코, 참깨는 해가 나서 이슬이 말라야 꼬타리가 벌어져서 잘 털린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든 살펴봐 감서 해야 한다. 까치가 집 짓는 나무는 베는 것 아니다. 뭐든지 밉다가 곱다가 허제. 밉다고 다 없애면 세상에 뭐가 남겠냐? 낫이나 톱 들었다고 살아 있는 나무를 함부로 찍어 대면 나무가 앙 갚음하고, 괭이나 삽 들었다고 막심으로 땅을 찍으대면 땅도 가만히 있지 않는것이다. 세상에 쓸데 없는 말은 있어도 쓸데없는 사람은 없는것이다. 나뭇가지를 봐라. 곧은 건 괭이자루, 휘어진 건 톱자루, 갈라진 건 멍에, 벌어진 건 지게, 약한 건 빗자루, 곧은 건 울타리로 쓴다. 나무도 큰 놈이 있고 작은 놈이 있는 것이나, 야문 놈이나 무른 것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람도 한가지다. 생각해 봐라. 다 글로 잘 나가먼 농사는 누가 짓고, 변소는 누가 푸겠냐? 밥 하는 놈 따로 있고 묵는 놈 따로 있듯이, 말 잘 하는 놈 있고 힘 잘 쓰는 놈 있고, 헛간 짓는 사람 있고, 큰 집 짓는 사람 다 따로 있고, 돼지 잡는 사람, 장사 지낼 때 앞소리 하는 사람도 다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나라도 없어봐라. 그 동네가 잘 되겠냐. 내 살아보니 그닥시리 잘난놈도 못난 놈도 없더라 허기사 다 지나고 보니까 잘 배우나 못 배우나 별 다른 거 없더라. 사람이 살고 지난 자리는, 사람마다 손 쓰고 마음 내기 나름이지, 많이 배운 것과는 상관이 없는 갑더라. 거둬감서 산 사람은 지난 자리도 따뜻하고, 모질게 거둬들이기만 한 사람은 그 사람이 죽고 없어지도 까시가 돋니라. 어쩌든지 서로 싸우지 말고 도와 가면서 살아라 해라. 다른 사람 눈에 눈물 빼고 득 본다 싶어도 끝을 맞춰 보면 별 거 없니라. 누구나 눈은 앞에 달렸고, 팔다리는 두개라도 입은 한 개니까 사람이 욕심내 봐야 거기서 거기더라. 갈 때는 두손 두발 다 비었고. 말 못하는 나무나 짐승에게 베푸는 것도 우선 보기에는 어리석다 해도 길게 보면 득이라. 모든게 제 각각, 베풀면 베푼대로 받고, 해치면 해친 대로 받고 사느니라 그러니 사람한테야 굳이 말해서 뭐하겠냐? 내는 이미 이리 살았지만 너희들은 어쩌든지 눈 똑바로 뜨고 단단이 살펴서, 마르고 다져진 땅만 밟고 살거라. 개는 더워도 털 없이 못 살고, 뱀이 춥다고 옷 입고는 못 사는 것이다. 사람이 한 번 나면, 아아는 두번 되고 어른은 한 번 된다더니 어른은 되지도 못하고 아아만 또 됐다. 인자 느그들 아아들 타던 유모차에도 손을 짚어야 걷는다니. 세상에 수월한 일이 어디에 있냐? 하다 보면 손에 익고 또 몸에 익고 그러면 그렇게 용기가 생기는 것이지 다들그렇게 사는 것이다.... = 임태주 시인의 어머니가 남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