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렸다, 다르다
부부가 같이 살다 보면
두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걸
알게 되지요.
남편은 아내가 차린 음식을 먹고는
‘싱겁다. 이것도 간이라고 맞췄냐?’
하지만 아내는 똑같은 걸 먹고도
‘간이 딱 맞는데 뭘 그러냐?’고 하기도 합니다.
같이 살아보면 이렇게 전부 다릅니다.
남편은 샤워하러 들어갈 때
옷을 벗어서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들어가는데,
아내는 그 벗은 옷을
차곡차곡 개서 쌓아놔야
되는 사람이 있고,
남편은 젖은 수건도
말렸다 또 사용하는데,
아내는 1번 사용한 젖은 수건은
무조건 빨래통에 집어넣는 사람도 있고요.
이렇게 소소한 걸로
두 사람을 비교해 보면
100가지, 1000가지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건 두 사람이 결혼해서
함께 사는데 필연적으로 따르는 요소입니다.
그러니까 부부사이에서는
‘나와 배우자의 얼굴이 다르듯이
서로의 취향, 믿음,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걸 이해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늘 주인되는 삶
늘 우리가 처한 삶의 현실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 관점을 어떻게 주인 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두고도
주변 강대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탓을 하면
그 입장이 초라해집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 속에서도
‘식민지 시대보다는 낫다,
독립운동은 목숨을 걸고 했어야 됐는데
통일운동은 목숨까지는 안 걸어도 된다.
군사정부 때보다는 낫다.
민주화운동은
자칫 감옥에 가기 일쑤였는데
통일운동은 감옥에는 안 가도 된다’라고
현재의 유리한 조건에 초점을 맞추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그러니 ‘안 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뭐든지 안 될 조건이지만,
‘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되고도 남는 조건입니다.
제 강연에서도 개인 질문과 사회 질문을
함께 이야기하는 이유는
개인 문제와 사회 문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개인의 문제 속에서도
세상사는 지혜를 찾을 수 있고,
세상의 문제를 가지고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내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냥 내려 놓는 것
어떤 사람이 왼손에 불덩이를 쥐고
뜨겁다고 고함을 칩니다.
"뜨거우면 내려놓으세요."
"어떻게 내려놓습니까?"
"그냥 내려놓으세요."
"그냥 어떻게 내려놓아요?"
이 사람은 말로는 놓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은 놓고 싶지 않은 거예요.
방법을 몰라 못 놓고 있는 게 아니라
놓기 싫어서, 갖고 싶어서
안 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없이 이렇게 말하죠.
"그럼 오른손으로 옮겨보세요."
그제야 얼굴이 환해지면서
왜 이런 좋은 방법을
이제야 알려주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금세 또 오른손이 뜨거워
못살겠다 아우성칩니다.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기는 것은
그저 하나의 임시처방일 뿐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뜨거운 줄 알면
그냥 놓아버려야 합니다.
내려놓으면 된다는 것을 알아
그냥 내려놓아본 사람은
이미 이전과는 다른 사람,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 법륜 스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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