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인간이 되기 위해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불성(혹은영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자기에게 주어진
그 힘(생명력)을 제대로
쓸 줄을 알아야 한다.
그 힘을 바람직한 쪽으로
잘 쓰면 얼마든지 창조하고 형성하고
향상하면서 삶의 질을
거듭거듭 높여갈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은 생명력을 가지고도
한 생각 비뚤어져 잘못 써 버릇하면,
그것이 업력(業力)이 되어
마침내 자기 자신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이 끝없는
구렁으로 떨어져버린다.
똑같은 생명력이라도
서로 다른 지배를 받아
한 장미나무에서 한 갈래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고, 다른 갈래는 독이
밴 가시로 돋아난다.
도덕성이 결여되었거나
삶의 목적이 합당치 못한 일은
아무리 그럴듯한 말로
늘어놓는다 할지라도
올바른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사람은
하나하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그가 의식을 하건 안하건
둘레의 대기에 파장을 일으켜
영향을 끼치고, 착하지 못한 말과 행동은
또한 착하지 못한 파장으로
어두운 영향을 끼친다.
사람은 겉으로는 강한 체 하지만
속으로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다.
우리 자신이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또한 다른 사람의
상처를 건드려 고통을 주는 일이 적지 않다.
우리는 순간순간 내게 주어진
그 생명력을 값있게 쓰고 있는지를,
아니면 부질없이 탕진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줄을 알아야 한다.
삶의 양을 따지려면
밤낮없이 채우는 일에만
채우는 일에 급급하겠지만,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비우는 일에 보다 마음을 써야 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밤,
풀벌레소리에 귀를 모으면서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 본 것이다.
오로지 인간이 되기 위해서...
= 법정 스님의<물소리 바람소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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