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종점에서
살 만큼 살다가
삶의 종점에 다다랐을 때
내게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내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때 맡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물질이든 명예든
본질적으로 내 차지일 수 없다
내가 이곳에 잠시 머무는 동안
그림자처럼 따르는 부수적인 것들이다.
진정으로 내 것이 있다면
내가 이곳을 떠난 뒤에도
전과 다름없이 남아 있는 것들이어야 한다
그러니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내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내가 평소 타인에게 나눈 친절과
따뜻한 마음씨로 쌓아 올린 덕행만이
시간과 장소의 벽을 넘어 오래도록
나를 이룰 것이다
따라서 타인에게 베푼 것만이
진정으로 내 것이 될 수 있다
옛말에 '아무것도 가져 가지 못하고
자신이 지은 업만 따를 뿐이다'라고
한 뜻이 여기에 있다
간디는 일찍이 이와 같이 말했다
'이 세상은 우리들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
나누는 일을 이 다음으로 미루지 말라
이 다음은 기약할 수없는 시간이다.
= 법정 스님 글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