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너무 서두르면 영혼을 잃어

문성식 2022. 4. 6. 06:12


        너무 서두르면 영혼을 잃어 물리적인 시간은 타의적이고 외부적입니다. 그러나 심리적인 시간은 자기적입니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져 있습니다. 시계가 시간을 만드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흔히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말을 합니다. ‘세월이 약이겠지요’라는 말처럼. 그러나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말에 속지 마십시오. 시간 자체는 어떤 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거기엔 망각이 있을 뿐입니다. 모진 마음을 먹었다가도 세월이 지나가면 풀리며 망각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초기 아프리카를 탐험한 유럽인들의 경험담입니다. 이 이야기는 회교 신비주의 수행자인 ‘수피’의 우화에 실려 있습니다. 한 탐험가가 밀림을 뚫고 목적지를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짐을 운반해줄 세 사람의 원주민을 고용했습니다. 그들은 사흘 동안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서둘러서 밀림을 뚫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사흘째 되던 날 짐꾼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더 움직이려하지 않았습니다. 탐험가는 잔뜩 화를 내며 예정된 날짜, 시간까지 목적지에 꼭 도착해야 한다며 짐꾼들을 재촉했습니다. 그러나 이 원주민들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탐험가는 원주민 한 사람을 붙들고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지금껏 잘 오다가 갑자기 주저앉은 이유가 뭐냐’고. 그랬더니 그 원주민은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곳까지 제대로 쉬지도 않고 빨리 왔습니다. 우리는 영혼이 우리를 따라 올 시간을 주기 위해 이곳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허둥대며 쫓기듯이 오느라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말을 다른 말로 하자면 정신없이 쫓겨 온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속도와 효율성만 내세우다가 영혼을 상실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습니다. 속도와 효율성은 냉혹한, 비인간적인 것입니다. 너무 서두르다 제정신을 차리지 못해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며 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차분히 생각하며 행동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데 계속 쫓기다보면 엉뚱한 곳으로 뻗어 나가게 됩니다. 원주민들의 표현대로 무슨 일에나 영혼이 따르지 않으면 불행해집니다. 바삐 서두르는 사람은 제정신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살고 있습니다. 불행하기 위해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세상인데, 카드 빚을 갚으려고 자신을 낳아 길러준 어머니를 살해하는 이 막된 세상에서 삶의 기준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무엇보다 먼저 마음의 안정을 이뤄야 합니다. 마음의 안정이 없으면 모든 것이 뒤틀립니다. 마음이 안정돼야 사람의 도리를 생각할 수 있고 주위의 사물을 제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 법정 스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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