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은 가늠할 수가 없다. 방금 밥을 먹어 배가 부른데도, 간식 등 좋아하는 음식을 보면 또다시 허기가 진다. 그래서인지 '성욕이 채워지지 않으면, 식욕이 올라간다', '스트레스받으면 배고프다' 등 식욕에 관련된 속설이 많다. 과연 사실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성욕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배고프다?
성욕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실제로 배가 고플 수 있다. 뇌의 시상하부에는 욕망에 관여하는 포만중추가 있다. 이 중추는 식사, 섹스 등 모든 욕망의 신호 체계를 망라해 관리한다. 중추 겉면에는 단백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다. 특히 식욕을 누르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CART 단백질과,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NPY 단백질에 의해 조절되는데, 두 단백질 중 더 많이 분비된 쪽이 수용체를 차지한다. 성욕이 채워지지 않으면 NPY 단백질의 힘이 세져 포만중추를 차지하고, 우리 몸은 포만중추의 배고프다는 신호에 의해 식욕을 느끼게 된다.
◇스트레스받으면 배고프다?
스트레스를 계속 받으면 배가 고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속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다. 코르티솔은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힘을 약화한다. 충분히 식사량을 채워 렙틴이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도, 몸속 세포 수용체에서 이 명령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식, 폭식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더 큰 문제는 영양 공급이 아닌 스트레스 해소, 쾌락을 얻기 위해 음식을 찾는 행위가 습관이 되면 '음식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 중독에 빠지면 정상적인 뇌 회로 시스템이 망가져 음식 섭취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점점 많이 먹게 되며, 음식을 먹지 않으면 초조한 금단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스트레스를 폭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
◇목마르면 배고프다?
목이 말라도 식욕이 증가할 수 있다. 우리 뇌는 오래도록 목마름이 지속하면, 갈증을 배고픔으로 착각한다. 물이 크게 모자라면 당연히 극심한 갈증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수분이 1~2% 정도만 부족한 상태로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탈수증이 생기면 몸이 여기에 적응해 버려, 뇌는 목마르다고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그저 몸에 뭔가 부족하다고만 착각해 음식을 먹으라고 신호를 보낸다. 만성 탈수증은 식욕을 왕성하게 해 비만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혈액 순환이 잘 안 되고 세포에 영양소가 잘 전달되지 않아 피로, 무기력, 면역력 감소, 두통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물 섭취량인 1.5~2ℓ는 마시도록 해야 한다.
◇나이 들수록 입맛이 떨어진다?
나이가 들면 입맛이 없어져 식사를 제때 챙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위의 탄력이 떨어져 음식을 제대로 내려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십이지장에서 분비되는 식욕 억제 호르몬인 콜레시스토키닌 혈중 농도는 높아지고, 식욕을 돋우는 노르에피네프린 호르몬은 감소한다. 후각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식욕 저하의 원인이다. 65~80세의 60%, 80세 이상의 80% 이상은 50세 미만과 비교해 후각 기능이 10% 밖에 남아 있지 않으므로 음식 섭취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다만, 식욕이 떨어진다고 밥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영양 상태가 불균형해져 면역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입맛이 없더라도 제때 끼니를 챙겨 먹도록 노력해야 한다.
◇잠 부족하면 배고프다?
잠이 부족하면 자극적인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된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팀에 의하면 하루 6시간 이상 잠을 못 자면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은 늘어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 부족이 식욕을 올리는 것이다. 특히 자극적인 음식이 끌리게 된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뇌의 전두엽 활동은 둔화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식욕을 관장하는 편도체는 강력하게 반응해 인스턴트 등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욕구가 올라간다. 실제로 잠을 충분히 못 잔 날은 잘 잔 날 보다 초콜릿, 감자칩 등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선택해 평균 600Kcal 더 먹게 된다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 결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