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날씨가 춥지만, 차가운 공기가 주는 상쾌함과 겨울 산만이 보여주는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산행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등산은 근육을 강화하고 심폐 기능, 혈액순환에 도움을 줘 다양한 건강 효과를 내지만 뜻밖의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겨울에는 몸의 활동량이 줄고 근육, 인대 등의 유연성이 떨어져 부상 위험이 높다. 겨울 산행을 안전하게 즐기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몸 풀릴 때까지 충분히 스트레칭 해야
겨울 산행 전에는 준비운동을 반드시 해야 하며, 특히 몸이 풀릴 때까지 충분히 지속해야 한다. 등산 전 15~30분 스트레칭과 걷기, 제자리 뛰기 등으로 체온을 높이고 허리와 허벅지 뒤쪽을 충분히 스트레칭한다. 등산을 할 때 걷는 자세도 중요하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거나 뒷짐을 지거나 무릎을 짚은 반동으로 올라가는 것은 호흡, 관절에 모두 좋지 않다. 가슴, 무릎, 발끝이 직선이 되도록 서고 허리를 약간 편 상태에서 평지보다 좁은 보폭으로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는다는 기분으로 산에 올라야 한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임종엽 교수는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무릎과 발목에 더 큰 하중이 실리기 때문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며 “터벅터벅 걷지 말고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힌 채 양팔을 가볍게 흔들고, 무릎을 살짝 굽혀 보폭을 줄이는 것이 무릎과 발목 충격을 줄인다”고 말한다.
발목염좌 방치하면 관절염으로 악화
산행 중 발목이 삐었는데 이를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발목 인대가 약해져 발과 발목을 연결하는 뼈가 반복적으로 충돌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손상을 입은 연골은 점차 닳아서 없어지거나 변형이 되어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기에는 보조기를 이용해 일정 기간 발목을 고정시켜 부종과 통증을 줄여주고, 관절운동과 근육강화운동을 통해 늘어난 인대를 복구시켜 발관절의 안정성을 회복하는 치료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십자인대 파열도 되도록 빨리 치료받는 게 안전하다. 십자인대 파열은 산을 오를 때 빙판길에서 미끄러지거나 돌을 잘못 디뎌 무릎이 꺾이거나 뒤틀릴 때, 경사로에서 빠른 걸음으로 내려올 때 주로 발생한다. 십자인대는 양쪽 다리의 무릎관절 안에서 무릎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키고 정강뼈의 돌림을 제한하는 기능을 한다. 전방십자인대와 후방십자인대로 나뉜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이 오는 것은 물론 걷기 등의 운동을 지속할 수 없고 관절 속에 출혈이 발생해 손상 부위가 붓고 관절이 불안정해진다. 활동성이 적은 사람은 재활치료나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통하여 일상생활에 복귀 할 수 있지만 젊고 활동적인 사람들은 완전 파열로 진행되거나 무릎의 기능 저하로 인해 활동성이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양대석 교수는 “십자인대파열을 장기간 방치하면 무릎 관절이 불안정해져 관절 사이에 있는 연골이나 연골판이 손상된다”며 “이로 인해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관절염 등 이차적 무릎관절 손상으로 악화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상 입었다면 따뜻한 물에 담가야
산행 중 동상을 입은 환자가 있다면 즉시 환자를 따뜻한 장소로 옮기고 동상 부위를 40도 정도의 물에 20~30분 담그는 게 좋다. 갑자기 불을 쬐거나 뜨거운 물에 담그면 얼었던 부위가 급작스럽게 녹으면서 혈관벽을 손상시킬 수 있어 주의한다. 젖은 옷이나 신발은 벗기고 손가락이나 발가락 사이 습기를 제거하고 동상 부위를 높게 올려 통증과 부종을 최소화한다. 증상을 완화하려고 동상 부위를 주무르면 얼음 결정에 의해 오히려 피부 조직이 손상될 수 있어 자제한다.
동상은 피부가 심한 추위에 직접 노출돼 조직 안의 수분이 얼어 세포막을 파괴해 손상을 입는 것이다. 오랜 시간 산행을 해 추위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증상이 악화되기 쉽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손, 발, 귀, 코 등 신체 끝 부분에 잘 발생한다. 동상 초기에는 피부가 차가워지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이때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면 쉽게 완화되지만 심해지면 피부가 부어오르거나 통증이 심하고 수포, 물집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저체온증 의심된다면 따뜻한 음료 계속 마셔야
산을 오르는 중 저체온증이 발생한 경우 몸 안의 열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도록 하고 바깥에서 열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급선무다. 저체온증이란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졌을 때 우리 몸에 일어날 수 있는 증상들을 일컫는다. 저체온증에 걸리면 체내를 순환하는 혈액의 양이 줄고 말초혈관 저항이 높아지며 혈액의 점도도 높아져 혈액순환이 어려워진다. 이때 심장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져 심박동수와 심박출량이 줄고, 이는 부정맥을 유발해 심할 경우 심장마비를 일으킨다. 되도록 빨리 따뜻한 장소로 이동해 체온을 올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따뜻한 음료를 계속적으로 섭취하게 하며, 사지를 주물러주거나 여러 사람이 감싸주면서 체온이 오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서상원 교수는 “저체온증은 피부 체온보다 몸의 중심체온이 떨어진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므로 피부만 감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갑자기 몸을 뜨겁게 하면 오히려 급격한 온도 변화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몸을 천천히 녹여주어야 하고,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가까운 응급의료센터로 이송시켜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