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불어오니 툭툭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낙엽은 물들기 시작하고 가을바람
에 쓸려 날리기도 합니다. 계절의 변화는 바람결에서 시작된다고 하는데 가을이 묻어오면 사람들
은 아름다운 단풍을 찾아 떠나게 되겠지요. 올해는 단풍 절정 시기가 예년보다 열흘정도 늦어진다
는 소식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단풍과 어울리는 아름답고 섬세한 전통사찰 꽃살문도 함께 찾아보면 어떨까요.
아름다운 단풍 ⓒ이은정
단풍과 어울리는 꽃살문
전통사찰의 꽃살문은 소박하고 단순하고 따스한 정감이 서린 아름다움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진
리를 상징하는 꽃과 통로를 상징하는 문이 만나 탄생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름다운 단풍을 보면서 꽃살문을 만난다면 덤으로 받는 고마움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꽃살문은 불그스레한 빛을 내고 시간이 지나면 촘촘한 나이테 선에서 검은 빛을 내어 전체적으로
검붉은 질감을 보입니다.
그리고 꽃살문의 문틀과 문살이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나이테가 촘촘한 100~300년 된 춘양
목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꽃살문을 만들 때는 살과 한송이 꽃장식을 일괄로 조각한다고 합니다.
충남 논산 쌍계사 대웅보전(보물 제408호)꽃살문 ⓒ문화재청
내소사 대웅보전 꽃살문은 아름다운 꽃밭
우리나라 전통사찰중 꽃살문 장식의 최고라는 부안 변산반도 내소사(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268 )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을 찾아봅니다. 앞쪽 문에 달린 문살은 꽃무늬로 조각하여 당시의
뛰어난 조각 솜씨를 엿보게 합니다.
문가득 만개한 모란은 바람에 흩날리는 듯하고 싱싱한 국화는 정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탐스러운
연꽃 봉오리는 다소곳해 보입니다. 창호에 활짝 핀 꽃들은 꽃밭입니다. 목수의 정성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주변에 자연 단풍이 장식을 해주니 누렇게 변한 나무의 속살이 고색창연함을 더해줍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어도 나무 꽃의 화려함은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내소사 단풍ⓒ국립공원관리공단
내소사 대웅보전 꽃살문 ⓒ 이은정
☞찾아가는 길
부안군 부안읍(30번국도) →변산 →격포 →내소사 입구(좌회전) →내소사 일주문
용문사 대장전 윤장대 꽃살문
전국 사찰 가운데 용문사(경북 예천군 용문면 내지리 39)만이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는 회전식 장경각입니다. 윤장대(보물 제684호)는 불경을 넣어두는 책장으로 돌려가면서 책을 꺼내 볼 수 있도록 한것입니다.
불단 좌우에 하나씩 설치되어있는데 팔각으로 꽃살문을 팔각면에 장식하고 있습니다. 살구꽃,모란,연화,국화등이 일정한 모습이 정교하고 단정하게 보입니다. 꽃무늬의 문을 달아 화려한 불교 장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것입니다.
윤장대는 보존을 위해 묶여 있어 돌려 볼수는 없습니다. 대신 윤장대를 돌아보며 아름다운 꽃살문 하나하나를 감상하며 마음 속 윤장대를 돌려보면 되겠지요.
용문사 대장전 전경ⓒ이은정
윤장대 꽃살문 ⓒ이은정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예천I.C - 928번 지방도 - 용문사
섬세함이 뛰어난 성혈사 꽃살문
나한전(보물 제832호) 문창살은 순흥 땅을 굽어보고 있는 성혈사(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덕현리
277번지)의 상징입니다. 가파르고 좁은 산길을 한참 올라야 하고, 절집도 문살을 빼면 그다지 볼
품이 없지만, 문살 하나만 보러 가도 전혀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정면 창살에는 개구리, 학, 연꽃, 동자상, 물고기, 여의주, 기러기 등 다양한 형태의 문양이 어우
러져 있고, 섬세함이 뛰어납니다. 문살 앞에 서면 얼마나 깊은 불심이기에 이렇듯 공들여 깎아냈
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연꽃과 연잎 가득한 연못에 물고기가 노닐고, 그 물고기를 잡는 새, 연잎에 올라앉은 개구리, 연
꽃 줄기에 매달린 동자가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은 동화의 세계를 그린 한 폭의 민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아름답고 정겨운 꽃살문이다. 누가보아도 감탄사부터 터뜨릴 만한 정교하고 눈
부시게 아름다운 문살입니다.
소백산 단풍 ⓒ국립공원관리공단
민화를 보는것 같은 꽃살문 ⓒ이은정
상상의 날개를 펼친 듯한 여유를 주는 꽃살문 ⓒ이은정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 풍기나들목 - 931번 지방도 - 순흥 저수지 배점 갈림길 - 성혈사
꽃살문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요
꽃살문은 담담하고 편안한 느낌을 품고 있어 오래 접해도 물리지 않는 아주 독특한 미적 쾌감이라
고 할 수 있고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로 향하는 아름다운 통로입니다.
꽃살문을 보고 있으면 손이 많이 가고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과 목공의 섬세함과 지극한 예술혼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꽃살문은 소박하고 꾸밈이 없는 정서를 꽃살문속이 담아낸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그리고 한국적
미의식이 함께 이루어 낸 아름답고 차원 높은 건축 장식 미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제2기 문화재청 대학생 블로그기자단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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