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대부분은 현판이라고 하는 이름표를 갖고 있습니다. 궁궐과 관청, 서원 같은 곳에서는 유교경전의 구절을 따서 이름을 짓기도 하였습니다. 광화문 같은 경우는 서경(書經)에 나오는 '광피사표 화급만방(光被四表 化及萬方·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에서 이름을 따 왔습니다. 그리고 한옥 같은 경우는 지역의 이름을 넣거나 개인의 취향대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담양 소쇄원(명승 제40호)의 대봉대
봉황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뜻으로 성군이 나타날 때 나타나는 봉황을 통하여
성군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절 같은 경우는 다른 건물과 다르게 일정한 기준을 갖고 건물에 이름을 붙였답니다. 불교경전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이름을 지었기 때문에 절의 건물은 현판만을 보아도 그 건물 안에 누가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사찰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름을 중심으로 그 건물 안에 누가 계신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웅전, 영산전, 팔상전
첫번째로 대웅전입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석가모니께서 계시는 곳입니다. 석가모니는 산스크리트어인 Shâkyamuni를 음역한 것입니다. 대웅전의 대웅은 법화경에서 석가모니를 위대한 영웅이라 하여 대웅맹세존(大雄猛世尊)이라고 하는 말에서 따온 것입니다.
대웅전 외에도 석가모니를 모신 건물은 여러 곳이 있습니다. 이중 영산전은 석가모니가 설법한 곳인 영취산에서 따온 말이며, 팔상전은 석가모니의 생애를 8장면으로 묘사한 팔상도를 모신 건물에 붙이는 이름입니다.
해남 달마산 미황사(보물 제947호) 대웅전 현판
18세기 명필 원교 이광사의 글씨로 동국진체로 추사 김정희의 중국풍 서체와 달리
우리나라의 독특한 서체를 만들었다
보은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국보 제55호)
부처님의 생애를 8장면으로 그린 팔상도가 모셔져있다.
무량수전, 무량광전, 극락전, 미타전, 안양문
두번째로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무량수전입니다. 무량의 뜻은 끝이 없다. 양을 셀 수 없이 많다를 뜻합니다. 즉 무량수전의 수는 목숨을 나타내는 말로 수명이 끝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 무량광전은 무슨 뜻일까요? 바로 빛이 끝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이 수명과 빛이 끝없음을 나타내는 부처님은 아미타불, 아미타 부처님입니다. 산스크리트어 즉 범어의 아미타유스, 아미타브하라는 말이 기원이 되었는데 이 말의 뜻은 무한한 수명, 무한한 광명을 뜻합니다. 이것을 음역한 것은 아미타이고 의역한 것이 무량수, 무량광입니다.
아미타부처님은 서쪽의 극락세계에 사시는 부처님입니다. 그래서 건물이름을 극락전이라고 쓰기도 한답니다. 역시 극락과 같은 말인 안양이라고도 쓰는데 부석사아 불국사의 안양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영주 부석사 안양문과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의 현판
안양문의 무량수전 앞 누각 아래로 뚤린 문이다. 무량수전 현판은 공민왕의 글씨로 전한다.
대적광전, 대광명전, 비로전
세번째 대적광전입니다. 대적광전은 비로자나 부처님이 계십니다. 비로자나는 범어로 바이로차나라고 하며 이것은 태양을 뜻합니다. 태양은 큰 빛을 뜻하기 때문에 비로자나불을 대적광불, 대광명불 등으로 의역하여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건물 같은 경우에는 대적광전, 대광명전으로 부르며 그 절의 주불이 아닐 때에는 비로전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경주 기림사 대적광전(보물 제833호)
주불이란?
주불은 절에서 가장 중요하게 모시는 부처님입니다. 보통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로 모시지만 일부 다른 곳은 석가모니불이 아닌 다른 부처님을 주불로 모시기도 합니다. 부석사 같은 경우에는 아미타 부처님이 주불입니다.
그래서 해당 절의 주불을 모시지 않는 건물은 그 부처님의 명칭을 따라 이름을 짓는데 아미타불은 미타전, 비로자나불은 비로전으로 부릅니다. 불국사가 대표적인 예로 불국사는 석가모니와 아미타 부처님이 주불이기 때문에 비로자나불을 모신 건물은 대적광전이라 하지 않고 비로전이라고 합니다.
약사전
약사전은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약사불을 모시는 전각입니다. 보통 약사불을 주불로 모시는 곳이 적기 때문에 주불로 약사불을 모셔도 건물 이름을 약사전이라 붙입니다.
약사불은 아미타불과 달리 동쪽의 유리광세계를 담당하며 중생의 모든 질병을 고쳐주는 부처님입니다. 그래서 이 부처님은 한쪽 손에 약합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경주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보물 제136호)
손에 약합을 갖고 있는 약사여래입니다.
만약 건물에 모신다면 그 건물에는 약사전이라는 현판일 걸릴 것입니다.
대자보전, 미륵전, 용화전
미륵전에는 미륵불과 미륵보살을 모십니다. 지금까지의 건물들은 모두 부처님을 모시는 건물이었는데 미륵전 같은 경우에는 미륵불 혹은 미륵보살을 모십니다.
왜 미륵은 부처님과 보살로 나뉠까요? 부처와 보살의 차이는 보살은 깨달음을 얻기 전의 부처를 칭하는 말입니다. 미륵보살은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고 56억 7천만 년 후에 용화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교화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깨달음을 얻은 후와 깨달음을 얻기 전의 모습으로 나뉩니다.
건물의 이름으로 대자보전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이것은 미륵보살의 별칭인 자씨보살에서 따온 것이고, 용화전 같은 경우에는 미륵보살이 깨달음을 얻는 용화수에서 따온 것입니다.
금산사 미륵전
미륵불을 모신 건물로 위로부터 미륵전, 용화지회, 대자보전의 현판이 걸려있다.
사찰의 건물에는 여러 이름들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모습을 외우기는 어렵지만 건물의 이름만이라도 기억한다면 그 안에 누가 계신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찰에 가서 물어보세요.
"저 안엔 누가 있는지 알어?"
▲제2기 문화재청 대학생 블로그기자단 홍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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