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이용해서 계급질서를 반영하는 구성을 미학에서는 사회미 혹은 사회적 형식미라고 부른다. 동서양이 공통이다. 서양에서는 주로 고전 오더가 이런 역할을 한다. 독립원형기둥이 반원 벽기둥보다, 반원 벽기둥이 사각 벽기둥보다 각각 위계가 더 높으며, 같은 사각 벽기둥 사이에서도 절반 돌출이 사분의 일 돌출보다 위계가 더 높은 식이다. 사회미를 포괄적으로 정의하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회 질서, 도덕률, 법도 등의 문명 가치를 건축으로 표현해서 공고히 해주는 미학을 통칭하는데 동서양 모두 주로 계급 사회 때 강하게 나타난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지배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정치적 봉사의 성격을 띠기 쉽다.
한옥에 나타난 지붕의 위계 차이를 동양미학으로 환원하면 ‘예별이(禮別異)’의 유교 가치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별이’란 말 그대로 ‘예절은 차이를 구별하는 기능을 갖는다’라는 뜻인데, 계급질서를 바탕에 깐 유교가치의 대표적 예이다. 복장, 의복, 음식 등 일상생활의 모든 점이 계급에 따라 다른데 집도 그 중 중요한 요소였다. 집을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표현하고 홍보하는 통로로 활용한 경우이다. 하인 계층은 집의 구성에 나타난 차이를 보면서 자신의 계급적 처지를 깊이 깨달아 말썽 안 부리고 지배계급에 더욱 순종했을 것이며 같은 논리가 여성과 남성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사회적 안녕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어울림의 미학
사실 여기까지는 상식적인 얘기이다. 지위가 높고 재산이 더 많은 사람이 더 크고 더 화려한 집에 사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다. 문제는 이런 차이를 어떻게 조형적으로 다듬어내느냐에 있다. 한옥은 계급 차이를 강압으로 공고히 굳히는 것을 경계했다. 그 대신 ‘어울림’이라는 균형 잡힌 조형처리로 잘 풀어냈다. 구성원들 사이를 구획 짓거나 가르지 않고 서로 잘 어울리게 했다. 높은 위계의 공간이 낮은 쪽을 억누르거나 진압하지 않고 한 울타리 내에서 같이 어울리게 했다. 상하 구별이 분명하고 남녀가 유별했던 실제 생활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집을 기준으로 보면 이런 계급 구도를 중화시켜 최소화하고 싶어했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는 한국인 특유의 국민성이나 조형의식의 발로로 볼 수 있으며 그 바탕에는 유교의 또 다른 가르침인 ‘인(仁’)’의 정신과 이것을 ‘정’의 문화로 발전시킨 우리의 정서가 깔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