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가 이러니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간접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건물 높이와의 비율은 대부분 1~2.5 사이에 들어온다. 조금 타이트하게 느끼는 범위에서 편안한 에워쌈을 느끼게 해주는 범위 사이에 든다. 사랑채 앞마당은 트이면서도 일정한 에워쌈을 느끼고 안채 안마당은 다소 조이는 느낌이 든다.
한옥의 마당은 비어있다. 비워야 진정한 쓸모가 생긴다는 노장 사상의 가르침을 좇았다. 채가 꺾이고 분화하면서 여러 겹으로 나누어지는 공간의 켜 수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빈 마당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마당은 비어있는 것 같지만 채울 때도 있다. 물질로 채우지 않고 무형으로 채운다. 지붕 추녀를 하늘로 활짝 들어 울리는 것도 마당이 비었기 때문이다. 곡선의 리듬감으로 채운다. 거꾸로 이것을 그림자로 만들어 땅 위에 내려놓는 것도 빈 마당이 할 일이다.
댓돌은 빈 마당과 잘 어울린다. 형상부터 그렇다. 마당의 형상이 짜임새 있는 것 같으면서 어딘가 헐거워 편안한 느낌을 주듯이 댓돌도 그렇다. 반듯한 육면체를 유지하면서 돌의 안정감을 빼앗지 않지만 다듬다 만 듯 어딘가 엉성하다. 댓돌은 한국다운 떡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잔 계단 여럿으로 나눌 법한데 큰 덩어리 하나만 덩그러니 놓았다. 딱딱한 고형체인 돌을 해학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다운 조형의식의 좋은 예이다.
은진미륵이 그러하며 절 앞의 돌탑이 그러하다. 돌에 감성을 싣고 친근한 요소로 만든다. 돌은 물성이 너무 강해서 물욕과 인공성을 실을 경우 폭력적이 되기 십상인데, 일상 생활공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