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틈을 내주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장식과 화려한 마감을 절제해서 선비의 근검을 지켰지만 이것이 인정을 잃고 파르르한 결기가 되었을 때의 위험성을 잘 알고 온기를 품을 틈을 내준 것이다. 식구 구성원 각자, 즉 사람의 요구가 집의 전체 질서보다 우선시된다. 유교의 인의 정신에 기초한 한국다운 인본주의와 리얼리즘의 장면이다. 창문이란 방 안 사람이 방 밖에 대해서 필요로 하는 형편을 맞춰주기 위해 벽에 뚫는 구멍이다. 한국 사람들은 선험적 가치가 이런 현장의 필요성에 우선해서 사용자의 손해를 강요하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옥의 창은 그렇게 자유롭고 친근하게 난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그렇게 하는 것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
주제와 변주에 의한 구성미
그래서 한옥의 입면은 한국다운 어울림을 보여주는 또 다른 대표적인 장면이다. 전경이 3차원 덩어리들이 모여 어울린 결과라면 입면은 회벽, 기둥과 보, 창문 등 2차원 요소가 모여 어울림의 미학을 만들어낸다. 한옥 입면의 어울림은 추상미보다는 구성미에 가깝다. 구성미에도 종류가 있는데, 한옥에서는 창문의 위치와 크기를 자유롭게 낼 수 있게 되면서 주제와 변주에 의한 구성미가 나타난다. 큰 분위기는 공유하면서(=주제), 개별 요소들 사이에 세부적으로 차이를 줘서(=변주) 어울림의 효과를 구성미로 끌고 간다. 같은 창은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르지는 않아서 전체적으로 공통적 분위기가 유지된다. 통일성과 다양성, 동일성과 차이를 동시에 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