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제 봉행의 의미
“미련을 버리고 어서 극락 가세요”
다음 生 받기 전 눈-귀-코-혀-몸-의식 등 정화
■천도재 봉행 의미
천도재는 사자(死者)의 명복을 빌고 생자(生者)에게는 공덕을 쌓게 하기 위한 의식이다. 죽은 이의 영가가 생전에 지은 업장을 소멸하고, 생사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극락세계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영가를 위한 법회’의 총칭이다.
원래 천도재는 도교의 영향을 받은 의식으로 도교에서는 사람은 사후 10대 대왕에게 7일마다 한 번씩 일곱번의 재판을 받고, 사후 100일째 되는 날과 다음해 기일, 그리고 3년 탈상때 재판을 받아 각각 자신의 죄가를 치른다고 한다.
이것이 불교에 전래돼 3년 탈상때 까지 각각 49재와 백재, 소상재, 대상재를 지내며 각 재의 의미는 약간의 차이를 갖고 있다.
49재는 불교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영가 천도의식의 하나다. 사람이 죽은 후 눈-귀-코-혀-몸-뜻에 남아있는 감각의 잔재를 청소하는 기간을 각각 7일씩 42일로 계산하고 마지막 일주일 사이에 법문을 통해 심성을 깨우쳐 주기 위한 것으로 7일 마다 한번씩 일곱번의 제사를 지낸다.
백일재, 기재, 담재 역시 사후 영가는 이미 윤회하여 다음 생을 받았으나 그 감응은 여전히 받기 때문에 망자에게는 살아서 짓지 못한 공덕을 심어준다.
영가는 음식을 직접 먹지는 못하나 향기로 그 음식을 즐기며 이 음식들은 천도재가 끝난 후 스님들과 대중들께 공양됨으로써 천도재를 지내는 당사자로 하여금 대중과 승가에게 공양을 올리는 공덕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준비물-음식과 관욕용 대야 속옷 필요
천도재를 지낼 때 가장 신경써 준비해야 할 것은 음식과 관욕에 필요한 물건들이다.
가족이 직접 준비해야 하는 물품은 대야, 칫솔, 비누, 수건, 속옷, 옷 등으로 천도재 중 관욕에 사용된다. 음식 준비를 사찰에서 대신 해주는 경우도 있으나 유가족이 직접 준비함으로써 더욱 정성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도재를 지내는 동안 유가족은 팔관재계(八關齋戒)를 지켜야 한다.
팔관재계는 △생명을 죽이지 말 것 △남의 것을 훔치지 말 것 △음란한 행위를 하지 말 것 △거짓말을 하지 말 것 △술을 마시지 말 것 △꽃이나 향으로 몸을 꾸미지 말고 노래하거나 춤추지 말 것 △높고 넓은 큰 자리에 앉지 말 것 △때가 아니면 먹지 말 것을 뜻하며 흔히 말하는 ‘목욕재계’에서 ‘재계’란 이 여덟가지를 뜻한다.
■여러가지 천도재
천도재는 특정 망자의 업장 소멸을 위해 올리는 개인적 차원의 천도재와 다수의 망자를 위해 대중이 함께 올리는 대중적 의미의 천도재가 있다.
▷49재 망자의 사후 1주일마다 한 번씩 7번을 지내는 천도 의식. 망자의 영가에게 법문을 들려줌으로써 영가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지혜를 밝혀 다음 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형식에 따라 상주권 공재·각배재 그리고 가장 널리 알려진 영산재 등이 있다.
▷백재 사후 100일에 다시 한번 망자의 명복을 빌고 넋을 기리는 의식이나, 초상 때 신세를 졌던 사람들을 청해 공양을 올리는 기회라는 의미가 더 크다.
▷수륙재 물과 육지에서 외롭게 죽은 영혼들을 위해 지내는 천도재다. 중국 양나라 무제에 의해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전쟁의 역사가 많은 나라에서는 전쟁의 와중에 외롭게 죽은 고혼들을 달래기 위해 전국의 격전지 등에서 많이 치러진다.
▷우란분재 효도에 관해 설하고 있는 《우란분경》을 근거로 과거와 현재 7세의 부모를 위해 베풀어 지는 천도법회다. 하안거의 마지막 날인 음력 7월 15일(올해는 8월 14일)에 자자(自恣)를 마친 시방의 스님들께 공양함으로써 과거와 현재 7세의 부모에게 복락을 얻게 할 수 있다.
이날은 민간에서 농민들이 봄과 여름의 농사일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백중(또는 백종이라 함)과 같은 날이어서 흔히 백중재라고도 한다.
■천도재 봉행 순서
①시련(侍輦) 시방의 불보살님을 연으로 모셔 법요의 증명을 청하는 의식이다. 이중 특히 인로왕보살님을 모시어 영가를 도량으로 인도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도량 밖에 오방의 부처님 명호를 쓴 오방번과 인로왕보살의 깃대,연을 모시고 도량 마당으로 들어와 마당에 마련한 영단에 위패를 모신다.
②대령(對靈) 도량에 모신 영가를 접대하여 불보살님 전에 나아갈 차비를 하는 의식. 대령상을 차려놓고 다과와 음식을 진설한 뒤 영가를 위해 축원하며 차를 올린다.
③관욕(灌浴) 영가가 불보살님을 뵙기 전에 죄업의 때를 씻는 의식이다. 〈사진〉 관욕단을 차리고 병풍으로 가린 뒤 관욕단 안에서 대야에 물을 떠놓고 수건, 비누, 종이옷 등을 놓고 영가가 목욕한 후 옷을 갈아입는 의식을 행한다.
④법회(法會) 영가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려주는 의식으로 법주 스님은 천도 법문을 하시거나 독경을 한다.
⑤상단권공(上壇勸供) 상단에 모신 삼보님께 예배하고 공양을 올리며 영가에 대한 설법과 가피를 청하는 의식. 삼보통청(三寶通請)이라고도 한다.
⑥중단권공(中壇勸供) 중단에 모신 지장보살님과 도명존자, 무독귀왕에게 공양을 올리는 의식으로 지장청(地藏請)이라고도 한다. 신중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신중청(神衆請)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⑦시식(施食) 영가에게 부처님의 법과 음식을 베푸는 의식이다. 영단에 음식을 차려 영가와 모든 외로운 영혼 및 중생에게 대접하고 장엄염불 등 여러 가지 법문을 들려준다. 시식에는 관세음보살님의 법력으로 극락왕생을 하게 하는 관음시식과 환자를 구원하기 위해 베푸는 구병시식, 그리고 일반적으로 간소하게 하는 화엄시식(상용시식)이 있다.
⑧봉송(封送) 부처님의 법을 듣고 시식을 마친 영가를 떠나 보내면, 인로왕보살님이 영가를 극락세계로 인도하신다.
■위패 접는 법
①직사각형 종이를 대칭이 되도록 세로의 양쪽을 반씩 접는다.
②위 아래 부분을 삼각형 모양으로 접은 후 뒤로 접었다 펴준다.
③삼각형 안쪽의 종이를 겉으로 당겨 사각형으로 접는다.(위 아래 모두)
④삼각형 머리를 밑으로 내리며 직사각형으로 접는다.(위 아래 모두)
⑤머리부분의 맨 윗장을 삼각형으로 접어 올린다.(위 아래 모두)
⑥정사각형의 맨 윗장을 삼각형으로 접어 벌린다.(위 아래 모두)
⑦뒤집어 대칭이 되도록 세로의 양쪽을 반씩 접는다.
⑧맨아래 가운데의 벌어진 두 부분을 양쪽으로 벌려 받침대를 만든다.
⑨윗부분 양쪽에 있는 삼각형 두 개를 바깥으로 접어 머리를 만든다.
⑩중앙에 남은 좌우의 문을 바깥쪽으로 3분의 1씩 말아 접는다.
⑪위패 머리 중앙의 역삼각형을 위로 접어 올려 붙인다.
■천도재 일문일답
문:지은 업에 따라 과보를 받는데 천도재를 지냄으로써 그 과보를 피할 수 있나?
답:업에 따른 과보를 피할 수는 없지만, 천도재를 통해 영가 스스로가 생전의 죄업을 깨닫고 수행할 기회를 줌으로써 죄업의 과보를 면할 수 있다.
문:평소에도 염불-사경-독경하며 영가천도 기도를 하는데 천도재를 따로 지내야 하나?
답:천도재는 영가에게 경전을 읽어주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가로 하여금 업장을 참회하고 지난 생에 대한 집착과 번뇌를 끊도록 법문을 들려주는 의식이다.
문:매년 천도재를 다시 지내야 하나?
답:《지장경》에는 한 생의 부모·형제·가족 뿐 아니라 열 생·백 생·천 생의 부모·형제·가족도 천도재를 통해 천도할 수 있다고 설하고 있다. 반드시 매년 천도재를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조상의 천도와 공덕 쌓기 위해 재를 지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