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가톨릭 교리 / 19. 친교에 봉사하는 성사 - 성품성사와 혼인성사

문성식 2015. 6. 9. 12:56

가톨릭 교리

19. 친교에 봉사하는 성사 - 성품성사와 혼인성사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많은 갈림길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갈림길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느끼면서 어느 한 길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의 삶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도 합니다. 앞에서 배웠듯이 그리스도인의 삶에는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길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이 길을 선택하는 데는 하느님의 뜻이 작용합니다.

    성경 읽는 일과 격려하는 일과 가르치는 일에 힘쓰시오. 그대가 선물로 받은 그 거룩한 직무 곧 원로들이 그대에게 안수하며 예언해 준 말씀을 통해서 그대에게 맡겨진 직무를 등한히 하지 마시오. 이 직무에 전념하고 정성을 다하시오. …… 꾸준히 일을 해 나가면 그대 자신을 구원할 뿐 아니라 그대의 말을 듣는 사람들을 모두 구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1디모 4,13-16).
예수께서는 “처음부터 창조주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는 것과 또 ‘그러므로 남자는 부모를 떠나 제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리라.’ 하신 말씀을 아직 읽어 보지 못하였느냐?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하고 대답하셨다(마태 19,4-6).

    성품성사와 혼인성사는 다른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봉사하는 성사입니다. 이 성사들을 받는 이들은 그 고유한 사명으로 하느님의 백성에게 봉사하게 됩니다. 성품성사를 받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백성의 목자로 축성되는 것입니다. 한편 혼인성사를 통하여 신자들의 혼인이 견고하게 되고, 신자 부부는 혼인성사 생활을 통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의 구원에 봉사하게 됩니다.

 

성품성사의 의미와 효과
    성품성사는 하느님과 세상을 위하여 봉사하도록 특별히 선발된 사람들을 서품(敍品)하고 그들에게 직무를 수여하는 예식입니다. 세례성사를 받은 모든 신자는 일반적으로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신자들의 보편 사제직)합니다. 이 보편 사제직을 바탕으로, 특별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하느님의 백성에게 봉사하도록 서품된 사람들은 고유한 직무로서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직무 사제직)합니다. 성품성사 예식은 주교의 안수와 장엄한 축성 기도로 거행되는데, 이는 서품된 사람들에게 그 직무에 필요한 성령의 은총을 내려 주시도록 하느님께 청하는 것입니다. 성품성사를 받은 사제에게는 영적 표시인 인호가 새겨지기 때문에 평생에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습니다.

 

직무 사제직
    사제들이 교회와 세상 안에서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봉사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유일한 대사제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하느님 백성을 가르치고 지도하셨으며, 하느님께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하여 제사를 바치심으로써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완전한 중개자가 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명이 계승되도록 하느님께 제사를 거행하고(사제직), 하느님 백성을 돌보며(왕직), 복음을 선포하고 사람들을 가르치는(예언자직) 직무를 사도들에게 맡기셨습니다. 사도들 역시 예수님께 부여받은 이 직무들이 교회 안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도록 자신들의 후계자(주교)와 그 협력자(신부), 주교와 신부를 도와 줄 봉사자(부제)를 선발하여 기도와 안수로 직무를 수여했습니다(사도 6,3-6). 이러한 직무는 대대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성품성사의 세 품계
    직무 사제직은 예로부터 주교, 신부, 부제의 세 품계로 수여되었습니다. 주교는 충만한 성품성사를 받음으로써 주교단에 들게 되고, 그에게 맡겨진 개별 교회(교구)의 볼 수 있는 으뜸이 됩니다. 주교는 사도들의 후계자이며 주교단의 일원으로서 성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의 권위 아래, 사도적 책임과 교회 전체의 사명에 참여합니다.
    신부는 사제로서 지니는 품위는 주교와 같지만 사목직 수행에서는 주교들에게 딸려 있습니다. 신부는 주교의 협력자로서 주교를 중심으로 사제단을 형성합니다.
부제는 교회 봉사 임무를 위하여 서품되는 성직자로서 말씀의 봉사와 하느님 예배, 사목적인 지도, 자선 사업의 중요한 임무를 받습니다.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기꺼이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자유로이 독신 생활을 할 준비가 갖추어져 있고, 그 뜻을 공적으로 표명하는 세례 받은 남자에게만 주교가 성품성사를줍니다.

 

혼인성사의 의미와 효과
    세례성사를 받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이루는 혼인은 성사가 됩니다. 따라서 이들의 혼인 생활은 성사 생활입니다. 그러나 두 신자의 혼인이 교회에서 인정하는 유효하고 합법적인 성사가 되려면, 성직자와 2명 이상의 증인들 앞에서 자유로이 혼인 합의를 표명하여야 합니다.
    혼인성사 생활을 시작한 부부는 혼인성사를 이루기 전과는 달리 더 이상 인간적인 사랑이 아니라 성사적 은총을 가진 초자연적인 사랑을 나눕니다. 이는 서로 상대방을 구원할 수 있는 지극히 은혜로운 사랑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혼인성사는 다른 성사와 달리 부부 스스로 성사를 이룹니다. 이미 세례를 받기 전에 혼인한 부부가 세례를 받으면 그들의 혼인 생활도 성사가 됩니다. 이렇게 볼 때 혼인성사는 일회적으로 집전되는 다른 성사와는 달리 지속적인 성사입니다.
    혼인성사에 대한 가르침은 성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루어 한 몸을 이루게 하셨고, 그들에게 자녀를 낳아 번성하라고 복을 내려 주셨습니다(창세 1,27-28 참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혼인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인인 일부일처제(혼인의 단일성)에 있으며,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부부는 죽음 외에는 결코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혼인의 불가해소성)을 가르치셨습니다(마르 10,2-9).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어 당신을 희생하셨듯이 부부는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 서로 사랑하고 가정에 충실하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에페 5,25-32).

 

혼인의 목적과 특성
    하느님께서 친히 제정하신 혼인의 목적은 부부가 사랑으로 일치하고, 그 사랑의 열매인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입니다. 혼인의 특성은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입니다. 단일성은 일부일처제가 아닌 어떠한 다른 형태의 혼인도 배격합니다. 그러므로 중혼이나 축첩은 혼인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죄악입니다. 또한 혼인의 불가해소성은 부부가 서로 존경하며 신의를 지킬 것을 요구하기에, 유효하고 합법적으로 맺어진 혼인을 깨뜨리는 이혼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 부부의 혼인은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곧 부부의 사랑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단일한 사랑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몸을 바치시어 신부인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는 자신의 신랑인 그리스도를 끝까지 사랑하고 증언합니다. 그리스도와 교회가 갈라질 수 없듯이, 혼인의 서약을 한 부부는 죽음이 아니면 갈라질 수 없으므로, 신랑 신부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을 본받아 서로 사랑하고 자녀를 낳아 기름으로써 혼인의 서약을 완성하여야 합니다.

 

혼인에 관한 교회의 규정들
    교회는 혼인의 본질적 요소나 특성을 바탕으로, 혼인 당사자들과 새로 꾸며지는 가정을 보호하고자 혼인법을 정하여 놓았습니다. 신자가 교회의 혼인 예식을 따르지 않고 혼인하거나 교회의 허락(관면) 없이 비신자, 또는 타종교인과 혼인을 한다면, 교회법상 혼인 장애(조당)에 놓이게 됩니다. 혼인 장애의 상태에 놓인 이들은 교회에서 떨어져 나간 것은 아니지만 성사 생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비신자와 혼인하려는 신자는 혼인한 다음에도 신앙 생활을 충실히 하고, 태어날 자녀에게 천주교 신앙을 교육시키겠다는 서약을 하여야 합니다.

    하느님과 세상에 봉사하도록 부름을 받아 성품성사를 받은 성직자들은 그리스도의 사명을 이어받아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고 하느님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는 직무를 수행합니다. 또한 신자 부부는 혼인성사 생활로 부부 사랑과 자녀 출산, 양육에 필요한 은총을 받으며, 그리스도와 교회의 일치와 사랑을 드러내고 이에 참여합니다.

    우리 자신이나 자녀들의 혼인이 혼인성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하는 성직자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하며 그들의 직무 수행에 성심껏 협력합시다. 또한 하느님의 부름, 곧 성소(聖召)에 언제나 귀 기울이도록 합시다.

 

출처: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가톨릭 교리 http://www.cbck.or.kr/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