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가톨릭 교리 / 18. 치유의 성사 - 고해성사와 병자성사

문성식 2015. 6. 9. 12:59

가톨릭 교리

18. 치유의 성사 - 고해성사와 병자성사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순간의 실수나 잘못된 생각으로 죄를 짓는 경우가 있습니다. 죄를 짓게 되면 우리는 마음의 평정을 잃고 불안과 가책을 느끼게 됩니다. 죄를 지었을 때 우리는 자신이 지은 죄를 용서받고 전과 같이 평화로운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그 때 “당신을 용서합니다.” 하는 말을 듣게 된다면, 그 말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하고 때로는 우리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놓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겪는 이러한 일은 신앙 생활 중 하느님과 맺는 관계, 타인과 맺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납니다. 

    어떤 사람이 두 아들을 두었는데 작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제 몫으로 돌아올 재산을 달라고 청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재산을 갈라 두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며칠 뒤에 작은 아들은 자기 재산을 다 거두어 가지고 먼 고장으로 떠나갔다. 거기서 재산을 마구 뿌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다가 돈이 떨어졌는데……그제야 제정신이 든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어서 아버지께 돌아가,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으니 저를 품꾼으로라도 써 주십시오.’ 하고 사정해 보리라.”……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멀리서 본 아버지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 달려가 아들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하인들을 불러 “어서 제일 좋은 옷을 꺼내어 입히고 가락지를 끼우고 신을 신겨 주어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 내다 잡아라. 먹고 즐기자! 죽었던 내 아들이 다시 살아왔다. 잃었던 아들을 다시 찾았다.” 하고 말하였다. 그래서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다(루가 15,11-24).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교회가 성령의 힘으로 당신의 치유와 구원 사업을 계속하여 주기를 바라셨습니다. 이것이 치유의 두 가지 성사, 곧 고해성사와 병자성사의 목적입니다.

 

고해성사의 의미와 효과
    우리는 흔히 도둑질이나 거짓말 등 법을 어긴 행위를 죄라고 말하는데, 근본적으로 죄는 하느님과 맺는 친교를 잃는 것입니다. 곧 죄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잊은 채 삶의 기준을 하느님의 뜻과 영원한 생명에 두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눈앞의 이익에 두는 데서 비롯되는 하느님과 단절된 상태를 말합니다. 한 사람이 짓는 죄는 그 사람에게만 불행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고, 나아가 사회 전체를 어지럽게 만듭니다. 이와 같이 죄는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거스름으로써 하느님, 이웃, 자기 자신과 이루는 관계에 상처를 입히거나 파괴하는 것입니다.
    고해성사는 우리가 지은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면서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고 용서의 은총을 받는 예식입니다. 세례성사를 받을 때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불완전한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유혹에 빠지고 죄를 지을 수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우리가 회개하고 당신께 돌아오기를 바라시며 기회를 주십니다. 우리는 고해성사를 통하여 한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과 화해하고 이웃과 화해함으로써 기쁨과 평화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고해성사는 죄 때문에 받을 벌을 면제하여 주고 죄의 유혹과 싸워 이길 힘을 키워 줍니다.

 

죄를 용서하는 권한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를 대신하여 목숨을 바치심으로써 우리가 하느님께 죄를 용서받고 화해를 이룰 수 있는 은총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마태 16,19) 하셨으며 부활하신 다음에 사도들에게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요한 20,23)이라고 하시며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고해성사 때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은 곧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는 것이며, 죄의 용서 역시 하느님께서 직접 베풀어 주시는 것입니다.

 

고해성사를 위한 합당한 준비
    고해성사는 고백자의 세 가지 행위와 사제의 사죄로 이루어집니다. 고백자의 행위는 뉘우침(통회), 고백, 보속입니다. 가장 중요한 행위인 뉘우침(통회)은 지은 죄를 하느님의 법에 비추어 철저히 성찰하는 것과 우리가 죄를 지음으로써 자신을 더럽히고, 하느님의 영광과 교회 공동체의 친교에 손상을 입혔으며, 이웃에게 피해를 끼쳤음을 아프게 뉘우치는 것,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하는 것입니다. 고해성사를 받을 때는 사제에게 자신이 지은 죄를 구체적으로 고백하여야 합니다. 고해성사로 죄를 용서받은 다음에는 사제가 정해 주는 보속을 하여야 합니다. 보속은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과 이웃과 자신에게 끼친 손해를 갚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합당한 생활 태도를 다시 갖추기 위한 것이므로 성실히 이행하여야 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빚어지는 작은 죄(소죄)는 양심 성찰과 참회의 기도로써 하느님의 용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십계명을 거스르는 것과 같은 죽을죄(대죄)를 지었을 때나, 작은 죄일지라도 습관적이며 의식적으로 지었을 경우에는 고해성사를 받아야 합니다. 죽을죄는 십계명에 나와 있는 중대한 일을 완전히 의식하면서 고의로 저지른 모든 죄입니다. 만일 고해성사를 받을 때 기억에 떠오르는 중대한 죄들 가운데 어느 것을 고의로 숨기거나 아무런 통회도 하지 않고 고백한다면 고해성사를 모독[冒告解]하는 죄를 짓게 됩니다.

 

대사(大赦)
    선한 뜻을 지닌 신자가 기도, 선행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켰을 때 대사(大赦)를 얻을 수 있습니다. 대사는 이미 죄는 용서받았지만 하느님 앞에서 받아야 할 일시적인 벌, 곧 잠벌(暫罰)을 면제하여 주는 것인데 어느 신자이든지 자기 자신을 위하여 얻을 수 있고, 또는 죽은 이들을 위하여 얻어 줄 수도 있습니다.

 

병자성사의 의미와 효과
    병자성사는 중병이나 노쇠 상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도인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며 주님께서 바라실 경우 치유의 은혜도 주는 예식입니다. 질병과 노쇠는 우리 몸과 정신을 약하게 하고 고통을 줍니다. 동시에 병자는 일상 생활에서 격리되어 외롭고 쓸쓸한 상태가 되며,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 우리는 이럴 때 병자성사를 받음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여 그리스도인답게 병고를 이겨 내고 위로와 용기를 얻으며 치유의 은혜를 간구합니다. 또한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더 큰 희망으로 마음의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병자성사 예식
    병자성사는 사제(주교와 신부)가 집전합니다. 병자성사의 주요 예식은, 병자의 이마와 양 손에 성유를 바르고 병자에게 필요한 은혜를 청하는 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많은 병자들을 직접 고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사도들은 예수님의 능력을 받고 파견되어 “수많은 병자들에게 기름을 발라 병을 고쳐 주었으며”(마르 6,13), 교회의 원로(사제)들에게 이 직무를 계속해서 수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앓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청하십시오. 원로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고 그를 위하여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믿고 구하는 기도는 앓는 사람을 낫게 할 것이며 주님께서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또 그가 지은 죄가 있으면 그 죄도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야고 5,14-15).
    병자성사를 합당하게 받으려면 먼저 고해성사를 받아야 하고, 병자성사 후 성체를 받아 모시게 됩니다. 이 때 모시는 성체를 노자(路資) 성체라고 하는데,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 세상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건너가는 데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병자성사는 병에 걸렸을 경우 몇 번이고 받을 수 있으며, 노환으로 기력이 쇠진해진 노인은 병세의 위험성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은 후에 죄를 짓더라도 진심으로 뉘우쳐 하느님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는 고해성사를 통하여 하느님과 이웃과 화해함으로써 다시 기쁨과 평화의 삶을 살아갈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병고에 시달리거나 임종을 앞두었을 때에는 병자성사를 받아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위로와 용기를 얻으며, 치유의 은혜를 받고, 영원한 생명의 희망을 간직하게 됩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 하고 기도합니다. 우리가 용서를 청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 이웃의 잘못을 용서합시다. 또한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병고에 시달리거나 죽어 가는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 주도록 노력합시다.

출처: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가톨릭 교리 http://www.cbck.or.kr/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