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월 공룡 중간의 추모비가 선 암봉. 간월 공룡은 신불 공룡보다 한결 가파르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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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迦智山·1,240m)에 이어 영남알프스 제2위 고봉인 신불산(神佛山·1208.9m)은 특히 억새 평원으로 이름 난 산이다. 산 남쪽 신불재와 신불평전, 북쪽의 간월재 일원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넓은 억새밭을 형성하고 있다. 영남알프스의 핵심을 이루는 봉우리라 할 수 있다.
신불산은 우리나라 특산 야생화인 숙은처녀치마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식물은 주로 남부지방의 고산에 서식하는데,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신불산 정상부이다. 개화 시기는 5월 초로 많은 산들의 입산통제가 풀리는 때와 거의 일치한다. 겨우내 막혀 있던 산길이 열리면 숙은처녀치마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
신불산은 품이 넓고 산세도 다양하다. 동으로 공룡릉, 삼봉능선, 아리랑리지와 같이 수려하면서도 웅장한 바위 능선이 뻗어 있고, 서로 배내골의 근간을 이루는 왕봉골과 백련암계곡과 같은 깊고 수량이 넉넉한 골짜기를 흘리고 있다. 산행은 등억온천 간월산장을 기점으로 신불산 공룡릉과 간월재~홍류동계곡을 거쳐 간월산장으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인기 높다.
신불산 공룡릉은 어느 암릉보다 인기가 높은 바위능선으로, 신불산 주요 오름길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암릉산행의 스릴과 조망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전문 등반 장비가 전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비교적 위험이 적은 암릉이다.
신불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길게 흘러내린 이 암릉은 설악산의 공룡릉과 산세가 비슷하다 하여 ‘신불산 공룡릉’ 또는 칼바위능선이라 불린다. 물론 전체적인 길이는 1km에 불과, 5km에 이르는 설악산의 공룡릉에 비하면 한결 짧다. 하지만 양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의 높이, 주변의 조망 등에서 설악산 공룡릉만 못할 것이 없다는 게 현지 산악인들의 자랑이다.
산행기점은 홍류동계곡과 자수정동굴나라 입구 고갯마루. 자수정동굴나라 고갯마루에서 약 한 시간 동안은 전형적인 소나무 우거진 능선길이고, 이후 급격히 치솟은 바윗길을 올라서면 칼바위라고도 불리는 암릉이 시작된다. 고갯마루 이후 산길이 뚜렷하게 나 있어 헤맬 일이 없는 능선으로 산길이 호젓해 찾는 이가 많이 있다.
- ▲ 1 간월 공룡에서 내려다본 간월재 임도. 대부분 등산객들은 이 길을 따라 내려간다. 왼쪽 능선상의 암부는 신불공룡. 2 신불산 정상부에 자생하는 숙은처녀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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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점은 등억온천단지 남서단 끄트머리에 위치한 간월산장. 산장 맞은편 등산로 안내판 옆 산길로 500m쯤 오르면 널찍한 산길 왼쪽으로 샛길이 한 가닥 보인다. 이 길을 따르거나 홍류폭 아래서 진입해도 된다. 간월산장에서 줄곧 주등산로를 따르다 철다리를 건너 ‘간월산 정상 3.0km, 칼바위 1.5km, 홍류폭 0.1m’ 안내판에서 왼쪽 길로 들어서면 30여m 높이의 시커먼 절벽에 비단자락 같은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홍류폭 아래 닿는다. 여기서 물줄기를 건너 급사면 산길을 따르면 20분쯤 지나 간월산장 바로 위에서 시작된 산길과 만난다.
주등산로에 벗어나 약 2시간 동안은 급경사 오르막. 도중에 암벽지대가 서너 곳 나타나지만, 안전로프를 잡고 오르면 큰 위험 없이 넘어설 수 있다. 20분쯤 지나 첫 번째 암벽지대가 나오고, 이어 한 시간쯤 더 오르면 더욱 규모가 큰 암벽지대가 나타나 간담 서늘케 하지만, 보기보다는 수월하게 올라설 수 있다.
칼날처럼 날카롭게 뻗은 칼바위 구간은 턱이 많이 형성돼 있어 잘 잡고 디디면서 이동하면 고도감과 스릴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곳을 통과하면 유순하게 솟은 신불산 정상에 무난히 올라설 수 있다.
정상에 도착하면 주변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보라색 꽃잎 여러 장을 겹쳐 늘어뜨린 숙은처녀치마의 당당한 모습을 관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 봄 눈 녹은 계곡에서 피는 처녀치마와 달리, 숙은처녀치마는 고산 능선에서 봄이 무르익는 5월에 고개를 숙이고 핀다. 긴 꽃대와 아래를 향해 피는 꽃의 모양이 매우 특이하다. 또한 풀 섶에 둥지를 튼 모대미풀과 동이나물, 한계령풀도 만날 수 있다.
공룡릉 산행 후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하산길은 약 25분 거리인 간월재로 내려선 다음 임도를 따르다 홍류동계곡을 거쳐 간월산장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간월재에서 거대한 장벽처럼 펼쳐진 신불산과 간월산 동사면을 등진 채 갈 지 자로 굽이지는 임도를 따르다 30분쯤 지나면 홍류동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절개지에서 뚝 떨어지는 길이 지능선 길이다. 이 길을 놓치면 또다시 30분쯤 내려서다 간월산 공룡릉 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임도 아래쪽 능선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 ▲ 신불산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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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언양에서 323번 등억온천장행 버스 이용(07:15~19:50, 하루 11회 운행).
울산→언양 버스터미널에서 1703, 1713, 1723번 좌석버스 이용.
서울→언양 동서울종합터미널(1688-5979)에서 1일 6회(07:20~18:30) 운행.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울산행은 10~20분 간격(06:00∼19:00) 운행.
자가용 차량의 경우 경부고속도로 서울산 나들목에서 나와 35번국도를 타고 언양읍내를 지나 양산 방향으로 2km 남하, 작천정 입구에서 우회전해 약 3km 들어가면 등억온천지구다.
숙식(지역번호 055) 등억온천지구에 여러 숙박업소가 있다. 스카이호텔콘도(262-2234)는 호텔도 겸한 업소로 시설이 말끔하다. 그 외 에이원모텔(263-5566), 몽마르뜨모텔(254-5147), 발렌타인모텔(264-4711) 등이 있다.
등억온천지구와 자수정동굴나라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일대에 여러 음식점이 몰려 있다. 언양읍내 청기와집(262-9403)은 푸짐한 한우소머리곰탕으로 주민들에게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