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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야생화의 달 코스가이드 | 화천·포천 광덕산] 한북정맥을 화사하게 빛내 주는 봄꽃 잔치

문성식 2015. 5. 11. 12:19
[5월은 야생화의 달 코스가이드 | 화천·포천 광덕산] 한북정맥을 화사하게 빛내 주는 봄꽃 잔치
광덕마을~한북정맥~정상~큰골~회목현 야생화 산행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포천시·화천군·철원군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광덕산(1,046m)은 꼭 한 번은 가보는 곳이다. 광덕산은 출발지점이 해발 600m 이상이고, 산행 거리도 2~3시간 이내로 짧다. 산길도 자동차가 드나드는 도로를 따라 나 있어 그저 걷는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꽃은 어느 산보다 다양하다.


특히 광덕산 중턱에 형성돼 있는 삼각형 모양의 넓고 완만한 골짜기는 토양이 기름지고 습기가 많아 봄꽃을 수놓은 여인의 손수건을 연상케 할 만큼 많은 꽃이 자라난다. 길가에서도 많은 꽃을 볼 수 있으며, 숲으로 발길을 들여놓으면 계절과 시기에 따라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다.



	광덕산을 오르며 바라본 천문대
▲ 광덕산을 오르며 바라본 천문대.

시기는 5월 5일을 기준으로 봄이 일찍 온 해는 날짜를 당겨 잡아야 하고 봄이 늦은 해는 늦춰야 한다. 그러나 민둥뫼제비꽃이나 줄민둥뫼제비꽃를 찾으려면, 그보다 일주일은 일찍 올라야 한다. 이들은 광덕산 정상에서 하산할 때 큰골로 내려오면 볼 수 있다.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지만 시원하게 흐르는 개울과 꽃을 보고 나면, 험한 산길에 고생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특정한 식물을 찾을 목적이 아니라면 사월 중순에서 가을까지 어느 때고 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시기에 따라 종류가 달라질 뿐 항상 꽃이 자라는 곳이다.


산아래 광덕마을을 지나 산길을 따라 중턱을 오르는 도중 길가를 따라 피나물, 동의나물, 미치광이풀, 태백제비꽃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피나물 군락은 멀리서도 노랗게 물든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군락이 크다. 고개를 들면 사람 키 높이로 붉은병꽃나무와 조팝나무가 꽃을 피우고, 머리 위로는 귀룽나무가 구름 같은 흰 꽃을 피운다. 꽃을 보고 몰려든 벌들이 웅웅 소리를 내며 온통 잔치를 벌인다.


조금 더 올라보면 산을 붉게 물들인 얼레지도 목격할 수 있다. 길을 벗어나 산 안으로 조금 들어서면 고깔제비꽃, 민둥뫼제비꽃, 털제비꽃, 잔털제비꽃 등이 피어 있고, 중턱에 올라서면 개금강제비꽃이라고 하는 고깔제비꽃의 흰색 품종인 흰고깔제비꽃을 볼 수 있다.



	1 동의나물. 2 고깔제비꽃. 3 큰개별꽃. 4 피나물.
▲ 1 동의나물. 2 고깔제비꽃. 3 큰개별꽃. 4 피나물.

능선에 오르면 금강제비꽃, 노랑제비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산을 오를 때 가장 고맙게 느껴지는 것은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 금강제비꽃과 흰고깔제비꽃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웬만한 제비꽃은 다른 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 두 종은 찾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산은 태백제비꽃과 민둥뫼제비꽃의 구분이 모호한 곳이기도 하다. 두 제비꽃 사이에 잎의 크기는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숲 속에서는 이를 구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잎의 아랫부분이 태백제비꽃은 심장형이고, 민둥뫼제비꽃은 활 모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골짜기에서는 수많은 계절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꿩의바람꽃, 나도양지꽃, 세잎양지꽃, 앉은부채, 회리바람꽃 같은 귀한 봄꽃을 포함해 금강애기나리, 덩굴꽃마리, 만주바람꽃, 미치광이풀, 붉은참반디, 산민들레, 선괭이눈, 얼레지, 연복초, 족도리풀, 홀아비바람꽃 등이 사월 초부터 매주 때를 달리하며 골짜기를 따라 피어난다.


꽃이 피는 봄날 광덕산은 향기롭고 아늑한 곳이다. 하늘을 덮은 서어나무와 졸참나무, 굴참나무가 막 돋아난 나뭇잎으로 가리개가 되어 햇살을 걸러 준다. 연두색 여린 나뭇잎은 오월의 햇살에 실핏줄 같은 잎맥을 드러내고, 반투명한 볕 가리개가 되어 자외선을 걸러내고 나면 지면에 닿는 볕은 친근하고 다정하기만 하다.


광덕산의 봄꽃 가운데 금강애기나리, 금강제비꽃, 나도양지꽃, 모데미풀, 백작약, 연령초 등은 수도권 인근 다른 산에서는 보기 어렵다. 이들은 나도양지꽃과 같이 북방계 식물로서 강원도의 높은 산에서 자라는 것들이다. 광덕산에 북방계식물이 많은 것은, 산이 북쪽에 있기도 하지만, 한반도의 백두대간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갈비뼈 같은 한북정맥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북방계 식물이 기후변화에 따라 북상과 남하에 이용되는 길목이 되는 곳이다.


최근 광덕산 천문대에 더하여 천문 신축공사로 계곡과 능선의 산길을 넓히고 대형 건물을 지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흙길을 따라 좁은 오솔길로 산불방지와 천문대 차량만이 가까스로 오르던 길이었으나 이젠 포장도로로 덮여 있다. 뿐만 아니라 건물이 선 곳은 토양이 비옥하고 적절한 습기를 품고 있어 갖은 봄꽃이 피는 한가운데다. 얼레지가 순풍을 맞은 돛단배처럼 꽃잎을 활짝 젖히고, 족도리풀은 수줍게 꽃잎을 내밀고 자라던 곳이다. 멋들어지게 노란 꽃을 피우는 피나물과 금강제비꽃, 홀아비바람꽃, 노랑제비꽃이 색색이 곱게 피던 손수건 같은 곳이다.


광덕산 꽃 산행은 산행 기점은 이동과 사창리를 잇는 지방도로 상의 고갯마루인 광덕고개에서 화천 방면에 위치한 광덕동으로 해발고도가 620m에 이르러 정상까지는 500여 m만 더 오르면 된다. 일단 마을 입구의 광덕가든 왼쪽 좁은 찻길을 따르다가 밭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 산길을 따라 한북정맥으로 올라붙은 다음 1,043m봉까지 뽑는다. 1,043m봉에서 오른쪽(북동쪽) 능선을 따라 10분이면 광덕산 정상에 올라선다.


이후 한북정맥을 따르는 사이 1,045m봉에서 오른쪽 능선길이나 1,044m봉 너머 안부에서 오른쪽 지계곡으로 내려서도 큰골로 내려설 수 있다. 체력이 좋다면 계속 능선을 따르다가 990m봉 삼거리에서 오른쪽(남동쪽) 한북정맥을 따라 20분쯤 내려서다가 회목현에서 남쪽 큰골로 내려서도록 한다. 약 4시간30분 소요.



	광덕산 개념도

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광덕산 경유 사창리행 직행버스가 1일(06:50~20:30), 24회 운행. 1시간40분, 9,800원. 문의 ARS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용의 경우, 서울외곽순환도로 퇴계원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47번국도→ 베어스타운→372번 지방도→일동→ 이동→ 광덕고개 방향으로 접근한다. 춘천을 경유할 경우, 5번국도→ 지촌삼거리→56번국도→ 사창리→75번국도→372번 지방도→광덕고개 방향으로 접근한다.


숙식(지역번호 054) 광덕고개에서 서쪽 약 10km 거리인 이동은 갈비로 유명한 곳으로, 식당이 여럿 모여 있다. 광덕산 등산로 초입, 광덕계곡 상류에 위치한 천문대펜션(구 감투바위펜션)은 다양한 규모의 객실(16실)을 갖추고 있다. 오리, 닭, 송어회, 도토리묵,  파전 같은 음식도 내놓는다.


광덕고개에서 약 5분 거리인 광덕2리 ‘마음이 머무는 곳’에는 15평형 6실을 갖추고 있다. 족구장과 탁구장이 있으며, 사전 예약 시 야외바비큐장도 이용 가능. 문의 033-441-6066,  www.마음이머무는곳.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