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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산(1,567m)은 봄꽃 명소로 손꼽는 곳이다. 잔설이 걷힌 5월이면 태백산은 화려한 꽃 잔치가 벌어진다. 고지의 숲에는 나뭇잎이 성글지만 숲속에는 여러 봄꽃이 제철을 만난 듯 앞 다퉈 피어난다. 숲 바닥을 푸르게 물들인 갈퀴호현색을 비롯해 샛노란 꽃밭을 만든 한계령풀, 얼레지 등의 야생화가 화려하게 빛난다.
태백산은 삼국시대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天祭壇·중요민속자료 제288호)이 있어 민족의 영산이라 일컫는 곳이다. 해발 1,500m가 넘는 높이에 비해 산세는 그리 험하지 않아 가족과 마음 편히 다녀오기에 적합한 산으로 꼽힌다. 또 태백시의 평균 해발고도가 800m로 산길로 700m 정도만 오르면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과 어우러진 주위 조망은 매우 뛰어나다.
- ▲ 태백산은 역시 주목이 압권이다. 주목 뒤로 등산객이 하산하고 있다.
- 봄이면 진달래와 산철쭉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지만 그와 함께 빛나는 것이 자그마한 야생화다. 태백산 야생화는 가장 인기 있는 당골 코스의 계곡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모뎀이풀, 양지꽃, 금강제비꽃, 메제비꽃 등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계곡과 숲만큼 꽃도 좋다.
당골 산행기점은 주차장과 시설이 잘 갖춰졌다. 당골 주차장 입구에서 200m쯤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당골광장이 나온다. 이 광장 건너 오른쪽 끝의 숲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산길은 단군성전 앞을 지난 뒤 곧바로 계곡으로 접어든다. 당골 등산로는 군데군데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다. 차량도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넓고 평탄한 편이다. 하지만 산길 바로 옆 계곡의 큼직한 바위에는 이끼가 두툼하게 끼고 숲 그늘이 짙다.
철제 난간이 설치된 등산로를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다리를 두 번 건너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길은 문수봉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반재를 거쳐 천제단으로 오르는 길이다. 갈림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호식총(虎食塚) 앞을 지나 7~8분 걸으면 반재에 닿는다.
반재는 천제단~당골광장 코스의 딱 절반 지점이다. 반재부터는 경사가 한결 순해져서 손쉽게 천제단 아래 망경사에 다다른다. 항상 수많은 기도객들로 붐비는 이 사찰 바로 옆에는 한국의 100대 명수 중 하나인 용정샘이 있다. 용정샘에서 곧장 능선으로 치달은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단종비각이 나오고 계속 15분가량 걸으면 천제단에 이른다. 천제단 부근의 주능선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진 산릉의 단풍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 한계령풀
- ▲ 나도양지꽃
- 일단 천제단에 오르면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으로 향한다. 주능선을 타고 가면서 동쪽에 줄지어 선 주목들을 감상한다. 장군단과 천제단 주변 양지바른 곳에는 노랑무늬붓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개화시기를 잘 맞추면 하얀 꽃잎에 노랑 무늬가 얼룩진 꽃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장군봉 일대를 돌아보고 유일사 방면으로 내려설 수도 있지만, 야생화를 더 구경하려면 다시 천제단으로 돌아온 뒤 문수봉으로 향한다. 문수봉은 천제단에서 볼 때 동쪽의 멀리 커다란 돌탑이 서 있는 봉우리다. 높은 산의 능선 길을 걷다 보면 노랑제비꽃, 태백제비꽃, 금강제비꽃 등 갖가지 제비꽃들이 반긴다.
천제단에서 남쪽 능선을 따라 잠시 내려서면 돌로 쌓은 제단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계속 10분쯤 가면 작은 팻말이 서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부쇠봉 서쪽 사면을 가로지르는 백두대간 종주길. 문수봉 방면으로 가려면 왼쪽 길을 따른다.
문수봉 직전의 안부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길은 계곡을 통해 다시 당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30분쯤 오름길을 걸으면 문수봉에 도착한다. 산길 주변에는 노랑제비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문수봉은 정상부 전체가 너덜지대로 숲이 짙은 태백산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곳이다. 수행자가 쌓았다는 여러 개의 돌탑 또한 좋은 볼거리다.
당골로 하산하려면 문수봉에서 동쪽으로 너덜지대를 벗어나 숲으로 들어선다. 커다란 주목을 지나 밧줄을 설치한 급경사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서면 계곡 상류지점에 도달한다. 그 후 계곡길을 따라 진행하면 당골광장 위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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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서울→태백 동서울터미널에서 30~40분 간격(06:00~21:00)으로 운행. 직통버스 3시간 10분 소요. 요금 2만2,900원.
청량리역→태백역 1일 6회(07:07~23:25) 운행하는 태백 경유 강릉행 열차 이용. 약 4시간 소요. 요금 1만4,600원.
태백→당골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
숙식(지역번호 033) 태백에는 한우와 닭갈비가 유명하다. 황지동과 상장동에 한우생고기 음식점이 있다. 현지인들은 태백한우골(554-4599)과 태백닭갈비(553-8119)를 추천한다.
당골에 태백산 민박촌(553-7440)이 있다. 태백시관광안내소(550-2828)에서 숙박시설 안내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