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글,시,모음

시인 이상 시 모음

문성식 2010. 10. 4. 07:38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오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오

내말을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오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요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잽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으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오

나는지금거울을안가져오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오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았오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꽃나무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近處)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 열심(熱心)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 내었소.

 

 

 

 

가정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 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문(門)을열려고안열리는문(門)을열려고.

 

 

 

 

거리                                                      
- 여인이 出奔한경우

 

백지위에한줄기철로가깔려있다.

이것은식어들어가는마음의圖解다.

나는매일虛爲를담은전보를발신한다.

명조도착이라고.

또 나는

나의일용품을매일소포로발송하였다.

나의생활은이런재해지를

닮은거리를점점낯익어갔다.

 

 

 

 

아침                                                      

 

캄캄한공기를마시면폐에해롭다. 폐벽에끌음이앉는다. 빔새
도록나는몸살을앓는다. 밤은참많기도하더라. 실어내가기도하
고실어들여오기도하고하다가잊어버리고새벽이된다 .폐에도아
침이켜진다. 밤사이에무엇이없어졌나살펴본다. 습관이도로와
있다. 다만내치사한책이여러장찢겼다. 초췌한결론위에아침햇
살이자세히적힌다. 영원히그코없는밤은오지않을듯이

 

 

 

 

수염                                                                 


(수수그밖에수염일수있는것들모두를이름)
 1
눈이존재하여있지아니하면아니될처소는삼림인웃음이존재하
여있었다

 2
홍당무 
 

 3
아메리카의유령은수족관이지만대단히유려하다
그것은음울하기도한것이다

 4
계류에서―
건조한식물성이다
가을
 

 5
일소대의군인이동서의방향으로전진하였다고하는것은
무의미한일이아니면아니된다
운동장이파열하고균열한따름이니까

 6
심심원

 7
조(粟)를그득넣은밀가루포대
간단한수유의월야이었다

 8
언제나도둑질할것만을계획하고있었다
그렇지는아니하였다고한다면적어도구걸이기는하였다
 

 9
소한것은밀한것의상대이며또한
평범한것은비범한것의상대이었다
나의신경은창녀보다도더욱정숙한처녀를원하고있었다

 10
말(馬)―
땀(汗)―

여, 사무로써산보라하여도무방하도다
여, 하늘의푸르름에지쳤노라이같이폐쇄주의로다

 

 

 

 

이런 시                                                  

 

역사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끄집어내어놓 고보니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위험하기짝이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그돌이깨끗이씻꼈을터인데 그이틀날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없더라.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 참이런처량한생각에서아래와같은작문 을지었다.「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 을수없소이다.내차례에 못을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 는꾸준히생각하리라.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 는 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1933. 6. 1                                             

 

천평위에서 삼삽년동안이나 살아온사람 (어떤과학자) 삼십
만개나넘는 별을 다헤어놓고만 사람(역시)인간칠십 아니이
십사년동안이나 뻔뻔히 살아온 사람(나)
나는 그날 나의자서전에 자필의부고를 삽입하였다이후나
의육신은 그런고향에는있지않았다 나는 자신나의시가 차압당
하는 꼴을 목도하기는 차마 어려웠기 때문에.

 

 

 

 

화로                                                     

 

방거죽에극한이와닿았다. 극한이방속을넘본다. 방안은견딘
다. 나는독서의뜻과함께힘이든다. 화로를꽉쥐고집의집중을잡
아땡기면유리창이움푹해지면서극한이흑처럼방을누른다. 참다
못하여화로는식고차갑기때문에나는적당스러운방안에서쩔쩔맨
다. 어느바다에호수가미나보다. 잘다져진방바닥에서어머니가
생기고어머니는내아픈데에서화로를떼어가지고부엌으로나가신
다. 나는겨우폭동을기억하는데내게서는억지로가지가돋는다.
두팔을벌리고유리창을가로막으면빨래방맹이가내등의더러운의
상을뚜들긴다. 극한을걸커미는어머니―기적이다. 기침약처럼
따끈따끈한화로를한아름담아가지고내체온위에올라서면독서는
겁이나서곤두박질을친다.

 

 

 

 

이상한 가역반응                                      

 

임의의반경의원(과거분사의시세)

 

원내의일점과원외의일점을결부한직선

 

두종류의존재의시간적영향성
(우리들은이것에관하여무관심하다)

 

직선은원을살해하였는가

 

현미경
그밑에있어서는인공도자연과다름없이현상되었다.

 

같은날의오후
물론태양이존재하여있지아니하면아니될처소에존재하여있었을뿐만
아니라그렇게하지아니하면아니될보조를미화하는일까지도
하지아니하고있었다.

 

발달하지도아니하고발전하지도아니하고
이것은분노이다.

 

철책밖의백대리석건축물이웅장하게서있던
진진5의각바아의나열에서
육체에대한처분을센티멘탈리즘하였다.

 

목적이있지아니하였더니만큼냉정하였다.

 

태양이땀에젖은잔등을내려쬐었을때
그림자는잔등전방에있었다.

 

사람은말하였다.
「저변비증환자는부자집으로식염을얻으려들어가고자희망하
고있는것이다」라고
............

 

 

 

 

절 벽(絶壁)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香氣가만개滿開한다.

나는거기묘혈을 판다.

묘혈도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속에 나는들어앉는다.

나는 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 않는다.

향기가만개만개한다.

나는잊어 버리고재차거기묘혈墓穴을판다

묘혈은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묘혈로 나는꽃을깜빡잊어 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 않는꽃이

-보이지도않는꽃이.

 

 

 

 

위치(位置)                                             

 

중요한위치에서한성격의심술이비극을연역(演繹)하고있을즈음범위에는타인이없었던가. 한주(株)-분(盆)에심은외국어의관목(灌木)이막돌아서서나가 버리려는동기요화물(貨物)의방법이와 있는의자(倚子)가주저앉아서귀먹은체할 때마침s내가구두(口讀)처럼고사이에낑기어들어섰으니 나는내책임의맵시를어떻게해보여야하나. 애화(哀話)가주석(註釋)됨을따라나는슬퍼할준비라도 하노라면나는못견뎌모자를쓰고밖으로나가 버렸는데웹사람하나가여기남아내분신(分身)제출할것을잊어 버리고있다.

 

 

 

 

최후                                                     

 

사과한알이 떨어졌다.

지구地球는 부서질그런정도로 아팠다.

최후最後이미여하如河한정신情神도

발아發芽하지아니한다.

 

 

 

 

오감도(烏瞰圖)                                        

 

- 時弟一號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같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3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4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5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6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7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8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9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0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3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십삼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다른 사람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 時弟二號

 

나의 아버지가 나의 곁에서 조을 적에 나는 나의 아버지가 되고 도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고, 그런데도 나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대로 나의 아버지인데 어쩌자고 나는 자꾸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니 나는 왜 나의 아버지를 껑충뛰어 넘어야하는지 나는 왜 드디어 나와 나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노릇을 한꺼번에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냐


 

- 時弟三號

 

싸움하는 사람은 즉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고 또 싸움하는 사람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었기도 하니까 싸움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고 싶거든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하는것을 구경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이나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지 아니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하였으면 그만이다.

 

 

- 時弟四號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

 

 

 

진단 0:1   26.10.1931   以上 책임의사 이상


 

- 時弟五號

 

전후좌우를제(除)하는유일의흔적(痕跡)에있어서

익은불서목불대도(翼殷不逝目不大覩)

반왜소형의신의안전(眼前) 에아전낙상(我前落傷)한고사(故事)를유(有)함

 

 

장부(臟腑)라는것은침수된축사(畜舍)와구별될수있을란가

 

 

- 時弟六號

 

앵무  ※  2필

             2필

          ※  앵무는포유류에속하느니라.

내가2필을아는것은내가2필을알지못하는것이니라.물론나는희망할것이니라.

앵무     2필

"이소저는신사이상의부인이냐""그렇다"

나는거기서앵무가노한것을보았느니라.나는부끄러워서얼굴이붉어졌었겠느니라.

앵무     2필

           2필

물론나는추방당하였느니라.추방당할것까지도없이자퇴하였느니라.나의체구는중추를상실하고또상당히창랑하여그랬든지나는미미하게체읍하였느니라.

"저기가저기지""나""나의-아-너와나"

"나"

sCANDAL이라는것은무엇이냐."너""너구나"

"너지""너다""아니다너로구나"나는함뿍젖어서그래서수류처럼도망하였느니라.물론그것은아아는사람혹은보는사람은없었지만그러나과연그럴는지그것조차그럴는지.

 

 

- 時弟七號

 

구원적거(久遠謫居)의지(地)의일지(一枝)·일지에피는현화(顯花)·특이한4월의화초·30륜(輪)·30륜에전후되는양측의명경(明鏡)·맹아(萌芽)와같이희희(戱戱)하는지평(地平)을향하여금시금시낙백(落魄)하는만월·청한의기(氣)가운데만신창이의만월이의형당하여혼륜(渾淪)하는·적거(謫居)의지를관류하는일봉가신(一封家信)·나는근근히차대(遮戴)하였더라·몽몽한월아(月芽)·정일을개엄하는대기권의요원·거대한곤비(困憊)가운데의일년4월의공동(空洞)·반산전도(槃散顚倒)하는성좌와성좌의천열(千裂)된사호동(死胡同)을포도하는거대한풍설·강매·혈홍으로염색된암광채임리한망해·나는탑배하는독사와같이지하에식수되어다시는기동할수없었더라·천량이올때까지

 

 

- 時弟八號

 

제1부시험 수술대             1

              수은도말평면경  1

              기압                2배의평균기압

              온도                개무

 

위선마취된정면으로부터입체와입체를위한입체가구비된전부를평면경에영상시킴.평면경에수은을현재와반대측면에도말이전함.(광선침입방지에주의하여)서서히마치를해독함.일축철필과일장백지를지급함.(시험담임인은피시험인과포옹함을절대기피할것)순차수술실로부터시험인을해방함.익일.평면경의종축을통과하여평면경을2편에절단함.수은도말2회.

ETC 아직그만족한결과를수득치못하였음.

 

제2부시험 직립한평면경  1

              조수             수명

 

야외의진공을선택함.위선마취된상지의첨단을경면에부착시킴.평면경의수은을박락함.평면경을후퇴시킴.(이때영상된상지는반드시초자를무사통과하겠다는것으로가설함)상지의종단까지.다음수은도말.(재래면에)이순간공전과자전으로부터그진공을강차시킴.완전히2개의상지를접수하기까지.익일.초자를전진시킴.연하여수은주를재래면에도말함.(상지의처분)(혹은멸형)기타.수은도말면의변경과전진후퇴의중복등.

ETC 이하불상.

 

진단 0:1 26.10.1931 책임의사 이상

 

 

- 時弟九號

 

매일같이 열풍이 불더니 드디어 내 허리에 큼직한 손이 와 닿는다. 황홀한 지문 골짜기로 내 땀내가 스며드자마자 쏘아라. 쏘으리로다. 나는 내 소화기관에 묵직한 총신을 느끼고 내 다물은 입에 매끈매끈한 총구를 느낀다. 그러더니 나는 총 쏘으드키 눈을 감으며 한방 총탄 대신에 나는 참 나의 입으로 무엇을 내어배앝었더냐.

 

 

- 時弟十號

 

찢어진 벽지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그것은 유계(幽界)에 낙역되는 비밀한 통화구다. 어느 날 거울 가운데의 수염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날개 축 처어진 나비는 입김에 어리는 가난한 이슬을 먹는다. 통화구를 손바닥으로 꼭 막으면서 내가 죽으면 앉았다 일어서드키 나비도 날라가리라. 이런 말이 결코 밖으로 새어나가지는 않게한다.


 

- 時弟十一號

 

그 사기컵은 내 해골과 흡사하다. 내가 그 컵을 손으로 꼭 쥐었을 때 내 팔에서는 난데없는 팔 하나가 접목처럼 돋히더니 그 팔에 달린 손은 그 사기컵을 번적 들어 마룻바닥에 메어부딪는다. 내 팔은 그 사기컵을 사수하고 있으니 산산이 깨어진 것은 그럼 그 사기컵과 흠사한 내 해골이다. 가지났던 팔은 배암과 같이 내 팔로 기어들기 전에 내 팔이 혹 움직였던들 홍수를 막은 백지는 찢어졌으리라. 그러나 내 팔은 여전히 그 사기컵을 사수한다.


 

- 時弟十二號

 

때묻은 빨래 조각이 한 뭉덩이 공중으로 날라 떨어진다. 그것은 흰 비둘기의 떼다. 이 손바닥만한 한 조각 하늘 저편에 전쟁이 끈나고 평화가 왔다는 선전이다. 한 무더기 비둘기의 떼가 깃에 묻은 때를 씻는다. 이 손바닥만한 하늘 이편에 방망이로 흰 비둘기의 떼를 때려 죽이는 불결한 전쟁이 시작된다. 공기에 숯검정이가 지저분하게 묻으면 흰 비둘기의 떼는 도 한번 손바닥만한 하늘 저편으로 날아간다.

 

 

- 時弟十三號

 

내 팔이 면도칼을 든 채로 끊어져 떨어졌다. 자세히 보면 무엇에 몹시 위협당하는것처럼 새파랗다. 이렇게 하여 읽어 버린 내 두 개 팔을 나는 촉(燭)대 세움으로 내 방안에 장식하여 놓았다. 팔은 죽어서도 오히려 나에게 겁을 내이는 것만 같다. 나는 이런 얇다란 예의를 화초분보다도 사랑스레 여긴다.


 

- 時弟十四號

 

고성 앞 풀밭이 있고 풀밭 위에 나는 내 모자를 벗어 놓았다. 성 위에서 나는 내 기억에 꽤 무거운 돌을 매어달아서는 내 힘과 거리껏 팔매질쳤다. 포물선을 역행하는 역사의 슬픈 울음소리. 문득 성 밑 내 모자 곁에 한 사람의 걸인이 장승과 같이 서 있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걸인은 성 밑에서 오히려 내 위에 있다. 혹은 종합된 역사의 망령인가. 공중을 향하여 놓인 내 모자의 깊이는 절박한 하늘을 부른다. 별안간 걸인은 표표한 풍채를 허리 굽혀 한 개의 돌을 내 모자 속에 치뜨려 넣는다. 나는 벌써 기절하였다. 심장이 두개골 속으로 옮겨가는 지도가 보인다. 싸늘한 손이 내 이마에 닿는다. 내 이마에는 싸늘한 속자국이 낙인되어 언제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 時弟十五號

 

1. 나는 거울 없는 실내에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중이다. 나는 지금 거울속의 나를 무서워하며 떨고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어디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를 하는 중일까.

2. 죄를 품고 식은 침상에서 잤다. 확실한 내 꿈에 나는 결석하였고 의족을 담은 군용 장화가 내 꿈의 백지를 더렵혀 놓았다.

3. 나는 거울 있는 실내로 몰래 들어간다. 나를 거울에서 해방하려고. 그러나 거울 속의 나는 침울한 얼굴로 동시에 꼭 들어온다. 거울 속의 나는 내게 미안한 뜻을 전한다. 내가 그 때문에 영이되어 떨고 있다.

4. 내가 결석한 나의 꿈. 내 위조가 등장하지 않는 내거울. 무능이라도 좋은 나의 고독의 갈망자다. 나는 드디어 거울 속의 나에게 자살을 권유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그에게 시야도 없는 등창을 가리키었다. 그 들창은 자살만을 위한 들창이다. 그러나 내가 자살하지 아니하면 그가 자살할 수 없음을 그는 네게 가리친다. 거울 속의 나는 불사조에 가깝다.

5. 내 왼편 가슴 심장의 위치를 방탄 금속으로 엄폐하고 나는 거울 속의 내 왼편 가슴을 겨누어 권총을 발사하였다. 탄환은 그의 왼편 가슴을 관통하였으나 그의 심장은 바른편에 있다.

6. 모형 심장에서 붉은 잉크가 엎질러졌다. 내가 지각한 내 꿈에서 나는 극형을 받았다. 내 꿈을 지배하는 자는 내가 아니다. 악수할 수보차 없는 두 사람을 봉쇄한 거대한 죄가 있다.

 

 

 

 

 

이상 李箱, (1910. 9. 14 ~ 1937. 4. 17) 본명 김해경(金海卿).                             

 

서울 출생.

보성고보(普成高普)를 거쳐 경성고공(京城高工) 건축과를 나온 후 총독부의 건축기수가 되었다. 1931년 처녀작으로 시 〈이상한 가역반응(可逆反應)〉 〈파편의 경치〉를 《조선과 건축》지에 발표하고, 1932년 동지에 시 〈건축무한 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를 처음으로 '이상(李箱)'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1933년 3월 객혈로 건축기수직을 사임하고 배천온천(白川溫泉)에 들어가 요양을 했다. 이때부터 그는 폐병에서 오는 절망을 이기기 위해 본격적으로 문학을 시작했다. 이상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것은 공사장 인부들이 그의 이름을 잘 모르고 '리상(李씨)'이라고 부르니까 그대로 '이상'이라고 했다지만 학교 때의 별명이라는 설도 있다.

 

요양지에서 알게 된 기생 금홍과 함께 귀경한 그는 1934년 시 《오감도(烏瞰圖)》를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했으나 난해하다는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중단했다. 1936년 《조광(朝光)》지에 《날개》를 발표하여 큰 화제를 일으켰고 같은 해에 《동해(童骸)》《봉별기(逢別記)》 등을 발표하고 폐결핵과 싸우다가 갱생(更生)할 뜻으로 도쿄행[東京行]을 결행하였으나, 불온사상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되었다가 병보석으로 풀려 도쿄대학교 부속병원에서 병사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전기 외에 소설 《지주회시(⊙呪會豕)》 《환시기(幻視記)》 《실화(失花)》 등이 있고, 시에는 《이런 시(詩)》 《거울》 《지비(紙碑)》 《정식(正式)》 《명경(明鏡)》, 수필에는 《산촌여정(山村餘情)》 《조춘점묘(早春點描)》 《권태(倦怠)》 등이 있다. 1957년 80여 편의 전 작품을 수록한 《이상전집(李箱全業)》 3권이 간행되었다.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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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야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이상은 한국 근대문학사가 낳은 불세출의 시인이자 작가이다. 그는 스스로를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 불렀거니와, '폭풍이 눈앞에 온 경우에도 얼굴빛이 변해지지 않는 그런 얼굴'을 지닌 사람만이 사는 세계의 주민이 되고자 문을 두드린 최초의 한국인이었다. 문학을 통해서 인간 고통의 근원을 끊임없이 발견하려 했던 이상한 천재 작가, 그가 바로 이상이었다.


1910년 9월 23일, 서울에서 태어난 이상(본명 : 김해경)은 1931년 '이상한 가역반응'이라는 시로 문단에 데뷔했다. 1933년부터 폐가 악화되기 시작했고, 1934년에는 김기림, 정지용, 박태원 등과 교유하면서, <조선중앙일보>에 그 유명한 시 '오감도'를 연재하다가, 빗발치는 독자들의 항의로 중단하기도 했다. 건강 악화와 사업 실패, 사상 혐의로 피검되는 등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게다가 26년 7개월이라는 짧은 생애로 요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감도' 등의 시와 '날개', '지주회시', '봉별기' 등의 소설을 통해 거의 파격적으로 한국문학의 수준을 올려 놓았다.

 

이상이 주로 문학 활동을 하던 1930년대는, 식민지의 병리 현상이 완연한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은, 미국의 T. S. 엘리엇이 그랬듯이, '황무지' 의식을 가장 예각적이고 실험적으로 드러낸 작가에 속한다. 그의 문학이 기본적으로 그로테스크한 왜곡의 상태와 불안 의식, 세계 파국의 공포, 의식 체계와 형태의 파괴, 숫자의 뒤틀림과 유희, 그리고 자기 분열과 자의식의 과잉 등의 비합리적 세계로 일관되고 있는 것은 그런 까닭인 지도 모른다. 그것은 기존 문학 형태를 파괴하고 해체시킨 뒤에 전혀 새로운 의식과 언어, 스타일로 구축된, 그야말로 '이상한 가역반응'의 세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상 문학은 한국 문학에서 새로운 세계 인식과 해석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우찬제/문학평론가,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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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둠속에 갇힌불꽃 원문보기   글쓴이 :정중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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