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미워할 수 없는 그대 / 雪花 박현희

문성식 2011. 12. 12. 23:34


미워할 수 없는 그대 / 雪花 박현희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하물며 오랜 세월 동안

마음 깊이 사랑했던 그대를

어찌 그리 쉽게 잊을 수가 있겠나요.

못 견디게 그립고 보고픈 마음을

혹시라도 내게 들킬세라

매정하게 던지는 한마디의 말로

내 가슴에 비수를 꽂는 그대에게서

위선의 그림자를 발견할 때면

으레 그럴 수밖에 없는

가로막힌 사랑의 현실을 한탄했지요.

상처를 입힐까 두려워

품에 안고 싶어도 차마 안을 수 없는

고슴도치의 안타까운 사랑처럼

서로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결코 단 한 발짝도 가까이 다가가선 안 되는

서글픈 사랑의 굴레를

뉘라서 뿌리칠 수 있을까요.

끝내 사랑의 말 한마디조차

내게 전하지 못한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냉정히 발길을 돌리지만

남모르게 흘리는 그대의 뜨거운 눈물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결코 미워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는

오직 단 하나뿐인 내 사랑 그대인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