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7월의 가볼만한 곳①
[데일리안 정현규 객원기자]한국관광공사는 '입과 눈이 즐거운 별미 음식'이라는 테마 하에 2010년 7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벗과 함께 추억을 나누는 맛 영동어죽(충북 영동)', '정선 아가씨의 눈물, 올챙이국수(강원 정선)', '유교적 제례문화 정신 깃든 건강식(경북 안동)', '전복 보다 귀한 대접을 받은 백합(전북 부안)', '사라락 사라락 죽순 크는 소리, 사각 사각 맛있는 죽순소리, 전남 담양(전남 담양)' 등 5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 가선식당의 어죽 ⓒ 유정열 |
위치 : 충청북도 영동군 가선리
물가에 나가 별미를 맛보는 소풍이 있다. 천렵놀이라고 한다. 소를 잡아 나오는 위의 부산물인 천엽이 아니다. 내천(川)자에 사냥할 옆(獵)을 쓴다. 농사일을 끝내고 직접 키운 야채를 가지고 냇가로 나가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이나 죽으로 끓여 먹었던 것을 일컫는 말이다. 시원한 강가에서 한 잔 술과 함께 나누는 즐거운 소풍이자 원기를 회복하는 방법이었다. 그때 끓여먹던 죽이 바로 어죽이다.
충청북도 내륙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영동군 가선리는 금강 상류의 맑은 물이 흐르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김명재(80세) 옹도 젊은 시절에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천렵을 나가곤 했다.
"그때는 지금하고 많이 달랐지. 그날 잡은 고기들 중에 시장에 내다 팔만한 거 빼놓고 남은 고기들은 처치가 곤란했었어. 그래서 함께 모여 어죽을 끓여 먹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음식 솜씨가 좋았던 김명재 옹은 언제나 요리담당이었다. 친구들은 그의 손맛이 들어간 어죽을 좋아했고 맛있게 먹었다. 어죽을 먹고 나면 친구들은 항상 말했다고 한다. 음식점을 내라고. 그렇게 해서 가선리에서 식당을 열었다. 벌써 50년은 훌쩍 넘은 시절 이야기다. 처음에는 어죽 한 그릇에 500원이었다.
당시에는 무척 비싼 어죽이었고 귀한 음식이었다. 그동안 음식의 내용도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쌀만 들어갔던 것이 국수도 넣고 수제비도 추가했다. 투명하고 맑은 강은 조금씩 오염되어 강가에 지천으로 깔려있던 미나리는 많이 나지도 않고, 더 이상 재료로 쓸 수도 없어 장을 봐야할 지경이 됐다.
◇ 옥계폭포 ⓒ 유정열 |
그렇게 끓여낸 생선의 살을 체에 걸러내고 다시 1시간 여 끓여낸다. 거기에 육수에 마늘, 파, 깻잎, 미나리 등을 넣고 마지막에 콩나물과 인삼, 집고추장을 넣어 맛을 낸 후 국수와 수제비를 넣어 손님에게 내어주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힌다. 부드러운 맛에 시골집의 구수한 향기가 나, 한번 맛보면 잊지 못할 기억을 안겨준다.
"예전에 강가에서 친구들과 어죽을 끓여먹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솥이고 그릇이고 어죽이고 심지어 배까지 떠내려가서 난리가 났었지. 어죽 만들어 먹다 죽을 뻔한 적이 많아. 허허허"
금강을 바라보며 김 옹은 소리 내어 웃는다. 죽을 뻔해도 다시 어죽을 끓여 먹던 시절. 결국 어죽은 진한 우정의 표시이자 고단한 삶의 낙은 아니었을까.
김 옹은 지난 해 정식으로 은퇴를 했다. 이제 큰 아들이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그간 김 옹의 솜씨를 탐낸 제자들이 많이도 다녀갔다. 어림잡아 기백은 넘을 거라는 말은 최고라는 그의 남다른 자부심이다. 활짝 웃는 김 옹의 미소에 평생을 물고기와 어죽으로 보낸 삶의 진한 여운이 느껴진다.
어죽은 여름철 흔한 배앓이에 효과가 있고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며 여성들의 다이어트에도 좋다. 그뿐인가,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숙취 해소에도 탁월하고 기력이 쇠한 사람들에게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인삼이 들어갔으니 부실해진 몸에게는 으뜸이겠다. 가선리 일대 식당은 어죽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도리뱅뱅이와 민물새우튀김인 간저미, 빙어튀김도 맛나다. 도리뱅뱅이는 여름에는 피래미, 겨울엔 빙어를 프라이팬에 빙 돌려 넣은 후 양념장을 발라 기름에 튀긴 것인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 송호국민관광지의 울창한 송림 ⓒ 유정열 |
포만감을 안겨준 어죽을 먹었다면 영동의 구석구석을 돌아보자. 내륙에 위치 한 덕에 수려한 풍경과 볼거리가 많다. 먼저 가볼 곳은 송호 국민관광지다. 금강을 끼고 우뚝한 송림이 멋진 송호 국민관광지의 야외 캠핑장은 가족들과 같이 달빛 푸른 밤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좋은 곳이다.
천태산은 수려한 산세와 아름다운 계곡, 각종 기암들이 어우러져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특히 녹음이 가득한 여름과 가을 단풍은 더욱 아름답다.
천태산 깊숙이 들어가면 자그마한영국사가 나타난다. 고려 중엽에서 조선조 전기까지는 크게 번성했다고 하나 이후 쇠퇴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영국사에는 주변을 압도하는 천년 내공의 은행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22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데 높이 약 31m에 나무 둘레만 약 11.5m로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서쪽으로 뻗은 가지 중 하나는 땅에 닿아 그곳에서 뿌리를 내린 모습도 보이는데, 그 크기와 오랜 세월을 버텨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비는 나무로 유명하다.
영국사에서 심천면으로 향하면 달이산 남쪽자락에 있는 옥계폭포와 만난다. 옥계폭포는 난계 박연이 풍경에 취해 직접 대금을 연주한 곳으로, 시인 묵객들도 이곳을 찾아 풍경에 취해 시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옥계폭포 가까운 곳에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한국 3대 악성으로 추앙받는 난계 박연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난계사가 있다.
바로 옆에 위치한 난계박물관은 우리의 전통악기를 전시하고 있으며, 박연의 생애와 업적에 관한 영상물을 관람 할 수 있다. 박물관 건너편의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에서는 대표적인 우리 전통악기를 배워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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