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7일 아침 8시 반,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쾌속선은 소청도와 대청도를 들러 4시간 만에 백령도에 닿았다. 해무가 짙게 낀 백령도의 첫인상은 신비하면서도 아름답고 깨끗했다. 안보상으로 중요한 섬이라더니 백령도 포구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군인들이 보였다. 터미널 바깥엔 섬을 떠나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싱싱한 조개, 골뱅이를 파는 할머니도 몇 분 계셨다.
백령도는 면적(약 50.96㎡)이 여의도 5배 정도라고 하는데 군사용어인 서해 5도는 ‘인천 옹진군에 속한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를 일컫는다고 한다. 서해 5도 중 하나인 백령도는 그중 가장 최북단에 있다. 이곳은 우리의 아들들인 해병대가 불철주야 철통같은 경비를 서는 안보상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우리 일행이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천연기념물 제391호인 사곶해변이었다. 진흙바닥처럼 보였으나 직접 걸어보니 무척 단단했다. 이곳은 전 세계에 두 곳밖에 없다는 규조토 해변으로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한 천연비행장이다. 우리 일행을 안내하던 여행사 직원은 이곳이 실제 군비행장으로도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점심을 먹으러 간 마을에서 한 할머니께 미역국 끓이는 법에 대해 듣기도 했는데 그 방법이 육지와는 사뭇 달랐다. 백령도에선 미역, 까나리액젓, 물을 함께 끓이다가 마지막에 마늘을 조금 넣는다고 한다. 모든 음식의 간을 까나리액젓으로 맞춘다고 하니 지역마다 풍습이나 음식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후에 백령도에서 사온 돌미역과 까나리액젓으로 백령도식 미역국을 끓여봤는데 미역이 워낙 꼬들꼬들하니 좋아서인지 시원하고 맛있었다.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두무진(頭武津)에도 가보았다. 서해의 해금강이라 할 만큼 기암괴석이 웅장한 곳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장관에 일행 모두 입이 쩍 벌어졌다. 푸른 서해 바닷가에 우뚝 솟은 바위의 행렬은 마음이 겸허해질 만큼 멋졌다. 기회가 닿으면 꼭 가서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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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 해산물이 많긴 많은가 보다. 이틀째 되는 날 아침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반찬으로 무채가 나왔는데 싱싱한 생굴을 어찌나 많이 넣었는지 무 반 굴 반이었다. 비싸서 감질나게 먹던 굴을 실컷 먹을 수 있어서 신이 났다. 백령도에는 자연산 돌미역과 다시마, 굴이 유난히 많이 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소금을 만드는 염전도 있었다. 농사짓고 가축을 키워 자급자족한다는 이 섬은 농사가 제법 잘되는 편이라 (농사) 1년 잘 지으면 3년 먹을 만큼 수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세워진 장로교회인 중화동교회 마당에는 당시 만들어진 옛날 종이 있었다. 세월이 흘렀건만 지금도 종을 치면 댕그랑 댕그랑, 우아하고 은은한 소리가 멀리까지 퍼진다. 정원엔 오래된 나이로 치면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든다는 무궁화나무도 있었다. 그렇게 교회와 정원의 나무들은 흘러가는 세월을 함께하고 있었다.
교회 아래 작은 밭에서 파를 심는 할머니를 뵙기도 했는데 자급자족하던 섬 생활의 특성이었을까? 작은 공간이라도 알뜰히 일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어 용트림바위가 있는 해안가를 찾아갔다.
가마우지와 갈매기가 서식하고 있는 만큼 깍깍거리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용트림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30년 전 고등학생일 때 본 영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 갈매기의 꿈’이라는 영화가 문득 생각났다. 바로 밑 동생은 중학생, 막내가 초등학생일 때 삼남매가 함께 극장에 가서 본 유일한 영화였다. 주인공 갈매기는 다른 갈매기처럼 먹이를 구하기 위해 높이 날지 않는다. 좀 더 멀리 날기 위해서, 좀 더 높이 날기 위해서 날아올랐다.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던 갈매기의 힘찬 날갯짓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콩알을 뿌려놓은 듯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돌들이 모여 있는 콩돌해안에도 가봤다. 발바닥 지압에 좋다고 일행이 너나없이 양말을 벗고 걸었다. 맨발로 다니는 일행들과 부드러운 돌, 고요한 바다가 어우러져 그 순간이 그림 속 한 장면처럼 평화롭게 느껴졌다.
콩돌해안 마을 어느 집 앞에 누군가 방금 건진 다시마를 바구니에 수북이 담아놓았는데 다들 만져보고 향을 맡느라 정신이 없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라 채 둘러보지 못한 곳이 많아 아쉬웠다. 아름답고 조용한 섬, 백령도에는 의외로 볼거리가 많았다. 언젠가 다시 백령도 땅을 밟게 되리라 고대하면서 인천행 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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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밀냉면(왼쪽)과 짠지떡
1 메밀냉면 물냉면을 먹었는데 구수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일품이었다. 함께 나온 배추김치는 오직 까나리액젓만으로 담갔다고 하는데 비리지 않고 깔끔한 맛을 자랑했다.
2 짠지떡 김치와 굴을 넣어 찐 백설기 같은 떡이다. 김치만두에 가까웠는데 어른 손바닥 크기의 떡 안에 김치와 굴이 소로 들어가 있었다. 워낙 양이 많아 두 개만 먹어도 한 끼 식사가 될 정도였다.
백령도는?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191.4㎞ 떨어진 서해 최북단 섬으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 원래 이름은 곡도인데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나는 모습처럼 생겼다 하여 백령도라고 부르게 되었다. 해안선 총 둘레가 57㎞에 이르는 백령도는 지리적 여건과 안보상 문제로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채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 유일한 물개, 바다표범 서식지로 유람선을 타고 섬을 돌다 보면 힘차게 유영하는 물개와 바다표범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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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천연기념물 제391호인 사곶해변 2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는 두무진(頭武津)
가볼 만한 주변 관광지
백령도는 천연기념물이 즐비한 문화재의 섬이기도 하다. 형형색색 작은 조약들로 이뤄진 콩돌해안(천연기념물 제392호)을 비롯해 천연비행장(천연기념물 제391호), 하늬바다 감람암 포획현무암(천연기념물 제393호), 물범(천연기념물 제331호) 등이 있으며 두무진의 선대암 일대는 국가명승지 8호로 지정되었다. 이 밖에도 1896년 세워진 중화동교회는 한국솔내교회와 새문안교회 다음으로 오래된 교회로 1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백령도 특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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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작은 밭에서 파를 심는 할머니 2 백령도의 다시마
백령도는 대표 특산품인 까나리액젓을 비롯해 약쑥, 전복, 자연산 돌미역, 다시마, 해삼, 참다래 등이 유명하다. 백령도 까나리액젓은 칼슘, 단백질, 회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 여성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