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용서는 가장 큰 수행입니다

문성식 2022. 7. 24. 20:35


        용서는 가장 큰 수행입니다 “그대가 시인이라면 종이안에 떠다니는 구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틱낫한 스님의 글을 소개하면서 법회는 시작되었습니다. 구름이 비를 뿌리고 그 비로 나무가 자라고 나무는 종이를 만들 듯이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의 관계속에서 이루어지지 독립된 존재는 없습니다. 한 장의 종이를 통해 떠다니는 구름을 보게 되듯이 구름은 종이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면서도 저 마다 독특한 세계를 지니며 존재하고 그 존재들은 전 생명을 바쳐 각자의 역할들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양사람의 사고방식은 인간중심의 오만함으로 지구를 황폐화시켜 지구상의 생명들을 사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새들과 고기들이 사라지고 있고, 결국은 사람들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솔직한 말씀으로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움찔 놀라고 부담이 됩니다. 직심(直心:바른마음)이 곧 도량이라고 했는데 과연 내가 그런지 부담을 느낍니다. ‘자신의 삶이 과연 맑고 향기로운가?’ 하고 자문하게 됩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은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절에 다니는지.. 어떤 것이 과연 종교적인 삶인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자기 삶의 무게를 어쩌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덜어놓기 위해 절이나 교회를 찾습니다. 그러나 자기 밖으로 한눈을 팔아보고 얽매여서는 안됩니다. 내 안에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소리를 들으십시오. 보고 듣는 것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므로 항상 자기 안에서 찾으십시오. 자신의 이름을 화두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법명이나 불명을 가지고 과연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달마스님께 제자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도에 들수 있습니까.? 모든 얽힘에서 벗어나고 안으로 헐떡거림이 없어서 마음이 절벽 같아야 비로소 도의 경지에 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보고 듣는 것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옳거니 그르거니 상관말고 산이건 물이건 그대로 두라 하필이면 서쪽만 극락세계랴 흰구름 걷히면 모두가 청산인 것을” 신앙을 가진 이상 시시비비를 가리지 마십시오. 극락과 지옥에 갔다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겠습니다. 극락과 지옥은 배경은 같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극락에 사는 사람은 항상 웃음이 머물러 있는데 지옥에 사는 사람은 근심과 미움속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식사시간에 1m가 넘는 숟가락 젓가락만 있는 그곳에서 극락은 서로 상대에게 먹여주지만 지옥은 자기만 먹겠다고 아귀다툼을 한다고 합니다. 똑같은 상황에 있으면서도 이웃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마음이 편해지고 바로 그런 순간 ‘나’라는 존재가 확대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은 외롭고 지옥중생의 후보자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중생심을 덜아내고 보리심을 발하기 위함이니 만나는 사람마다 선지식인으로 대하십시오. 15년전 인도성지순례중에서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따라다녔는데 대만에 와서 불자들의 모습을 보고 자비심이 받쳐주지 않는 지혜는 없고, 자비심이 곧 부처고 보살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경전이 있지만 그 보다도 불교의 본질은 다른 것이 아니고 바로 자비, 사랑의 실천임을 알게 했습니다. 지장보살이란 무엇인가요? 지옥이 텅 빌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낸 보살입니다. 우리도 지장보살처럼 본질적인 서원(誓願: 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맹세) 을 해야 합니다. 나는 무슨 서원을 가지고 있는가..... ‘고3아이 대학 붙게 해 주십시오’라든가 ‘ 빚 떼어먹은 사람 찾게 해주십시오’같은 것 말고 청정하고 광대한 본질적인 원을 지니십시오. 그리고 그에 따라 행동하십시오. 목표가 없으면 흔들립니다. 목표란 삶의 지표가 되어 그 힘으로 험난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으니 나와 부처를 따로 분리시키지 말고 하나로 보십시오. 지난 4월법회때 ‘용서’에 대해 말했는데 그 동안 용서를 얼마나 하셨습니까? 최근간행된 대담집 달라이라마의 ‘용서’를 읽어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올가을에 꼭 한번 읽어보십시오. 이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탈출할때. 티베트에 남는 바람에 중국감옥에서 감금당하며 온갖 고초를 겪은 스님을 만났습니다. 긴 세월동안 변치않는 스님을 보고 달라이라마가 물었습니다. “두려운 적은 없었느냐?” 그 스님은 “나 자신이 중국인을 미워하게 될까봐 두려웠다”라고 말했답니다. 만일 내가 이 처지였으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지 못했을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용서는 가장 큰 수행입니다. 남을 용서함으로써 나 자신이 용서를 받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날입니다. 묵은 수렁에 갇혀 새 날을 등지면 안됩니다. 맺힌 것을 풀고 자유로워지면 세상문도 활짝 열립니다. 마음에 박힌 독은 용서를 통해서 풀어야 합니다. 땅을 딛고 사는 우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땅보살에게 자비와 용서의 정신을 배워야 합니다. 눈을 밖으로 살피지 말고 자기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점검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인간은 때가 되면 누구나 자신의 일몰앞에 서게 되는데 그전에 맺힌 것은 풀어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이 좋은 가을날 열린세상에서 열린마음으로 살아가기 바랍니다. = 법정스님 길상사 가을 정기 법회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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