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수도자가 사는 집

문성식 2022. 8. 6. 10:01


        수도자가 사는 집 선정 삼매禪定三昧가 충만하길 빕니다. 건성으로 앉아 있지 말고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낱낱이 살펴보십시오. 마음과 몸을 편안하게 하고 순간순간 기쁨이 배어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정진은 의무적인 행위가 아니라 침묵 속에 떠오르는 삶의 향기입니다. 중심이 잡히면 말이 필요없게 됩니다. 즐겁게 정진하는 것이 안거安倨입니다. (여여선당如如禪堂에 보낸 편지에서)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에 이런 법문이 있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편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며, 명예나 재산을 구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나려는 것이며, 번뇌의 속박을 끊으려는 것이고,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끝없는 중생을 건지려고 해서이다.' 이것이 바로 출가 정신이다. 인도의 위대한 시인 까비르는 이렇게 노래한다. '너는 왔다가 가는 한 사람의 나그네, 재산을 모으고 부를 자랑하지만 떠날 때는 아무 것도 갖고 가지 못한다. 너는 주먹을 쥐고 이 세상에 왔다가 갈 때는 손바닥을 펴고 간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물질적인 결핍이라든가 신체적인 장애 때문이 아니다. 행복할 수 있는, 행복을 받아들일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새로 핀 꽃을 보고 그 꽃에 매료당하는 것은 가슴의 영역이지 머리의 영역이 아니다. 생명의 신비는 가슴으로 받아들인다. 또 가슴에서 온다. 삶의 부피나 덩이만 생각하고 삶의 질을 놓쳐버리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명상을 왜 하는가. 본래의 청정한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선가귀감>은 말하고 있다. '바른 법을 찾는 것이 곧 바르지 못한 일이다.' 이것을 깊이 새겨둬야 한다. 무엇인가 인위적으로, 억지로 바른 법을 찾느라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바른 법에서 멀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 한 경전은 말하고 있다. '중생의 마음을 버리려고 할 것 없이 다만 제 성품을 더럽히지 말라.' 억지로 바른 법을 찾으려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바르지 못한 일이다. 오히려 진실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따로 부처를 구한다고 해서 그것이 얻어지는 게 아니다. 본래 청정한 마음, 진실한 마음을 지키는 것, 이것이 최고의 정진이다. 정진이라는 것이 밤잠을 안 자고 탐구하는 그것이 아니고, 본래 청정한 그 마음을 지키는 것, 본래 때묻지 않은 맑은 마음을 지키는 것이라고 서산대사는 말하고 있다. 명상은 조용히 지켜보는 일이다. 사물의 실상을 조용히 지켜보고 내 내면의 흐름을, 내 생각의 실상을 조용히 지켜보는 일이다. 안팎으로 지켜보는 일이다. 보리달마는 '관심일법觀心一法 총섭제행總攝諸行'이라고 말했다. '마음을 살피는 이 한 가지 일이 모든 현상을 거둬들인다.'는 뜻이다. 지식은 기억으로부터 온다. 그러나 지혜는 명상으로부터 온다. 지식은 밖에서 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움튼다. 안으로 마음의 흐름을 살피는 일, 이것을 일과 삼아서 해야 한다. 모든 것이 최초의 한 생각에서 싹튼다. 이 최초의 한 생각을 지켜보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 법정 스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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