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수행하는 요령 - 3
이른바 십념으로 수를 세는 법은,
염불할 때에 첫 번째 구절부터 열 번째 구절까지
분명히 염송하면서, 동시에 분명히 수를 기억하는 것이오.
열 번째 구절까지 염송한 다음
다시 첫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 되풀이해 염송하며,
결코 이십이나 삼십까지 길게 염송하지는 않소.
횟수는 염송하면서 마음속으로 기억하되
염주를 굴려 헤아려서는 안 되오.
만약 열 구절을 한숨에 곧장 기억하기가 어려우면,
두 번으로 나누어 첫 번째 부터 다섯 번째까지,
그리고 여섯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 기억해도 좋소.
그것도 힘들면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
네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
일곱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로 삼분하여 염송해도 괜찮소.
다만 염송을 뚜렷이 하면서,
기억도 뚜렷이 하고 듣기도 뚜렷이 하면,
잡념 망상이 끼어들 여지가 없소.
이렇게 오래 지속하면
일심불란의 경지도 저절로 얻어질 것이오.
여기서 말하는 십념이,
잡념망상을 추스리는 점에서는 앞에서 말한
새벽 공과중의 십념법과 같지만,
그 수행공부는 크게 다르오.
새벽공과의 십념법은 한 번의 호흡동안을 1념으로 삼고,
그 동안 지송하는 염불횟수의 다소는 따지지 않소.
그렇지만 여기의 십념은
'나무아미타불' 한 구절 염송을 1념으로 삼소.
또 새벽의 십념법은 10념으로 충분하고,
20념이나 30념으로 길어지면 오히려 기를 손상시켜
병을 일으킬 염려가 많소.
그러나 여기의 십념은
첫 번째 구절 염불하면서 마음속으로 첫 번째인 줄 알고,
열 번째 구절 염불하면서는 마음속으로
열 번째 인줄 알기만 하면 되오.
첫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 염송한 뒤,
다시 첫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 염송을 되풀이하기만 하면,
설사 하루에 수만 번을 반복하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소.
이렇게 염송하면 잡념망상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가장 훌륭하게 정신을 함양할 수 있소.
수시로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하거나 전혀 장애가 없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언제 해도 다 좋소.
십념으로 횟수를 기억하는 염불법은,
염주를 돌려 횟수를 세는 방법에 비하여,
그 이익이 하늘과 땅처럼 크게 차이 나오.
염주를 쓰면 몸도 수고롭고 정신도 흔들리지만,
이 십념의 방법은 몸도 편하고 정신도 안정되오.
다만 일을 할 때는 더러 수를 기억하기가 어려우므로
단지 간절하게 곧장 염불하기만 하고,
일이 끝난 다음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횟수를 기억하면 되겠소.
쉴 새 없이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지만,
한 곳에 정신을 집중하여 염송하는 부처님 명호 가운데
정말 좋은 친구가 따라다닌다오.
그래서 대세지보살이
"육근을 모두 추스려(가다듬어) 깨끗한 생각이
서로 이어짐으로써 삼매를 얻는 것이 최고 제일입니다."
라고 말씀 하셧소.
근기가 뛰어난 사람들이야 말할 것이 있겟소만,
우리같이 근기가 우둔한 중생들은
이렇게 십념으로 횟수를 기억하는 염불법을 놓고서,
"육근을 모두 추스려 깨끗한 생각이 서로 이어지게"
하기가 굉장히 어렵고도 또 어려운 일이오.
그렇지만 이렇게
마음을 추스리는 염불방법은 얕은듯하면서도 아주 깊고,
작은듯하면서도 매우 큰 불가사의한 법문임을 알아야 하오.
다만 부처님 말씀을 믿고 따라야 할 것이오.
자기 생각과 식견이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의혹을 품어서는 절대 안 되오.
만약 의혹을 일으키면, 오랜 겁 동안 심어온
착한 뿌리가 그로 말미암아 그만 상실되고,
궁극에는 실익을 몸소 얻을 수 없기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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