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거룩하고 흠 없는 자

문성식 2022. 3. 12. 08:47


 
      거룩하고 흠 없는 자 물은 자연적 차원에서도 생명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식물들은 직접 물을 마시고 자라나니까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을 포함한 동물도 물이 없으면 죽습니다. 물이 없는 땅, 그것은 사막이요, 생명이 없는 땅과 같습니다. 이같이 현대 생명 발생학은 지상의 모든 생명이 본시 물에서 온다는 것을 밝혀냈고, 인간의 태아가 태어나는 양수라는 것이 바닷물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자연 생명은 물에서 옵니다. 이렇게 모든 요소들의 모체인 물이라는 것을 하느님은 우리의 천상적 재생의 유효한 표징으로 삼으신 것입니다. 특히 성서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홍해를 건널 때에 발을 적시지 않아도 되게끔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홍해를 무사히 건너 약속된 땅에 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물을 건너 해방된 것이 세례로서, 죄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이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예표와 같습니다. 뿐더라 죄 없으신 예수님께서 우리와 같이 죄인이 되시어 요르단 강에서 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거기다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을 때 창에 찔려 그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사실 그리스도의 이 피 흘림으로 죄의 용서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의 물은 예수님의 옆구리에 흐른 그 피와 물과도 같은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영세를 받으면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하느님을 우리는 성령에 힘입어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아버지', 이 말은 많은 것을 뜻합니다. 나를 낳으신 분, 나에게 생명을 주신 분, 나를 기르시는 분, 나를 언제나 사랑하고 돌보시는 분, 나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신의 목숨까지도 내놓으시는 분, 그런 분이 아버지이십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이 아버지이십니다. 천지를 창조하시고 주재하시는 그분이 전능하시고 전지하신 분, 영원하시고 무한한 생명을 지니신 분, 그 하느님이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우리는 그 자녀가 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아들딸들이 됩니다. 그리스도를 닮는다는 것은 괴장한 뜻을 지닙니다. 예수님과 같이 거룩하고 흠 없는 자되며 바로 예수님과 같은 생명을 나눈다는 뜻입니다. 과연 세례로써 받는 생명은 예수님의 생명이십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불멸의 힘을 지닌 그 생명을 받습니다. 예수님을 닮으면 그분과 같이 살아야 합니다. 죄 없으신 예수님은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그때 또한 성령에 임하시어 성령의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내가 받을 세례가 또 있다"고 하신 대목이 나옵니다. 이것은 당신이 당할 십자가의 죽음을 뜻합니다. 왜 예수님은 죽으셨습니까?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어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구하기 위하여….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닮습니다. 본시 하느님이신 분이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먼저 우리를 닮아 사람이 되어 오셨습니다. 그리하여 죽음까지도 같이 나누셨습니다. 그 사랑의 힘으로 우리를 구하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이분을 사랑하고 이분과 끝까지 같이 갈 때에 우리도 살 수 있습니다. 이 그리스도를 닮은 사랑의 죽음은 참된 세례입니다. 이로써 우리의 삶은 그리스도 안에 완성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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