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불멸의 삶

문성식 2022. 3. 5. 11:12


 
      불멸의 삶 생명의 역사 치고 부활의 역사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새싻은 땅에 묻혀 썩은 씨앗에서 움트며 화창한 봄은 얼어붙은 긴 겨울로부터 오며 새벽녘의 밝은 빛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부터 번져 나옵니다. 그리스도는 죄와 죽음의 어둠에 잠긴 인간 세계의 빛으로서 오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부활 자체이십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고 또 살아사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 11,25)라고 그리스도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그리스도를 우리의 생활 안에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말씀하셨듯이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심으로 해서 그를 보내신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이 또한 내 안에 있습니다. 비록 육신은 현세에서 죽더라도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으로 그리스도와 일치된 본질적 생명은 불멸하여 부활할 것입니다.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고 하신 말씀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이 죽음이 없는 '영원'은 시간적인 무한이라기보다 불멸의 질을 지닌 생활을 뜻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리스도와 일치 결합된 생활입니다. 그것은 또한 그리스도를 따라 진리에 살고, 정의를 실천하고 사랑을 닦는 것입니다. 이 그리스도의 길만이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할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이 세상에서는 불멸의 질이 아닌 유한의 양, 필연적으로 사멸하고야 말 것만을 지니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현세적으로 볼 때, 권력이나 금력은 가장 강한 힘이므로 그 위세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착각을 인간에게 줍니다. 그 착각에 홀려 버린 사람들은 권력이나 금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때로는 부정과 불의를 범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독재가 되고 부정 축제자가 됩니다. 그러나 권력자이든 재산가이든 인간은 필경 몇 십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을 살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더욱이 죽을 때는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빈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너무도 분명한 사실을 무시하고 현세적 아집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죽음의 사람들입니다. 회개하지 않을 때, 이들에게는 부활이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불멸의 질을 지닌 참된 삶을 그리스도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그 시간만이 우리에게 영원한 가치의 삶이 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떠날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잃고 맙니다. 평생을 누린 부귀영화도 죽음과 허무로 끝나고 맙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를 떠날 때, 우리는 진리를 잃고 길을 잃고, 생명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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