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사랑의 승리

문성식 2022. 3. 8. 07:21


 
      사랑의 승리 인간은 아무리 큰 업적을 낸다 해도 결국은 죽어 썩고 말 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진리 탐구, 정의 구현, 사랑의 실천,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어떤 이가 말했듯이 불멸의 생명이 없다면 자유를 위한 투쟁도 무의미합니다. 인생에 의미가 있고 진리와 정의, 사랑과 자유에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영생은 있어야 하며, 영생이 있기 위해서는 부활은 필연코 있어야합니다. 그리스도의 부활, 하느님 성자의 수난과 부활은 이 같은 인간의 근원적 요청에 대한 충족입니다. 그러나 이는 물론, 인간의 요청이 필연적 결과가 아니고 오직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이 그 사랑에서 베푸시는 자비로운 은혜입니다. 사실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목적하신 것은 인간이 이 세상에서 죄와 고통 속에 살다가 어느 날 죽어 썩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죄와 죽음에서 구원되어 당신과 함께 영원한 생명 속에 영원한 복락을 누리며 사는 것, 그것이 하느님께서 지니신 뜻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셨고 인간이 죄를 지었을 때도 인간을 버리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용서하고 구원하시기 위해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셨습니다. 그리하여 성자 그리스도는 사람이 되어 오셨고, 우리 모두의 죄를 대신 지시고 십자가에 죽으셨으며, 부활하심으로써 우리의 부활 생명이 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결국 우리를 죽기까지 사랑하신 그 하느님의 사랑, 죽음보다 더 강한 그 사랑(아가 8,6)의 승리를 말합니다. 우리 각자와 인류의 죄가 아무리 크고 우리를 멸망으로 이끄는 죽음의 힘이 아무리 크다 해도 종말에 승리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을 굴복시키고 마는 하느님의 사랑임을 그리스도의 부활은 잘 증명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당신을 부정하고 당신을 배척하며 못 박은 그 모든 인간의 죄를 다 용서하시고 그 모든 이를 다 구원하십니다. 참으로 얼마나 크고 놀라운 하느님의 사랑입니까? 예수님의 부활은 이 사랑의 승리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사랑의 승리인 부활은 우리의 희망이요, 기쁨이며, 죽음의 어둠에 갇힌 우리를 밝히는 빛입니다. 이처럼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묵상할 때, 우리는 자연히 이 사랑에 대하여 우리가 어떻게 응답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곧 성서에서 가르치고 있는 대로 하느님을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마르 12,30-31) 우리는 가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마음을 다하여 사랑해야겠습니다. 그분을 진정 우리 아버지로 모든 것 위에 모든 것에 앞서 섬길 줄 알아야겠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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