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대화법

마음을 닫게 하는 침묵, 마음을 열게 하는 대화

문성식 2021. 9. 29. 09:08
 


♣ 마음을 닫게 하는 침묵, 마음을 열게 하는 대화 ♣

 

우리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고,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온다는 말이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말이 이렇게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혼잣말이 아니라, 주고받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말에 따라서 사람의 마음이 열리기도 하고, 닫혀버리기도 한다.

 

지혜로운 말과 대화는 어떤 것일까.

부부나 부모 자식 간에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대화가 단절돼 있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드물게 서로 이야기를 나눠도 사용하는 말이 거칠게 나가거나 부정적으로 하게 돼, 서로 힘이 되어 주기보다는 마음에 화만 쌓이게 하는 경우도 많다.

KBS-2TV 프로그램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작가 전현미씨는 “특히 이혼한 부부들을 취재할 때 참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고 한다.

위기의 부부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말이 통해야 말이지, 도대체 말을 들어먹어야 말이지” 였다는 것.

 

“다양한 부부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한다는 거였다.

일단 나는 노력을 했는데 안 통했다는 전제가 깔린다.

그리고 내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상대방이 잘못한 것만 지적하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전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귀 기울여 듣는 척하지만, 머릿속에는 내가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만 계속 맴돈다”며 “자기 표현의 욕구가 있다지만, 자기 말만 하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힌다.

상대방도 얘기를 하게끔 “당신은 어때?” 하고 물어보지 않고, 상대방이 그 말을 받아들일 마음의 문조차 열려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내 얘기만 쏟아붓는 식이라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감정이 그대로 노출된 극단적인 대화이지만, 더 안 좋은 것은 묵묵부답의 ‘침묵’이다.

이럴 때의 침묵은 ‘황금’이 아니라, 서로의 가슴속에 응어리를 남기는 독이 된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대화가 가장 큰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 문제로 고민이 큰 가정을 보면 대화가 단절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부모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훈련’ 코스를 밟기도 한다.

 

대화 못하는 부모 ‘훈련’에 참가하기도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부모역할훈련’이다.

이 프로그램의 강사 옥숙경씨는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하기를 꺼리게 되는 것은 부모가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가 상처를 받고 관계가 서먹해지는 경험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당연히 아이들과의 대화법으로 먼저 적극적으로 들을 것, 두 번째로 아이들의 말문을 열게 하는 “그렇구나” “저런” “정말?” “그 얘기 좀 해봐”와 같은 키워드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무촌이라고 하는 부부 사이나 부모 자식 간에도 어려운 대화가 남이라고 해서 원할해지는 건 아니다.

언어습관은 곧 마음의 반영하고 몸에 밴 습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하는 습관, 마음을 열게 하는 대화가 가능하려면 가슴속에 품고 있는 마음과 의식부터 전환되지 않으면 안된다.

국제스피치언어학원의 송미옥 원장은 “인간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말하기”라며 “마음속에 성질, 화가 있는 사람은 스피치를 못한다”고 밝힌다.

 

“생각의 순화가 돼야 한다. 우리는 화나는 일이 있을 때 그 마음을 다스리는 것부터 가르친다.

언어 자체가 내 마음의 모양이라서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는 말은 상대방을 상처 내게 한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이 열매가 되도록 습관부터 바꾸어야 한다.”

 

마음에 화 있으면 말 못한다

한국 스피치 리더십센터 민영욱 원장도 “생각의 틀을 깨고,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쾌한 대화법>의 저자 이정숙씨는 ‘말은 하기 쉽게 하지 말고 알아듣기 쉽게 하라’고 조언한다.

말이란 아무리 잘해도 듣는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또한 대화를 잘하려면 상대편의 말이 지루하더라도 귀담아 듣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머리로 딴 생각을 하며 듣는 척할 것이 아니라 정성을 기울여 들어야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

 

하버드대의 협상 전문 교수인 피셔 박사는 “대화와 협상을 원활하게 이끌어가는 방법은 사람과 감정을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감정이 앞서면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사람이 미우면 그가 아무리 좋은 의견을 말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람과 감정을 분리할 수 있으려면 자아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

말 잘하는 것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도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다.

살아온 자신의 마음과 몸에 밴 습관을 버리며 마음공부를 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긍정적인 사고와 부드러운 말투를 갖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마음에 품고 있는 ‘말의 씨’가 사랑으로 가득해야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비워진 맑은 마음이 곧 말솜씨고 대화의 지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