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영성(Christian Spirituality)
2. 정서적 영역(affective domain)과 성령의 역사
<정서>(emotion)란 말의 어원은 라틴어 동사인 <motere (to move) + e (away)>의 합성어로서 정서란 “움직여 나간다.”(move away)란 의미라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정서>란 인지적인 영역과 행위적인 영역을 함께 포함한다. 과연 우리의 생각이 행동으로 변하려면 <정서>를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그것이 실천으로 옮겨지려면 마음이 움직여져야 하는 것이다. 가슴에 닿는 설교가 되어야 성도들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적인 사람은 영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자기 통제를 잘못하는 사람으로 정서발달이 잘 된 성숙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크리스천들은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정서적인 삶을 발달시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 항목에서는 영성발달을 위한 성령의 역사와 정서적 영역에 관해 상고해 보려고 한다.
(1) 정저적 영역과 유사한 개념들
- 정서적 영역과 유사한 개념들을 나타내는 용어들은 다음과 같다.
1) 긍휼(compassion)
<긍휼>은 영성에서 중심이 되는 성경적 용어로써 정서적 영역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다(마5:7, 9:27,33 etc.). 예수 그리스도는 긍휼을 가장 잘 실천하신 역할 모델(role model)로서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시고 본을 보이셨다. 몇가지 예를 들어 보면 이러하다 --
[마9:35-36] -- “예수께서 모든 성과 촌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 무리를 보시고 민망히 여기시니 ...”
[막 1:40-41] --“한 문둥병자가 예수께 끓어 엎드려 간구하여 가로되 원하시면 저를 깨긋게 하실 수 있나이다. 예수께서 민망히 여기사 ...”이러한 말씀들을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 깊은 곳에 긍휼이 충만하였음을 보게 된다.
2) <감정이입>(empathy)
감정이입(empathy)이란 말은 <em(안으로) + pathy(느끼다)>의 합성어로서, ‘안으로 느끼는 감정’을 의미한다. 즉 다른 사람 안에 들어가서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함께 느끼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느끼는 감성은 타인을 돌보아주는 행동의 원천적 힘이다. Shelton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소유하신 <긍휼>(empassion)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감정이입>(empathy)과 동일하다고 하였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느끼는 사람은, 그 느낌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도와주는 삶을 살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영성>은 발전한다. 왜냐하면 영성은 자기중심의 삶이 아니라 타자중심의 삶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 감성 발달의 중요성
센더스(Sanders,1962)는, 그리스도인의 세 가지 모습을
1) 영적으로 성숙한 그리스도인
2) 영적으로 미성숙한 그리스도인 그리고
3) 퇴폐적인 그리스도인으로 분류한 다음 이르기를 이러한 분류의 근거는 그들의 지식 정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감성>과 관계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오늘에 와서 사람들이 지능지수(IQ) 보다 감성지수(EQ)에 더 중요성을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인 줄 안다. 다윗이 골리앗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정서가 합리성에 지배당하지 않고 그의 합리성을 지배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을 볼 때, 어떤 허신적인 일을 함에 있어서도 <정서>가 합리성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란(Ron, 1991)에 의하면, 미국에는 수백만의 <어른 아이들>(adult children)이 존재하는 데, 그 이유는 그들의 정서적 발달이 미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몸은 어른이지만 그들 속에 있는 정서는 어린아이라는 것이다. 하바드대학의 교수인 아블론(Ablon)은, <정서>는 인간됨의 기초이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하였다. 하바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골맨(Goleman,1995)은 정서적인 마음(emotional mind)은 이성적인 마음(rational mind)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고 하였다.
예수님은 친구 나사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사로가 이미 천국에 간 것을 알면서도, ‘나사로가 믿고 천국에 갔으니 찬송하자’고 하지 않고 우셨다. 예수님의 이성은 <감성>의 통로를 거쳐 행동으로 옮겨졌던 것이다. 예수님은 정서발달에 있어서도 우리의 모델이며 목표이시다.
(3) 감성 발달의 필요성
어떤 학자는 <감성>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감성의 선천성을 강조하고, 다른 학자는 감성이 단계를 거쳐 지속적으로 발전해간다고 감성의 후천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는 Brown(1993)의 주장과 같이, 감성에는 선천적인 요소와 후천적인 요소가 모두 있다고 봄이 옳다고 본다.
감성발달은 출생 시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되어야할 인간적 과제라고 보아야 한다. 만일 어린아이가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제 시기에 감성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몸은 어른으로 성장해도, 감성발달은 지체되어 어린아이가 되어, 가정과 사회와 교회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20세기에 와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감성발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에 의해서 <이성적 감성적 치료법>
(Ra-tional Emotive Therapy: RET)이 창안되기도 하였다. 그는 강조하기를 인간의 심리적 과정은, 인지적 영역과 정서적 영역과 행위적 영역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한 인간을 치료함에 있어서, 이 세 가지 영역을 깊이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4) 정서적 영역에서의 영성발달과 기도
1) 기도
기도는 정서적 영역에서 영성발달을 도모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기도를 통해서 기도하는 사람과 그 기도의 대상이신 하나님과 영적인 관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친교(communion)이다. 이 하나님과의 친교를 통해서 인간은 큰 감성적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한나는 기도를 통하여 고통에서 해방받는 정서적 체험을 했으며, 바울은 근심걱정에 얽매어 정서가 메마른 사람들을 향하여 이렇게 교훈하다 --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4:6-7).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도의 다섯 가지 요소들은, 경배(adoration), 감사(thanksgiving), 고백(confession), 요청(petition), 중보(intercession) 등이다. 이러한 말들은, 모두 정서적 영역에 속하는 용어들로서, 가슴을 열 때에만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다. 기도는 정서적 영역에서 영성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2) 기도와 성령의 역사
성령님은 기도를 통하여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을 들어내시고 하나님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역사하신다. 자신을 하나님 앞에 솔직히 내어놓고 성령의 역사를 간구하며 기도하면, 그 기도 속에 성령이 역사하여 진정한 회개를 하게하고, 그런 회개는 행동을 변화시킨다. 기도는 선택과목이 아니고 필수과목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기도하지 않고 행하는 교육 사역에는 하나님의 영의 역사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3) 기도와 영성발달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로서 영성발달의 초점이 된다. 기도는 인간의 최대 목적인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필수적인 영적 행위이다. 우리가 기도할 때, 특별히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의 <영>을 소생시키시고 치유하시고 새롭게 하여 주시기를 간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과 인격의 원동력이 우리의 <영>이기 때문이다.
ㄱ) <인격발달>
인격발달이 안 된 사람은 영성이 발달했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양자는 불가분적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를 영성이라고 생각하고 사람과의 수평적 관계는 인성이라고 함을 옳지 않다. 자기중심은 인격의 미성숙을 의미하고 타자중심은 인격의 성숙을 의미한다. 미성숙한 사람일수록 먼저 자기만을 생각하며, 성숙한 사람일수록 먼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한다. 여기서 <타자중심>이란 하나님중심(God-centeredness)과 타인중심(peole conteredness)을 의미한다.
기도는 우리로 하여금 자기중심에서 하나님중심의 인격으로 변화시켜주며,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타인중심적인 인격자로 변화시켜 준다. 기도할 때 성령께서는 자기중심에서 타자중심으로 우리의 생각과 정서와 행동을 변화시켜주는 힘을 발휘하신다. 특히 중보기도는, 타인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중심에서 타자중심적인 인격자로 우리를 변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주기도는, 제자들에게 타자중심적인 삶 곧 하나님중심적인 삶과 타인중심적인 삶을 살아야 할 것을 교훈하신다. 주기도에는 “나”라는 말은 없고 모두 “우리”라고 가르치신다. 우리의 기도가 타자중심적일 때, 우리의 인격은 날로 발달한다. 기도는 예수님의 삶과 사역에 중심이 되었다. 성령님은 우리로 하여금 서로 짐을 나워 지고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가르치신다.
ㄴ) <행동발달>
여기서 <행동발달>은 영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용어로써, 신앙의 영적 발달 곧 영적 성숙을 의미한다. 인격발달과 대칭되는 말이다. 행동발달은 행동(행위)에 관계되는 말로서 힘을 필요로 하는 개념이다. 예수님의 행동 속에는 언제나 힘이 동반하였다. 그리스도를 닮는 것이 영성발달이라면, 크리스천에게도 그리스도에게 있었던 능력의 일부가 나타나야 한다. 예수님은 지상에 오셔서 가르치시고, 전파하시고 치유하는 사역을 행하셨으며, 그러한 사역 속에 능력이 나타났다. 그러므로 오늘 그의 뒤를 쫓는 그의 제자들인 우리에게도 가르치고 전파하고 치유하는 일에 능력이 나타나는 것이 정상적이다.
20세기에 와서 일어난 은사운동도, 영성의 행위적 영역에 중점을 두고 일어난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도는 크리스천들을 성숙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능력 있는 삶을 살게 한다.
4) 기도와 정서생활
기도는 정서적 생활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감정의 치유, 친밀감, 감사하는 마음, 소망 등의 정서는 기도와 깊은 관계가 있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하는 사람은 그만큼 아버지로부터 정서적인 면에서 큰 발달을 경험하게 된다.
ㄱ)<감정의 치유>(emotional healing)
기도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하는데, 그 사랑의 체험은 곧 정서적 치유를 가져온다. 슐러(Schuller, 1982)는 인간 속에 6가지 부정적 감정이 있는데, 그것은 열등감, 무의미, 걱정, 죄책감, 후회, 공포 등인데,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은 바로 이러한 감정의 치유를 위한 처방전이었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기도는 찬양과 감사와 고백과 요청과 중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특히 찬양 기도는 감정의 치유에 큰 역사를 한다. 찬양은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치유의 능력을 생산하는 중요한 일을 한다. 왜냐하면 찬양 기도는 치료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삶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며 우리들의 영성 발달의 근거가 된다.
ㄴ)<친밀감>(intimacy)
심리학에 의하면, 친밀감이란 자기의 정체성을 잃을 염려가 없는 가운데 개방적이며 협조적이며 부드러운 인간관계를 맺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신학적인 면에서도 친밀감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친밀감이 없다면, 하나님과의 관계나 다른 인간과의 관계가 생명력과 사랑을 상실한 채, 하나의 기계적인 관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과의 대화인 기도는 친밀감과 깊은 관계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친밀감은 인간발달에서도 영성발달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ㄷ) <감사>(gratitude)
감사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 뿐 만 아니라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증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침 받은 열 명의 문둥병자들 중 감사하지 않은 아홉은 예수님의 마음을 섭섭하게 하였지만, 돌아와 감사한 한 사람은 그로 인하여 예수님과의 관계가 더욱 좋아지게 되었다. 예수님은 “아홉은 어디 있느냐?”고 책망하셨다. 기도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용서해 주신 것에 대한 감사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범사에 감사하는 것과 쉬지 말고 기도하는 것은 서로 밀접한 관계로 묶여 있는 개념이다(살전5:17-18).
ㄹ) <소망>(hope)
소망은 인지적 영역에 속한다기 보다는 정서적 영역에 속한다. 왜냐하면 소망은 가슴과 연결되어 있고 정서와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궁극적인 소망은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있다. 크리스천들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과 재림을 통하여 영원한 소망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기도할 때, 성령님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와 친밀한 관계를 맺게 하심으로 이 같은 참된 소망을 소유하게 하신다. 그리스도를 향한 소망은 크리스천으로 하여금 영성을 발달시키는 힘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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