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대화법

말의 첫마디를 꺼낼 때

문성식 2020. 10. 1. 14:25
 


♣ 말의 첫마디를 꺼낼 때 ♣

남과 상면할 때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그 첫마디는 부드러워야 한다.

먼저 자기 자신이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를 그 분위기 속으로 끌어들인 다음 말의 허두를 꺼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처음 대면하는 경우,

상대는 어느 정도 경계심을 갖기 때문에 이쪽이 지나치게 긴장한 태도로 대하거나,

또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근엄한 표정이나 딱딱한 자세로 말을 걸면,

상대는 더 굳어지고 주눅이 들어 시원스럽게 말문을 열지 않는다.

그러므로 크게 실례되는 않을 정도로 터놓는 태도로 자기 심중을 열 놓으면서 웃음을 머금고 말을 걸면,

아무리 딱딱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상대라도 그 미소에 끌려 이내 말하기 시작한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

상대가 비감에 싸이거나 불쾌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은 때는 이러한 방법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다음은 허두를 장식하는 최총의 화제인데,

상대가 정치인이나 연예인과 같이 모든 세간사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즉각적인 응답을 기대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역시 상대편 주변의 일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가령 상대편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어떻습니까. 요즈음 낚시는요...

어느 쪽으로 나가십니까?" 와 같은 식으로 말을 걸고 들어가면 상대는 어느 정도 가벼이 응답할 수 있고, 이야기를 부드럽게 끌어나갈 수 있다.

 

또 대담에 앞서 상대는 이력, 교우관계, 취미 정도는 미리 알아 두는 것이 편리하다.

그리고 초대면의 사람이나 성격을 잘 모르는 사람과는 대담에서는, "날씨가 매우 쌀쌀해졌는데요..."와 같은 일기에 관한 인사말이나,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세상 이야기로부터 시작해도 좋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말의 허두를 꺼내는 서론 격으로 입이 무거운 상대편으로 하여금 먼저 말문을 열게 하는 것인데, 이것이 성공하여 상대가 말하기 시작하면 언제까지나 낚시 이야기나 날씨 이야기만 해서는 안된다.

상대가 말문을 열면 잘 이끌어서 이야기를 본론으로 끌고 가도록 한다.

 

본론의 화법에 있어, 질문은 되도록 구체적이고 세부적이어서 상대가 즉각 응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다는, "이번 사건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상대도 의견을 말하기가 쉬워진다.

 

또, "한글 전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기보다,

"댁에서는 한글 전용을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하고 먼저 결론부터 물어 말문을 열게 하고 그 다음 이유를 물어보는 편이 낫다.

 

다만 상대편이 되도록 대답하기 쉽게 해준다는 생각에서, "한글 전용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만..., 댁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자기 의견을 말하면 의지가 약한 상대편인 경우, 그의 사고를 흔들어 놓고 선입감을 주게 된다.

요컨대 말의 허두를 꺼내는 요령은, 자연스럽고 온화한 태도로 상대를 향해 단순히 구체적인 질문을 요령 좋게 정리해서 꺼내는 데 있다.

그러나 그 요령은 점차적으로 경험을 쌓아 나가면서 터득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