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422.jpg 송나라 법운(1088∼1158)이 불교경전에 보이는 범어음(범음(梵音))으로 한역된 단어를 유별로 정리하여 해설한 사전으로 ‘십종통호(十種通號)’부터 ‘사탑단당(寺塔壇幢)’까지 64편으로 나누어 약 2천여 단어를 수록하고 있다. 각 편마다 유래와 대략적인 의미를 서술하고 하나하나 전거(典據)를 제시하며 단어의 뜻(어의(語義))을 해설하고 있는데, 제59편인 ‘통론이제(統論二諦)’와 같이 범어와 관련이 없는 것도 실려 있다.

‘번역명의집’은 처음에는 7권으로 편찬하였던 것이나 이 책은 14권으로 편찬되어 8권으로 제본되어 있으며 마지막 권 말에 ‘소주경덕사보윤대사행업기(蘇州景德寺普潤大師行業記)’가 실려 있어 저자인 법운스님이 소주 경덕사의 승려로 호는 ‘무기자(無機子)’, 법호는 ‘보윤(普潤)’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권2와 권7 권수제 아래에 ‘거이(鉅二)’, ‘거칠(鉅七)’, 권9 말에 ‘야이(野二)’ 등으로 천자문 함차(函次) 표시가 있어 대장경으로 편찬되었던 책을 저본으로 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권14 말에 원나라 대덕 5년(1301)의 행업기(行業記)가 붙어 있어 원나라 적사판(적砂版)을 저본으로 하였을 가능성 또한 높다. 이 책은 만력 12년(1584) 명나라 북장(北藏)을 증보(增補)한 만력판(萬曆版)에 편입되었다고 알려져 왔으나 훨씬 이전에 대장경에 편입되었음을 알려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