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백 년 인생을 생각하는 부모들을 위한 7가지 지혜
1. 아이의 10년 후를 생각하라
교육자로서의 내 경험으로는 공부란 억지로 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로 하여금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깨우치게 하고,
공부 자체에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낸시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거금을 들여 성인용 백과사전과 아동용 백과사전을 구입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사소한 질문을 할 때나 혹은 학교 과제물을 혼자 하기 어려워할 때,
아동용 백과사전에서 스스로 찾아보도록 했다.
그것으로 부족할 때에는 성인용 백과사전을 찾아보게 했는데,
간혹 용어가 어려워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때에도 먼저 답을 가르쳐 주는 법이 없었다.
“다른 책을 찾아보는 게 어떻겠니? 도서관에 가면 더 많은 책을 찾아볼 수 있을 거야.”
아이들이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습관은 바로 그 시절에 생겼다.
제 힘으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재미를 느꼈고,
무엇보다 공부의 기본 바탕이 되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기를 수 있었다.
그런 훈련이 거듭된 뒤로 아이들에게 공부는 더 이상 고되고 재미없는 일이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공부의 또 다른 기본 바탕인 인내력 또한 기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길러 주는 한편,
10년 뒤 아이들 인생에서의 무기를 갖춰 준다는 일념으로
생활 속에서의 훈련을 계속해 나갔다.
2. 전진교육보다 완전교육을 꾀하라
우리나라처럼 전진교육을 시키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유치원 때 이미 초등학교 2~3학년까지는 마쳐야 하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중학교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엄마들은 학교 공부보다
학원, 학습지, 과외를 더 중요시 여길 것이다.
물론 아이가 뛰어나거나 정말 영재나 천재라면,
다음 단계의 공부를 미리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아이에게
전진교육을 시킨다면 아이는 그 교육을 따라갈 수 없다.
아이들은 자신이 따라갈 수 없는 것을 배우는 순간 공부 자체를 포기하고 만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은 단순히 몇 단계 앞서는 전진교육보다
그 시기에 필요한 교육을 완전하게 학습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완전하게 갖춰져 있지 않다면
끊임없이 반복해 완전하게 아이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주장하는 완전교육이다.
완전교육을 위한 세 가지 원칙 –
창의력이나 이해력 같은 기본력은 꾸준한 노력과 반복 학습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지금은 나쁘다고 버려지는 것들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모방을 통해 창의력을 배운다.
사람들은 모방을 매우 나쁜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모방이 없다면 사람은 발전할 수 없다.
세상 모든 것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모방은 단순히 남의 것을 따라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둘째, 암기와 이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학습이라는 것은 암기나 이해, 집중력, 창의력 등이 모두 복합되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암기로 인해 우리나라 교육이 퇴보됐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것은 암기 문제가 아니라
암기 외에 다른 학습을 유기적으로 운영하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이다.
셋째, 반복을 통해 완전학습이 이루어진다.
반복학습을 하면 어떠한 지식이든지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교육이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긴 교육 시간에서 보자면 며칠이나 몇 달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시점에 아이가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10년, 20년 뒤 아이에게 무엇이 좋은 가이다.
화살을 멀리 쏘기 위해서는 활시위를 뒤로 잡아당겨야 한다.
그런데 빨리 쏴야 한다고 활시위를 당기기도 전에 화살을 놓는다면
그 화살은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땅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완전하게 당기고 조준했을 때라야
화살이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꽂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3.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하라
왜 아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첫째, 집중력이 향상된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이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무리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둘째, 아이의 행동이 능동적으로 바뀐다.
정말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아이가 원하는 것을 시켜라.
그 순간 당신의 아이는 ‘능동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된다.
셋째, 모든 일에 능률이 오른다.
일단 능동적으로 변한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이러한 자신감은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능동성과 자신감이 아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생활 태도가 달라지고, 모든 일에 능률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넷째,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된다.
다섯째, 학습력이 향상된다.
능동성, 집중력, 인내력, 책임감 등 기본력을 고루 갖춘 아이는 당장은 아니지만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 어느 순간 제대로 된 학습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어린이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과학에 대한 취미를 길러 주면 족하다.’ 루소의 말이다.
억지로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하게끔 만드는 것이
최선의 교육 방법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
4. 아이의 마음을 동하게 만들어라
우리나라 엄마들의 보상 심리는 아이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한다.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아이가 이뤄 주길 바라고,
그 결과 자신이 좋은 엄마임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이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엄마가 생각하는 좋은 길(학원, 고액 과외, 일류 대학 등)만을 고집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과연 아이를 위해서일까?
이것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동기 부여가 아니고
엄마가 아이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모티베이션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 인생은 아이 것이다.
엄마를 위한 동기 부여가 아닌 아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아이의 동기 부여가 필요한 것이다.
엄마는 아이가 제대로 동기 부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내가 중점을 둔 교육 중 하나는 바로 체험이다.
박물관에 가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여러 가지 직업군을 보여 주면서
직업에 대한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책과 영화 등을 통해 다른 삶에 대한 간접 체험을 극대화해 주었다.
나의 체험 교육은 이에 멈추지 않았다.
낸시에게 파인애플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킨 것이나,
피터가 입시를 준비하는 와중에 신문배달을 하게 한 것도
사회를 미리 경험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아이들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선택한 것이었다.
나는 단지 아이들의 선택을 믿음으로 지켜보고,
옆에서 조언을 해 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엄마는 아이 스스로 공부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면 되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한다면
아이는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5. 생활의 모든 것을 활용하라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흔히 ‘저절로’ 된다고 말하지만,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공부뿐 아니라 무슨 일이든 그 일을 잘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나는 그것을 재미와 습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를 가르치기 전에 사물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 주고,
수학을 가르치기 전에 수의 개념을 익히게 하며,
견학문을 쓰기 전에 여행부터 시작하는 것.
이런 과정을 거쳐 저력이 형성된 아이들은 당연히 공부를 쉽게 한다.
생활 자체가 배움의 터가 된 상태에서는 어떤 분야라도 쉽게 공부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여름에 뜀박질하듯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정말 제대로 하는 공부는 재미있는 놀이다.
그리고 공부가 놀이처럼 재미있어지기 위해서는
생활 속의 자연스러운 경험으로 녹아 들어야 한다.
책상 위에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매 순간 이뤄질 때 그것이 진짜 공부라는 말이다.
아이는 늘 아이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도 시기와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가장 절실한 그때,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그때,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박물관 가기, 유 유적지 여행하기, 나무 심기, 텃밭 가꾸기,
책 읽고 얘기하기, 들판의 곤충 관찰하기…
생활 속에서 엄마와 함께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이렇게 엄마와 함께 얻은 저력은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6. 온 마음을 다해 칭찬하라
장점만 갖고 있는 아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상대로 긍정적인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는 원천은
다름 아닌 엄마의 ‘칭찬’이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눈에 보이는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당장 고치려 들거나 그것만을 들춰내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그럴 때는 한 걸음 떨어져 내 아이의 주눅 든 마음에
생기를 불러일으킬 만한 것은 없는지,
어떻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줄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눈앞의 단점보다 숨어 있는 아이의 장점을 찾아
그것을 과장될 만큼 칭찬해 주라는 것이다.
100점을 맞았을 때 칭찬하기보다는
10점에서 20점이 되었을 때 칭찬하는 마음가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는 ‘엄마’와 함께 교감을 나누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행복이며 보상이다.
말로 칭찬하고 나아가 물질적인 무언가로 보상하는 것도
칭찬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따뜻한 포옹과
입맞춤으로 전해지는 엄마의 마음이 최고의 칭찬이다.
아이에게 칭찬할 때 열심히 안아주고 볼을 비비고 뽀뽀를 해 주자.
그것이 바로 아이가 바라는 제일 좋은 선물이다.
또한 ‘넌 할 수 있어’, ‘넌 참 좋은 아이야’,
‘넌 이것을 잘하는구나’라는 말 한마디는, 아이로 하여금 정말로 잘 할 수 있는 아이,
정말로 좋은 아이, 정말로 잘하는 아이로 스스로를 인도케 한다.
아이가 정말 잘 해내기를 바라는가?
머릿속에 내 아이가 이랬으면 하는 이상형이 있는가?
그렇다면 아이에게 아낌없이 칭찬을 하라.
칭찬한 대로 이뤄진다는 믿음이 아이를 당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7. 훈육(discipline)과 잔소리(scolding)를 구별하라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섣불리 체벌을 가하거나 심하게 추궁을 하면
아이는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세상을 알아가고 탐구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잘못을 일깨워 주되 수치심을 느끼게 하지 않는 것.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엄마인 나 스스로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이른바 지키지 않았을 때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종의 ‘벌 원칙표’를 만들었다.
그 뒤로 우리 집에서는 매 대신 특권을 빼앗는 것이 잘못에 대한 벌이 되었다.
이는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컸다.
중요한 것은 한 번 맞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매 대신
일정 기간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벌을 받으면서,
자기 잘못을 깊이 반성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훈육과 잔소리의 가장 큰 차이는 잘못의 대상을 어디에 두는 가에 있다.
잔소리가 아이 자체에 두는 것이라면, 훈육은 아이가 저지른 행동을 대상으로 한다.
훈육을 받은 아이는 그것이 자신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을 비하하거나 뒷날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그러나 “네가 나빴어”라는 식으로 야단만 들은 아이는
행동에 대한 반성은커녕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만 키우게 마련이다.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아 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일관된 자세다.
때문에 잘못과 벌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기반이 된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아이 스스로 잘못에 대한 변별력을 기르도록 하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말, 행동에서 무엇이 잘못인지 스스로 깨닫고
이를 시정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아이는 자기 자신을 바로 보고,
나아가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장병혜님의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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