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70.jpg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표충사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높이 7.7m.

 

표충사 대홍원전(大弘願殿) 앞에 세워진 3층석탑이다. 탑 앞에는 같은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석등이 있으나 이 곳은 탑과 석등이 놓였던 원래의 위치가 아닌 듯하다.

 

표충사의 원래 이름은 죽림사(竹林寺)인데 신라 흥덕왕 4년(829)에 두번째로 크게 확장시켜 이름을 영정사(靈井寺)로 고쳤다고 전한다. 조선 헌종 5년(1839)에는 그때까지 밀양군 무안면에 있었던 표충사(表忠祠)를 영정사로 옮기면서 절 이름도 표충사(表忠寺)로 개칭하였고, 가람배치도 큰 이동이 있었던 것이니 이 탑도 그 때에 옮겨 세운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단층기단 위에 세워진 방형의 삼층석탑으로 신라석탑의 전형양식을 따랐으나, 기단이 단층으로 되어 있고 상륜부(相輪部)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서 주목되는 석탑이다.

기단은 2단으로 된 6매의 지대석(地臺石) 위에 5매의 면석을 세우고 그 위에 4매의 판석으로 갑석(甲石)을 짠 단층기단이다. 면석에는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와 탱주(撑柱 : 받침기둥) 1주로써 각 면을 2구로 구분하였고, 갑석에는 밑에 부연(副椽 : 탑 기단의 갑석 하부에 두른 쇠시리)이 있고 윗면은 완만한 물매를 잡았으며 중앙에 모난 2단의 굄을 깎아서 탑신을 받치게 하였다.

 

탑신부(塔身部)는 층마다 옥신(屋身)과 옥개(屋蓋)를 따로 만들었는데, 옥신에는 매우 넓은 우주를 모각(模刻)하였을 뿐 아무런 조식을 더하지 않았다. 옥개는 비교적 얇은 편으로 밑에 4단의 받침이 있고 처마는 수평을 이루었으며, 지붕은 아름다운 곡선으로 흘러내리다가 네 귀에서 경쾌하게 반전하였다.

 

지붕 중앙에는 2단의 모난 굄을 마련하였고 네 귀의 합각(合閣) 머리에는 풍경을 단 구멍이 있으며, 2층에는 현재 풍경이 달려 있다. 탑신부는 1층옥신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가 2층부터는 3분의 1로 급격히 감축되어 전체의 균형을 깨뜨린 느낌이 없지 않다.

 

상륜부는 밑에서부터 노반(露盤)·복발(覆鉢)·앙화(仰花)·보륜(寶輪)과 수연(水煙 : 탑의 구륜 윗부분에 불꽃 모양으로 만든 장식) 등을 차례로 얹었으나 정돈되지는 못하였고, 그 위에 1m 가량의 철제 찰주(擦柱 : 탑의 중심기둥)를 세웠는데, 그 중에는 뒤에 보충된 것도 섞여 있는 듯하다.

이 탑은 기단이 단층으로 구성되고 1층 탑신이 너무 큰 결점이 있기는 하나, 그런대로 신라석탑 양식을 따른 아담한 석탑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