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무엇이 답을 줄 수 있겠습니까?

문성식 2015. 8. 18. 23:54

 
      무엇이 답을 줄 수 있겠습니까? 독일 아헨에서 벨기에 브뤼셀을 갈 때 한 흑인 남성의 승용차를 얻어 탄 적이 있습니다. 그 남성은 본래 가톨릭 신자인데, 10년 전부터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교회가 너무 보수적이고, 현대 감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낙태와 인공피임 금지 조치를 한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차 안에서 인생의 의미, 사랑, 고통, 죽음 등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했습니다. 브뤼셀이 가까워오고 있었습니다. 작별을 앞두고 그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당신이 던진 질문들, 다시 말해 당신이 늘 지니고 있는 그런 문제들에 대한 답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세계를 지배하는 이데오르기-마르크시즘, 자본주의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그럼 우주여행까지 가능케 하는 과학기술이 답을 준다고 봅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그럼 당신이 애써 버는 돈이 답을 줍니까?" "그건 더 더욱 아닙니다" "그럼 성경은 어떻습니까? 물론 성경은 당신 문제에 직접적으로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그 문제를 밝혀주는 빛은 거기에서 나옵니다."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승용차에서 내리면서 차편을 제공해 준 데 대해 감사하는 뜻으로 권했습니다. "성당에 가든지 안 가든지 그것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만일 빛 속에서 살기 원한다면 매일 10분씩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어보십시오." 그는 그러겠노라고 약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도움이 되는 권유를 받은 듯한 표정으로 고맙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ㅡ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의 메시지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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