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7_0066.jpg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선운사 도솔암에 있는 고려시대의 보살상. 높이 96.9㎝.

 

청동 불상 표면에 도금한 불상으로 선운사 도솔암에 모셔져 있다. 머리에는 두건(頭巾)을 쓰고 있는데, 고려 후기의 지장보살 그림에서 보이는 양식이다.

이 보살상은 선운사 금동보살좌상(보물 제279호)과 두건을 쓴 모습, 목걸이 장식, 밋밋한 가슴 표현 등에서 서로 닮았지만, 이마에 두른 띠가 좁아지고 귀를 덮어내리고 있지 않으며 용모 등에서 수법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지장보살은 다른 불상들과 달리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으며,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대좌(臺座광배(光背)가 없어지고 불신(佛身)만 완전하게 남아 있다. 상체가 늘씬하면서도 당당한 편이어서 고려 후기의 장곡사금동약사여래좌상(보물 제337호)이나 충청남도 서산의 문수사금동불좌상과 흡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보살상은 길상좌(吉祥坐)를 한 탄력적인 하체나 환미감(丸味感) 있는 어깨, 당당한 가슴과 함께 단아한 형태를 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얼굴에서도 잘 나타나 타원형의 갸름한 얼굴, 초승달 같은 눈썹, 가는 눈, 오뚝한 코, 작고 예쁜 입 등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아담한 여성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또한 신체와 얼굴의 단아한 형태는 서로 잘 조화되어 있다.

 

이 보살상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두건 쓴 머리와 손의 인상(印相)이다. 두건은 이마를 걸쳐 귀 뒤로 해서 어깨까지 천을 뒤집어쓴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두건은 고려시대의 지장보살화(地藏菩薩畵)에 흔히 보이는 지장보살상의 특이한 형식이다.

인상은 아미타구품인(阿彌陀九品印)과 같은 수인으로, 왼손에 법륜(法輪)을 살짝 잡고 있는 독특한 계인(契印)을 취하고 있다. 이 역시 당시 지장보살상의 형식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영락(瓔珞)을 장엄하게, 법륜을 정교하게 치장한 것은 가슴의 화려한 목걸이나 손목의 팔찌 등과 함께 고려 후기의 귀족적인 호사한 취미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옷으로는 대의(大衣) 모양의 천의(天衣)를 일정한 두께로 입고 있다. 반달 모양으로 옷자락을 오른쪽 어깨에 걸친 것과 왼 팔꿈치의 Ω형 주름 등은 문수사금동불좌상이나 장곡사금동약사여래좌상의 대의에서와 같은데, 보살의와 불의(佛衣)를 구별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Ω형 주름 등의 특징에서도 불상과 동일한데, 이 보살상은 당시 불상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생각된다. 꽃무늬와 연주문(連珠文)이 정교하게 새겨진 승각기 치레와 승각기(또는 下裙衣)를 묶는 네 갈래 진 띠 매듭 또한 이 당시 대부분의 불보살상에 묘사된 특징과 동일한 것인데, 이 역시 이 지장보살을 특징지어 주고 있다.

 

이 보살상에 표현된 선묘는 단순, 명쾌한 것이 특징이다. 즉 어깨나 소매·무릎 등에 몇 가닥의 간단한 주름만을 표현하여, 유려하게 휘어지는 맛도 나타나지만 간명하고 명쾌한 표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늘씬하면서도 단아한 양식적 특징은 당시 불상 양식을 대표하는 특징으로, 이 보살상은 장곡사·문수사의 불상과 더불어 당시를 대표할 만한 걸작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