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41.jpg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선운사에 있는 조선 전기의 보살상. 높이 1m.

 

신라 진흥왕대에 창건하고 광해군 5년(1613)에 재건한 선운사에 있는 불상으로 청동 표면에 도금한 것이다. 머리에 두건(頭巾)을 쓰고 있으며, 이마에 두른 굵은 띠는 귀를 덮고 배에까지 내려오고 있다. 선운사 도솔암에 있는 선운사지장보살좌상(보물 제280호)과 같은 형태의 불상이다.

넓적하고 살찐 얼굴에 눈·코·입이 작고 생기없게 묘사되었다. 굵게 주름진 삼도(三道)가 표현된 목은 짧아서 움츠린 듯한 느낌을 준다. 가슴은 당당한 모습이지만 두꺼운 옷에 싸여 몸의 굴곡은 나타나 있지 않다. 오른손은 어깨까지 들어 엄지와 중지를 맞댈 듯 굽혔고, 왼손은 배에 붙여서 엄지와 중지를 약간 구부렸는데 비교적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옷은 무겁고 장식적이며 어깨의 2단으로 된 주름, 그 아래의 띠매듭, 팔의 세로줄 주름 등은 형식적이다. 특히 다리의 평행적인 옷주름 처리, 넓은 가슴의 수평적인 아랫도리 자락 등의 표현은 세조 12년(1467)에 만든 원각사탑(圓覺寺塔)에 새겨진 불상의 모습과 유사하다.

 

대좌와 광배는 남아 있지 않지만 15세기경 보살상의 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머리에는 마치 모자 같은 두건(頭巾)을 쓰고 있으며, 이마에 두른 두건의 좁은 띠가 귀를 덮어 내리고 있다. 이러한 두건을 쓴 지장보살의 모습은 고려시대에 널리 유행하였던 도상적 특징으로, 현존하는 많은 고려 불화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얼굴은 비만하면서도 평판적이며, 눈·코·입 등이 얼굴 가운데로 몰려 있지만 생기가 없다. 굵게 주름진 삼도(三道)가 표현된 목은 밭아서 움츠린 듯한 느낌을 준다. 무릎 높이가 낮아져 빈약해 보이는 하체는 상체에 비하여 다소 불안정하다.

통견(通肩)의 가사와 같은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 이 불상의 착의법은 어깨에서 끈으로 매듭지어진 독특한 치레 장식이 특징적이다. 고승의 영정이나 불상·보살상에서도 쓰이는 것이지만, 지장보살상의 착의법으로 자주 나타나는 형식이다.

 

몸의 굴곡이 드러나지 않는 두꺼운 옷주름 선은 규칙적으로 접혀 있어 매우 부자연스럽다. 겉옷 안에는 수평으로 가로질러 가슴까지 올라온 군의(裙衣)를 동여맨 단정한 띠 매듭이 표현되었다. 손 모양은 오른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엄지와 중지를 맞댈 듯 굽혔고, 왼손은 가슴 아래에서 옆으로 들어 엄지와 중지를 약간 구부렸다. 결가부좌(結跏趺坐)한 두 다리는 옷에 덮여 보이지 않는다.

 

이 보살상은 도솔암에 봉안된 14세기의 선운사지장보살좌상(禪雲寺地藏菩薩坐像, 보물 제280호)과 목걸이 장식, 밋밋한 가슴 표현 등에서 서로 닮았다. 하지만 신체 비례에 비하여 머리가 유난히 큰 점이라든가 목이 밭아 어깨가 올라가 움츠린 듯한 자세, 빈약한 하체, 간략화된 장식, 형식적인 옷주름 등은 고려 보살상의 양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조선 초기 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도솔암의 금동지장보살좌상과 함께 그 예가 드문 지장보살상의 하나로, 조선시대 지장 신앙의 한 면을 보여 주는 귀중한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