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정

사랑의 선글라스

문성식 2015. 7. 4. 17:37


    사랑의 선글라스 요사이 결혼식 풍속이 바뀐 것을 많이 느낀다. 신랑 신부가 손을 잡고 같이 입장하는 것도 그렇고 예복이나 피로연도 많이 변했다. 다만 「화창한 오늘」로 시작하는 주례사만이 몇십 년간을 굳건히 버티고 있다. 특히「신랑은 명문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였고 신부는 유수한 가문에서 태어나 곱게 자랐다」는 부분은 지겹게 느껴질 정도다. 안될 것은 없지만 젊은 두 사람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데 가문과 학벌이 왜 필요한지. 이런 주례사는 어떨까. 『여기 있는 두 사람은 아마 서로 더 할 수 없이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는 중에 가장 깊은 사랑을 하고 있겠지요. 그러기에 이 자리에 기쁘게 서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살다보면 사랑이 조금씩 옅어질 것이라고 미리 짐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여기 오신, 오랫동안 가정을 꾸려 오신 많은 분들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젊은 부부가 앞으로 쌓아가야 할 사랑은 지금의 사랑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직 잘 모르고 있을 두 사람을 위해 며칠 전에 제가 겪은 일을 한 가지 이야기하렵니다. 그날 저는 어떤 건물 앞에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만치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오는 중년의 부부가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요즘 세상에 팔짱끼고 걷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두 사람이 눈에 띈 것은 팔짱 때문이 아니고 둘 다 까만 색안경을 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색안경하고는 조금 달라서 처음에는 시각장애인 부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라고 하기에는 걸음걸이에 여유가 있더군요. 그래서 조금 어울리지는 않지만 멋으로 색안경을 썼나보다 했습니다. 우연히도 그 부부는 내가 서 있던 건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건물에 들어오면서 남자는 색안경을 벗는데 여자는 그냥 끼고 있더군요. 그래서 다시 보니 여자의 손에 시각장애인용 지팡이가 들려 있었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사정을 짐작하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인 부인이 색안경을 끼고 다닐 때 사람들의 시선이 부인에게 쏠리는 것을 나누어 갖기 위하여 남편이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라고. 부부의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상대방 모르게 사랑을 베풀 수 있으면 가정을 꾸려나가는 부부로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은 세월이 지난다고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서로 노력하고 가꾸어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 두 사람이 지순한 사랑을 이루도록 다같이 기원해 줍시다』 황인홍(한림대교수·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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