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 정보

주암호

문성식 2011. 8. 25. 16:04

전남 남부의 화순, 보성, 순천에 걸쳐 있는 주암호는 주암댐으로 인해 생겨난 인공호수다. 소양호나 충주호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송광사가 있는 조계산과 모후산 사이의 계곡지대에 자리해 있어 경치가 빼어나다.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지대에다, 특히 모후산 쪽의 호반길은 한적하기 짝이 없다. 자동차도 사람도 찾을 일이 없는 흙길은 내내 적요하기만 해서 사람이나 자동차를 만나면 반갑기보다 괜한 두려움이 먼저 들 정도다. 잔잔하지만 짙푸른 호수는 어느새 신비감을 자아내고 호반길을 달리다 보면 금세 자연에 동화되고 만다.

 

 

 

 

조계산과 모후산 사이

조계산(884m)은 높이가 낮음에도 남도의 명산으로 꼽힌다. 바로 이웃해 있고 조계산보다 더 높은 모후산(920m)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조계산의 명성은 부드러우면서 굴곡이 있는 산세가 좋아서이기도 하겠지만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송광사선암사라는 명찰 덕분이 아닌가 싶다. 송광사로 가는 길목, 조계산과 모후산 사이에 펼쳐진 산중호수가 주암호다. 1991년 완공된 주암댐으로 인해 생겨난 인공호수인데, 댐이라고 해도 높이 57미터, 길이 330미터 정도여서 이 작은 둑으로 저렇게 큰 호수가 생겨났다는 것이 신통스럽기만 하다.

 

인공호수의 크기를 재는 저수량을 보면 주암호가 4억 5천 7백만 톤으로 전국 1, 2위의 소양호(29억 톤)나 충주호(27억 톤)에 비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막상 눈으로 보는 호수는 폭이 1킬로미터가 넘고 주변에는 산밖에 보이지 않아 거대하고 깊숙한 느낌을 준다. 주암호가 생기면서 49개 마을 1만 2천여 명의 이주민이 생겨났다니 작은 댐으로 인해 빚어진 자연과 인간의 변화가 대단하다. 신기한 것은 또 있다.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산중호수가 관광자원으로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처에 송광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유람선이나 수상 레포츠 시설은 아예 볼 수 없다. 주암호 물을 상수원으로 쓰기 때문인데, 그 덕분에 맑은 수질과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20년도 안 된 인공호수인데도 주암호 호반을 따라가는 흙길은 너무나 적요해서 태고의 원시 분위기가 느껴진다.

 

 

적막한 호반길과 1400년 고찰  

주암호가 자전거 여행지로 특히 소중한 것은 이처럼 아름답고 조용한 호수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달릴 수 있는 호반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동차는 거의 다니지 않고 다닐 필요도 없는 외진 흙길에, 고개 하나 넘으면 고즈넉한 산사도 만날 수 있다. 호반길은 주암호의 서쪽 모후산 자락을 끼고 돈다. 조계사가 있는 동쪽 호반에는 송광사와 고인돌공원, 서재필기념공원 같은 명소가 모여 있고 15번, 18번, 27번 세 개의 국도 노선이 지나가서 차량통행이 많지만 모후산 쪽 호반에는 이 좁고 무심한 흙길만 한 줄기 나 있을 뿐 민가도 드물다. 호반길은 내내 평탄하지만 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돌아올 때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후곡리에서 460미터나 되는 막걸리재를 힘겹게 넘어가면 마치 산수화처럼 아늑하고 그윽한 유마리의 산간 풍경이 기다린다. 유마리 골짜기 안쪽에는 유명하지는 않으나 분위기 좋은 유마사가 1400년을 앉아 있다. 백제 무왕 때인 627년 중국에서 건너온 유마운과 그의 딸이 창건한 고찰로,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다가 근래에 중건되었다. 힘들게 고개를 오른 보람은 막걸리재에서 유마사를 거쳐 다시 호반에 이르기까지 10킬로미터의 시원한 내리막길이 보상해 준다. 고요한 호반길의 낭만, 험준한 산악코스의 스릴과 신나는 다운힐까지, 주암호 호반길에는 입체적인 즐거움이 가득하다.

 

 

코스안내
1. 찾기 쉽고 너른 무료 주차장이 있는 서재필기념공원을 출발점으로 잡는다. 보성군에 속한 서재필기념공원에서 화순 방면 15번 국도를 따라 2.5km 가면 화순군으로 접어들면서 다리(복교)를 건너게 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궁전모텔 앞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시멘트길이 호반길의 시작점이다. 궁전모텔 근처의 공터를 기점으로 잡아도 된다.


2. 호반길에 들어서면 중간중간 민가가 나오지만 인적은 거의 없고 자동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그러나 간혹 산행 등의 목적으로 차들이 다닐 수 있으니, 코너 등에서 항상 주의해야 한다.) 궁전모텔에서 8km 정도 들어가면 포장로가 끝나고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후곡리까지 비포장길은 9km 정도 계속된다.


3. 후곡리에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조용한 호반길이 끝난다. 도로를 따라 신평교를 건너 호수 동쪽의 국도를 통해 출발지로 돌아가도 되지만 여기서는 서쪽으로 고개를 넘어가는 비포장길로 간다.


4. 후곡리 마을 옆에 후곡제라는 작은 저수지가 있는데, 이 저수지를 기준으로 저수지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350m 정도의 고개를 넘어 앞서 지나온 호반길 중간으로 연결되고, 저수지 오른쪽 길은 막걸리재(460m)를 넘어 화순군 유마리로 이어진다. 여기서는 유마리로 향한다.


5. 저수지에서 4km 남짓 힘든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것이 고비다. 대신 고개까지만 오르면 이후부터는 10km가 넘는 내리막길이니 땀을 쏟을 만하다. 고개를 내려가면 산정마을이 나온다. 유마사는 마을에서 200m 올라가면 있다.

 

주암호에서 대원사 가는 5km의 가로수 계곡 길은 숲이 너무 단정하고 울창해서 기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길안내
서재필기념공원으로 가장 빠르고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호남고속도로 주암IC에서 나와 보성 방향 18번 국도를 타는 것이다. 주암IC에서 20km.


주변관광지
대원사 - 503년 백제 때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하며 티베트의 불교문화를 살펴 볼 수 있는 티베트박물관이 함께 있는 특이한 절이다. 절과 박물관도 볼 만하지만 주암호에서 절에 이르는 5km의 계곡길이 매우 아름답다. 봄에는 벚꽃터널을 이루고 가을에는 낙엽이 흩날려 운치를 더한다. 주암호 코스 초입인 복교리 바로 옆의 죽산리에서 진입로가 시작된다.

 

 

 


주차 : 서재필기념공원의 무료주차장을 이용한다.
숙박 : 송광사 입구에 숙박업소들이 많다. 호반길 초입에도 모텔이 몇 군데 있다.
식사 : 식당과 메뉴가 다양한 송광사 입구의 사하촌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휴식 : 호반길 틈틈이 전망이 트인 곳이 나온다. 작은 묘지들이 쉼터로 좋고, 후곡리, 유마사 등도 중간기착지로 적당하다.
주의 : 호반길에 들어서면 식당과 가게가 없으므로 행동식과 식수를 미리 충분히 챙긴다. 호반길은 평이해서 초보자나 생활자전거로도 무리가 없으나 막걸리재를 넘을 생각이라면 산악자전거 경험자라야 한다.

 

 

 

 

글· 사진 김병훈

출처 터치아트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여행>

발행일  201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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